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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폴은 또래보다 건강한 몸을 가진 필리핀 남자아이입니다. 한국에 일하러 온 부모는 이곳에서 첫아이 잔 폴을 낳았지만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미등록자인 부모가 낳은 아이 역시 미등록 아동이기 때문입니다. 아파도 병원 한 번 마음 놓고 갈 수 없고 어려운 가정 형편에 보육시설도 마음 편하게 보낼 수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귀한 자녀이지만 양육을 위한 어떠한 지지나 지원도 받을 수 없는 부모는 잔 폴을 고향집으로 보내려고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태어나 백일도 되지 않은 아이를 떠나보내기는 쉽지 않았기에 부모는 이주민단체의  보육시설을 찾아왔습니다. 이른 아침 7시쯤이면 잔폴이 옵니다. 잠든 아이를 이불 위에 누이고 어머니는 일터로 갑니다. 이국 땅에서 비록 고된 일상이지만 사랑하는 자녀를 품을 수 있음을 감사하는 부모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경기권에 거주하는 외국인주민의 자녀, 심지어 그 아이가 미등록이라 하더라도 돕고 지지하기 위한 모임이 발족했다.
 
‘경기권 이주아동 보육 네트워크’ 발족식 축하공연
 ‘경기권 이주아동 보육 네트워크’ 발족식 축하공연
ⓒ 송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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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권 이주아동 보육 네트워크’ 발족식 축하공연2
 ‘경기권 이주아동 보육 네트워크’ 발족식 축하공연2
ⓒ 송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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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권 이주아동 보육시설 운영단체 4곳(안산이주민센터, 남양주외국인복지센터, 군포아시아의창, 오산이주민센터)과 아름다운재단은 지난 18일 오후 안산 한양대학교 게스트하우스 컨벤션에서 '경기권 이주아동 보육 네트워크' 발족식을 개최했다.

아름다운재단의 '2018 이주아동 보육권리를 위한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 발족식은 이주아동의 보육권리 확보를 위한 지방정부 차원의 제도적 대안을 제시하고 입법 활동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를 위해 이날 행사에는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과 법률지원팀도 함께 했다.

박천응 안산이주민센터 대표는 축사를 통해 "우리 사회에는 국민도 먹고 살기 힘든데 왜 외국인을 지원하냐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한국에 있는 모든 아이들은 내 자식처럼 돌봐야 한다. 그것이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권고이고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박영숙 아름다운재단 이사는 "재단이 추구하는 것은 작지만 근본적인 변화"라며 "재단 내에서 이주민 자녀 지원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족식에서는 미등록으로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엄마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베트남 출신 미등록 이주여성 엄마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하는데 집에서 4km이내의 어린이집들은 모두 우리 아이를 미등록이라고 거부했다"며 "한 어린이집이 감사하게도 아이를 받아줬는데 시청에서 감사 나오니까 데려가라고 하고 체험학습 등 외부활동을 할 때도 보험이 안되니까 집으로 데려와야 했다. 정말 울고 싶다"고 강변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복으로 이날 발족식에서는 '경기권 이주아동 보육 네트워크'와 법률지원팀 등이 연구해 만든 '경기도 이주아동보육조례안'이 소개되기도 했다.
 
경기도이주아동보육조례안을 소개하는 법률지원팀 관계자
 경기도이주아동보육조례안을 소개하는 법률지원팀 관계자
ⓒ 송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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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권 이주아동 보육 네트워크’ 발족식 단체사진
 ‘경기권 이주아동 보육 네트워크’ 발족식 단체사진
ⓒ 송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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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조례안은 경기도 이주아동 지원정책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실태조사를 실시하며 경기도이주아동지원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출생등록을 통한 건강보험 가입 및 아동 방임 학대 예방 ▲의무교육 양육비용지원 아동보호조치 등 이주아동의 기본 권리 보장 ▲경기도 차원의 정책 협력과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이날 소개된 '이주아동 법률사례 연구집'은 이주아동이 직면한 문제를 ▲출생신고 ▲모성보호 ▲건강 ▲보육 ▲학대피해 ▲빈곤 ▲장애 등 7가지로 정의하고 이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과 책임으로 규정한 뒤 구체적인 법률개정으로 해결방안을 제시해 시선을 끌었다.

'경기권 이주아동 보육 네트워크'는 내달부터 도의회 구성원들을 만나고 경기도 관련 부처에 제안서를 제출해 조례안 입법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김현삼 경기도의원은 "조례 통과를 위해서는 상위법 관계 등 고민해야 할 것이 많다"면서도 "세상의 모든 어린이는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하며 국적과 종교, 인종에 상관없이 보호받아야 한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국내 이주아동(만 18세 미만)은 현재 15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국가의 지원 수준은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특히 이주아동의 체류자격 및 비자상태에 따라 출생신고 및 등록의 어려움으로 건강보험 가입 대상자에서 제외되고 보육비를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피부색이나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민간 보육 시설에서 거절당하거나 어린이집에서 차별을 겪기도 해 이번 경기도 이주아동 보육 네트워크가 향후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기다문화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태그:#경기권 이주아동, #미등록 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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