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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당시 새누리당 이재영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시도별 축제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에서 열리는 축제만 2429개, 지원 예산은 약 2594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습니다(연합뉴스 2012.9.24).

2017년 11월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2013-2017 전국 시도별 축제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 축제가 전국적으로 3397건이 열렸습니다. 여기에 투입된 예산만 1조 5455억 원에 달합니다(뉴시스 2017.11.13).

지역 농·특산물을 주제로 한 축제는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문화예술이나 전통 역사를 주제로 한 축제에서도 빠지지 않는 것이 지역 경제와 농가 소득 향상을 내세운 농산물 직거래 장터입니다. 농사지은 지 19년째가 되는 저도 제가 수확한 잡곡을 가지고 전국 각지의 여러 축제에 참여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항상 후회와 좌절감을 맛볼 뿐이었습니다. 농사일이 바쁠 때 동원되는 것도 그렇고, 축제의 주인이 아닌 구색 갖추기 용의 구경거리로 전락하는 것도 그렇고, 판매도 되지 않아서 갖고 나간 잡곡을 그대로 다시 갖고 들어오자면 축제에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6회단양아로니아축제
 제6회단양아로니아축제
ⓒ 정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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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축제가 끝나고 발표하는 농산물 판매액을 보면 기가 막힐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작년 단양에서는 250여 농가가 6천만 원의 축제지원금을 사용해 3억 2천만 원의 농산물 판매를 이뤘다는 지역특산물 축제가 있었습니다. 정작 참여한 농가들은 판매액이 3천만 원을 못 넘겼을 것이라 얘기하니 10배 넘게 부풀려져 발표된 셈입니다.

어쩌면 종교단체가 발표하는 신자 수가 국내 인구 수를 넘듯, 전국에서 열리는 지역 농·특산물 축제에서 판매되는 농산물 판매액이 국내 농산물 총생산액을 뛰어넘을 듯도 합니다.
  
제23회음성청경고추축제
 제23회음성청경고추축제
ⓒ 정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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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되는 품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농민들이 직접 논과 밭에서 가져온 농산물들은 눈요깃거리 역할만 할 뿐 판매되는 것은 대부분 가공품들입니다. 마치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하는 농식품 수출 통계를 연상케 합니다.

올해 1월 5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7 농식품 수출통계"에 따르면 2017년의 농식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5.6% 증가한 68억 2870만 달러입니다. 이중 아무런 비가림시설 없이 논과 밭에서 생산되는 곡류는 달랑 0.6%인 4340만 달러에 불과합니다. 가공품이 57억 달러가 넘고, 그 가공품을 만드는 데 쓰인 원료의 70%는 수입 농산물이니 통계의 명칭에 농(農)자가 들어간 게 창피할 정도입니다.

공무원들의 실적주의와 허위보고를 토대로 관행적으로 열리고 있는 지역 농·특산물 축제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이루어져 진짜 농사꾼들이 스스로를 위로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축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제12회단양군친환경농산물전시직판챙사
 제12회단양군친환경농산물전시직판챙사
ⓒ 정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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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부터 사흘간 단양에서는 "12회 친환경농산물 전시직판행사"가 열립니다. 병원에 입원했던 2017년을 빼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던 행사입니다. 행사 열흘 전 인근 식당들이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며 민원을 제기해 행사장소를 바꾸는 등 준비가 순탄치 않습니다만 진짜 농사꾼들과 싱싱한 결실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태그:#지역축제, #직거래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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