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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서울 종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통일연구원 주최로 열린 북한도시포럼에 참가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지난 29일 서울 종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통일연구원 주최로 열린 북한도시포럼에 참가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 신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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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대동문을 클릭하면 사진이 나온다. 평양 우체국을 클릭하면 입체적으로 도면화할 수 있다. 능라도를 클릭하면 전에 열렸던 행사가 스토리로 뜬다. 건축적 부분뿐 아니라 <노동신문>이나 남한 언론에 보도됐던 것들이 지도상에 표시될 수도 있다. 구글 박물관 체험 프로젝트처럼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을 가상현실(VR)로 구현할 수도 있다. 줌인하면 해당 필지에 대한 정보도 나온다. 지도 위에 레이어를 깔아서 정보들을 주는 거다." (임동우 홍익대 교수) 

통일연구원(KINU, 원장 김연철)이 남북한 협력 및 도시교류 활성화가 예상됨에 따라 대북정책, 지자체 교류, 도시연구 활성화 등에 필요한 북한 정보 제공 웹 플랫폼(Web Platform)을 개발하기로 하고 29일 '북한도시포럼'을 발족했다.

해당 웹 플랫폼은 27개 북한 도시에 대한 인문사회지리 및 경제지리 속성정보(DB), 공간변화 분석, 스토리텔링 등을 담을 예정이다. 북한 도시에 대한 정보를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입체적으로 시각화, VR(가상현실) 체험까지 제공한다는 포부를 담은 계획이다.

통일연구원은 33명의 도시 연구자, 인문·예술 작가, 미디어 종사자, 지역연구자, 북한학 연구자 등으로 구성된 회의체 성격의 '북한도시포럼'을 구성, 29일 1차 포럼을 열었다. 향후 북한 도시별 전시 시리즈 및 북한과의 공동연구, 도시교류(결연)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날 서울 종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북한도시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한 윤황 충남발전연구원장은 "도시정보 디비(DB) 구축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도시공간 차원에서 남북한은 접근하는 목표가 다르다. 우리는 학문적 연구가 되지만, 북한에선 안보 차원에서 굉장히 민감할 수 있다"고 지적한 뒤 "북한 역사지도, 도시사, 문화관광 지도로 접근해 들어가 폭을 넓혀가면 상호 이해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일성종합대에서 공부한 정지융 중국 푸단대 주임교수는 "북한이 도시 건설에 열중하는 것은 어느 정도 쇼를 잘하고, 체면을 워낙 중요시하는 국가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김정은 집권 이후 평양 외 대도시, 중소도시의 발전과 변화가 매우 크다. 그러나 소도시들은 평양이나 함흥만큼 발전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특히 2016년 경제제재 이후에 중소도시 건설 속도가 많이 줄어들었다. 건설은 많이 했지만 도로·건물의 질이 우려가 된다"며 "2015년에 건축 중인 2개 건물이 붕괴해 400명이 죽었다. 북한은 건물을 지을 때 일부 지으면 바로 입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1962년에 김정일이 김일성종합대에 입학한 뒤에 책을 모두 불태워버렸다"며 "(중국) 대사관 지하실에 다행히 남아 있는 게 있었다. 1945~1961년까지 평양 변화를 반영한 책들을 갖고 있다. 북한을 찍은 사진, 동영상도 많이 있어서 모두 제공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날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방북한 학자라고 소개된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도시가 6.25 이후 초토화됐다. 평양 건물은 2채만 남았을 정도로 폭격이 심했다"면서 "소련·동독·체코·헝가리 등이 전후 재건을 도왔는데, 그러다 보니 도시구조가 지역에 맞는 형태가 아니고 외부적 요인으로 계획됐다"고 설명했다. 

안병민 위원도 겉치레를 중시하는 북한의 모습을 전했다. 그는 "화물열차가 평양 시내에 들어가는 걸 언짢아한다"며 "미관에 방해되는 것은 다 옮기게 한다. 루마니아에 가니까 지진이 나서 다 망가졌다고 한다. 차우세스쿠가 평양에 갔다가 '극장 도시'를 보고 감명받아서 따라 했다가 도시가 더 망가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신동빈 안양대 교수는 "기존 포털의 (지도) 정보를 쓰는 게 좋냐 하면 북한정보는 상세하지 않다"며 "구글은 상세하지만 그것에 누적하는 것보다 남한 정부의 정보를 이용해 웹 플랫폼을 구축하면 모든 기관이 활용하는 데 서로 협조가 잘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신 교수는 "북한 전역을 1대 2만5000 축적지도로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다 만들어놨다"며 "특히 평양 같은 경우는 지난해에 1대 5000을 어느 정도 구축해 놨다"고 알렸다.  

VR 제작사인 버스(VERS)의 심상훈 대표는 "도시를 비교하고, 도시 네트워킹을 강화하려는 전시가 많다"면서 "드론·360도 카메라 등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하는 전시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북한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전시가 이뤄지면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재밌고 쉽게 다가가는 전시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환 산업은행 한반도신경제센터장은 "스마트 시티 같은 미래형 도시를 만들어 수출할 계획을 산은이 갖고 있다"면서 "북한을 지속가능한 도시화, 산업화하려면 부족한 게 전력이다. 북한은 우리의 전철을 밟지 않고 잘 만들어야 남북이 상생하고 우리도 잘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엔 아주 발달된 것도 있고, 뒤떨어진 것도 있는데, 개발구·특구가 중국처럼 굉장히 빨리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인철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린 북한에게 경제성장 위주를 탈피하자고 말하지만, 북한이 동의할 수 있을까 싶다. 선진국들은 화석 연료를 태워서 경제 개발해 놓고, 개도국엔 친환경적으로 하라고 한다"면서 "북한 도시들에 스마트 시티를 접목하자고 하는데, 이걸 하려면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인도주의적 접근을 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도시가 발전하면서 다이나믹한 동력이 있지 않을까"라며"북한도 주택가가 상승하면서 부동산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기존 주택을 거래하는 게 아니라 새로 지어서 분양하고 최근엔 상점이 많이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정은이 위원은 이어 "1997년에 대만에 가서 주상복합 건물이 많이 건설되는 걸 보고 놀랐었다"면서 "북한도 최근에 주상복합을 짓는다. 상가는 시행사가 가져가서 운영한다. 북한의 동력은 무엇일까 앞으로 포럼을 통해 찾아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태그:#북한, #북조선, #통일연구원, #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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