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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이후 4년이란 세월이 지났습니다. 이후 대한항공은 바뀌었을까요? 답은 '아니오'입니다.

최근까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물컵 갑질'을 자행했고,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각종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운전기사와 경비원에 대한 폭력,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등의 혐의로 두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습니다. 각종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여전히 대한항공 이사로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가 대한항공만의 일은 아닙니다.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각종 전횡을 일삼아 기업가치 훼손까지 초래하는 것은 한국 재벌기업의 고질적인 문제이자 현실입니다. 이제는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를 바꿔야 할 때입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대한항공 경영권을 행사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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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컵으로 시작된 갑질의 서막... 더는 미룰 수 없다(김남근 변호사)

2018년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으로 다시 부각된 한진그룹 재벌총수 일가의 비정상적 경영과 안하무인식 갑질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해였다. 최근에는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196억 원 상당의 중개수수료를 챙겼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변호사 비용 등 총 17억 원을 회삿돈으로 내게 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경영이 지속되는 데에는 국민연금과 정부의 책임도 크다. 조양호 회장은 이미 배임과 횡령으로 대한항공 사내이사로서 자격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법원의 최종 판결 이전이라도 대한항공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제한적이나마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고, 임원 선임·해임 관련 주주제안 등에 대해서는 2020년 이전에라도 기금운용위원회가 의결할 경우에는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2019년에는 주주활동 중 횡령, 배임 등을 중점 관리할 계획임을 강조하지 않았는가?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활동에 관한 지침」 제7조(의결권 행사기준의 기본원칙)는 '주주가치의 감소를 초래하거나 기금의 이익에 반하는 안건에 대하여는 반대'하도록 적시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선량한 수탁자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라도 2019년 3월에 열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조양호 회장의 연임을 반대해야 한다. 나아가 기금운용위원회 의결을 통해 의결권 위임장 대결 등의 주주권 행사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물론 2018년 9월 30일 기준으로 대한항공의 최대지주는 29.96%의 지분을 가진 한진칼이고, 조양호 일가와 정석인하학원 등이 3%가량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 국민연금은 10.57%, 우리사주조합이 2.14% 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만약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한다면, 소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다수 주주들의 의결권 참여 및 그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또한 이런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시도만으로도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비정상적 경영행태가 더 이상 용납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재벌의 소유지배 구조상,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더라도 총수일가의 황제경영과 사익편취를 효과적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와 황제경영을 가장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비지배주주 다수의 동의(Majority of Minority)'를 필요로 하는 사항들을 「상법」이나 증권거래소 상장규칙에 도입하는 것이다.

1987년에 설립되어 미국과 유럽 등에 콜센터를 운영하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인도의 대표적인 IT 기업인 사티암의 회계부정 사건(Satyam Scandal)이 2009년 불거진 이후, 인도는 매출의 10%를 넘는 내부거래에 대해 비지배주주 다수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상장규칙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은 총수일가가 받을 수 있는 급여 한도액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비지배주주 다수의 동의를 받도록 2011년 상법을 개정했다. 

비지배주주 다수의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구조적 재벌개혁 이전에 정부가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총수일가의 임원으로서 보수, 일정 규모 이상의 내부거래, 계열사 간 기업합병 등을 주주총회에서 비지배주주의 다수결로 승인받도록 한다면, 황제경영의 폐해를 최소화하고 일감몰아주기나 계열사 합병을 통한 사익편취를 방지할 수 있다. 재벌 총수일가의 갑질과 황제경영이라는 비정상은 해결될 수 없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입니다. 이 기사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블로그와 네이버 포스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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