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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개봉한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재개봉한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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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마법학교 호그와트 입학 초대장 받기를 기대하게 만들었던 '해리포터' 시리즈 1편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지난달 24일 극장에서 재개봉했다. 결국 호그와트 입학 초대장은 받지도 못한 채, 눈물로 이별했던 해리포터를 이렇게 성인이 되어 영화관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리하여 나는 해리포터 관람을 위해 일주일 전부터 미리 영화 예매를 하고, 퇴근 후 부랴부랴 신촌까지 달려가는 수고로움을 자처하면서도 하루 종일 설레는 감정으로 충만했다.

개인의 견해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실 해리포터를 작품성이 빼어난 '명작'이라 칭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 그 자체로 생각해볼 지점이라든가, 여운을 많이 남기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2001년 개봉 당시엔 상상 속 마법 세계를 스크린을 통해 구현해내며 많은 이들의 심미적 만족감을 충족시켰지만, 지금 보면 CG 역시 다소 허술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특정된 몇 개의 상영관에서만 재개봉한 것임에도, 누적 관객 수 10만 명을 훌쩍 넘기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나 역시도 별다른 감동적인 장면이 있지도 않은 영화를 보며 울컥 눈물을 흘릴 뻔했다.

해리포터의 저력은 이뿐만 아니다. 최근 국내의 한 스파 브랜드에서 출시한 해리포터 콜라보 시리즈 제품들 역시 인터넷 상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조기품절 대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체 해리포터의 무엇이 청춘들, 이른바 '해리포터 세대'들에게 이와 같은 힘을 발휘하는 것일까.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향수

물론 다른 많은 이유들도 있겠지만, 나는 '해리포터'라는 콘텐츠가 발휘하는 가장 큰 힘의 원천은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은 여전히 아이와 거의 다를 바가 없다고 느끼면서, 아직 준비가 되지 못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우리들은 떠밀리듯 성인이 된다. 문득 성인이 된 채, 현실의 삶을 그런대로 열심히 살아나가며 느끼는 각박하고 퍽퍽한 일상의 감정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 한 자락은 잠깐의 안정과 행복감을 안겨준다.

아이(Kid)와 어른(Adult)을 합친 '키덜트'는 현대 성인들이 추구하는 재미, 유치함, 판타지 등의 가치가 대중문화의 하나로 나타난 사회적 현상을 명명한 것이라 한다. 이러한 키덜트 문화의 현상에 대해 '현대 성인들의 각박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감성적이고 즐거운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심리 상태를 기반으로 한', '어린 시절의 환상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것쯤으로 이유를 분석하곤 한다.

결국 어린시절을 함께 보낸 '해리포터'를 성인이 된 지금에도 소비하며, 즐거움과 만족감을 얻고 있는 것도 키덜트의 한 예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키덜트 시장 규모는 2014년 5000억 원대에서 매년 증가해 지금은 1조 원을 넘어섰을 정도로 유통업계에서도 주목하는 트렌드 중 하나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어쨌든 분명한 건, 이러한 키덜트 문화가 지극히 일부에게서 향유되는 '소수 문화'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레고. 레고는 합리적으로 부품을 구매할 수 있다.
 레고는 대표적인 키덜트 문화 중 하나다.
ⓒ wiki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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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금 청춘들은 왜 키덜트 문화에 빠져드는 것일까.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노래에 문득, 그 노래를 듣던 어떤 과거의 날 한 자락의 이야기들이나 장면이 어제 일처럼 떠오르던 경우가 있지 않나. 또 갑자기 맡은 익숙한 향기에서 그 향을 풍기던 누군가와의 추억을 되새기게 되며 그때의 감정을 조건반사적으로 곱씹게 되는 경험도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해리포터를 보며 그런 무언가를 느꼈다.

가족들과 나란히 앉아 팝콘을 함께 먹으며 극장에서 해리포터를 보며 설렜던 초등학생 시절의 내 행복했던 감정들과 그때 눈에 담긴 장면들. 책으로만 보던 마법세계가 커다란 화면 속에 구현되어 있는 광경을 보며 신기해 마지않던 나와 동생의 얼굴. 흥미도 없는데 딸들을 위해 함께 영화관까지 와서 결국 졸고 있는 아빠를 보며 낄낄댔을 때 느꼈던 그 사소한 감정들까지도 파노라마처럼 아주 상세히 와닿았다. 저 깊은 곳에서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그런 감정들 말이다.

추진력을 만드는 따뜻한 추억

해리포터는 깊숙하게 잘 보관되어 있는 나의 추억과 감정들을,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그때 그 시절의 '나'를 그대로 꺼내 만져보게 해주었다. 그건 어떤 한 마디 말의 위로나 술 한 잔 보다도 더욱 쉽고 정확하게 내게 행복이란 감정을 안겨주는 강한 힘이다.

이를테면 월급을 털어 가장 좋아했던 만화영화의 '굿즈(goods)'를 구매하는 것은 유년 시절을 떠오르게 만들지 않나. 놀이터에서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놀다 "그만 놀고 밥 먹어라"하는 부모님의 목소리에 흙 묻은 발로 급히 들어와 그 만화영화를 보기 위해 텔레비전을 켜며 맡았던 밥 냄새 같은 것들. 팍팍한 일상에 있어 이루 말할 수 없는 소소하면서도 값진 행복이다.

이런 현상이 꼭 청춘들이 현재를 불행하게만 생각해, 과거의 '환상' 속에 기대고 싶어 하는 것으로 여길 일만은 아니다. 켜켜이 쌓아 올려져 현재의 자신을 만든 원동력이 된 것들, 사소한 것들로도 행복했던 그 감정들과 따뜻했던 추억들이 있었음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앞으로 나아갈 추진력을 얻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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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끝자락에서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