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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로 오르는 길. 노란 은행잎비를 맞으며 아이와 키를 맞춰앉아 사진을 찍는 엄마의 모습이 솜씨좋은 화가가 그린 그림같다.
 부석사로 오르는 길. 노란 은행잎비를 맞으며 아이와 키를 맞춰앉아 사진을 찍는 엄마의 모습이 솜씨좋은 화가가 그린 그림같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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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다시 부석사를 찾았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은 큰 가람의 탐방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맘때가 되면 늘 부석사가 그립다.

사계절, 어느 때인들 아름답지 않으랴만 특히 은행 단풍이 노랗게 물드는 10월 말부터 11월 초, 부석사의 풍경은 그야말로 정갈한 한폭의 수채화이다. 지난 유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영주 부석사는 7세기에 창건된 1300년 역사의 고찰이다. 

매표소에서부터 시작되는 은행단풍길은 마치 환상의 세계로 날아온 듯하다.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은행나무 잎이 떨어지는 500m는 바람이 불 때마다 은행잎이 황금빛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온몸에 노란 물을 들이고 천왕문을 나서면 가파른 계단의 연속이다.
 
무량수전앞마당, 안양루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 출렁이는 소백산준령이 
가슴을 벅차오르게 한다.
 무량수전앞마당, 안양루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 출렁이는 소백산준령이 가슴을 벅차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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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쁘게 108계단을 오르며 속세에서 묻히고 온 번뇌를 털어낼 때쯤 마침내 안양문을 지나 무량수전앞에 서게 된다. 국보 제 18호인 무량수전은 경북 안동의 봉정사 극락전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간결하고 웅장하며 단순하면서도 화려하여 동양 고전건축의 백미라 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집필했던 故 혜곡 최순우선생의 '호젓하고 스산스러운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던 말이 떠오른다. 안양루에서 출렁이는 태백준령을 내려다본다.  

"태백산맥 전체가 무량수전의 앞마당"이라고 감탄했다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의 말이 실감된다. 사람들은 삼층석탑에 자리를 잡고 해넘이를 기다린다. 파도 치는 태백산맥의 준령에 해가 떨어지는 장엄한 광경에 가슴은 마냥 벅차오른다.
 
안양루에서 맞는 일몰. 가슴이 벅차오르는 순간이다.
 안양루에서 맞는 일몰. 가슴이 벅차오르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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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전곁에 있는 부석(뜬돌). 죽어 용이 되어서라도 사랑하는 이를 지키고자 했던 선묘낭자의 애틋한 사랑이 가슴을 적신다.
 무량수전곁에 있는 부석(뜬돌). 죽어 용이 되어서라도 사랑하는 이를 지키고자 했던 선묘낭자의 애틋한 사랑이 가슴을 적신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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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가 아름다운 또 하나의 이유는 선묘낭자의 아름다운 사랑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선묘는 유학차 당나라에 들른 의상을 흠모했지만, 자신의 사랑을 승려인 그에게 전할 수 없었다고 한다. 대신 그가 귀국길에 오를 때 바다에 몸을 던져 용으로 변한 뒤 그의 뱃길을 지켰다.

용이 된 선묘는 의상대사가 이곳 봉황산에 절을 세우려다 반대하는 이들과 부딪히게 되자, 큰 바위를 공중으로 던져올려 의상이 뜻을 이루게 돕기도 했다. 그 후 선묘는 석룡이 돼 무량수전 밑에 묻혀 부석사의 수호신이 됐다고 한다. 
 
무량수전 뒤쪽 선묘각에 선묘낭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녀의 사랑이 
애틋하다.
 무량수전 뒤쪽 선묘각에 선묘낭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녀의 사랑이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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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는 평일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므로 좀더 호젓한 절집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하루 묵는 여행도 권해봄직 하다. 부석사 바로 아래, 음식점도 겸하는 펜션 '부석사 가는 길에'가 있다. 소탈한 성격의 안주인이 끓여주는 청국장은 여행객의 배고픔을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10월 27일부터 11월 3일까지 부석사 주차장에서 영주사과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새콤달콤하고 맛있는 영주 사과를 맛보는 즐거움도 함께 누릴 수 있다.
 
부석사 아래에 있는 펜션에서 하루 묵은 뒤 다음 날 이른 아침 다시 찾은 
은행나무길.
 부석사 아래에 있는 펜션에서 하루 묵은 뒤 다음 날 이른 아침 다시 찾은 은행나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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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부석사 주차장에서 영주사과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때마침 부석사 주차장에서 영주사과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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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부석사, #은행단풍, #안양루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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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나를 살아있게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과 객창감을 글로 풀어낼 때 나는 행복하다. 꽃잎에 매달린 이슬 한 방울, 삽상한 가을바람 한 자락, 허리를 굽혀야 보이는 한 송이 들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날마다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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