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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에리 장떼(Thierry Jeantet) 사회연대경제기업가국제포럼(FIESS) 회장이 지난 1월 열린 포럼에서 유럽 사회적경제 금융 사례를 발표하는 모습.
 티에리 장떼(Thierry Jeantet) 사회연대경제기업가국제포럼(FIESS) 회장이 지난 1월 열린 포럼에서 유럽 사회적경제 금융 사례를 발표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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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금융의 한 형태인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는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의 유누스 총재로 인해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사실 이 제도는 아프리카 부락의 여성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아프리카 여성들의 다양한 생산자협동조합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회적 금융은 '연대 저축'으로서 사회적경제와 사회혁신을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 저축이라 할 수 있다. 시민들은 협동조합 은행이나 공제조합에 저축을 하고, 은행(공제조합)은 투자자본으로 거둔 이윤으로 사회적경제 조직을 지원한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30년 전부터 이런 형태가 존재해왔고,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

19세기 이전부터 시작해 보험, 의료 공제조합으로 발전

프랑스 사회적 금융을 대표하는 공제조합은 19세기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건설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자들이 공제조합을 만들었고, 보험공제조합, 의료공제조합으로 발전했다.

특히 2008년 세계금융위기 상황에서 사회적 금융은 일반금융보다 위기에 강했다. 주주들에게 이익을 분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금융시장에 덜 의존하고 자립할 수 있었다. 수익 중심의 단기적 시각이 아닌, 중장기적 시각을 갖고 위기에 잘 대응할 수 있었다. 이에 보험공제조합은 파급력을 넓히며 프랑스의 전통적인 보험시장을 잠식해왔다.

Macif, Maif, Matmut, Maaf, GMF, Mapa, MFA, AMF 등 보험공제조합이 사회적경제 지배구조를 배경으로 자동차 및 주택보험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손해보험 분야에서 약 180억 유로의 매출을 올렸고, 조합원수는 2,600만 명(이 중 2,050만 명이 자동차, 종합주택, 배상책임보험 가입자)에 달한다. 지난 10년간 1천만 명의 조합원이 증가했다.
 
농업보험공제조합인 Groupama는 3만4천 명의 직원을 고용했고, 1,300만 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다. (사진: Groupama 홈페이지 화면 캡처)
 농업보험공제조합인 Groupama는 3만4천 명의 직원을 고용했고, 1,300만 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다. (사진: Groupama 홈페이지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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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농업보험공제조합인 Groupama는 3만4천 명의 직원을 고용했고 1300만 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다. 손해보험 분야에서 2014년 말 133억 유로의 매출을 달성했다. 생명보험 분야의 경우 보험공제조합은 530만 명의 보험가입자를 확보했고, 113억 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10년간 거의 2배가 증가한 수치다.

사회보장체계 보완재로서의 역할

보험공제조합의 성장 비결은 주주이익 실현이 아닌 지배구조, 보험중개인이 없는 직접판매 방식 등으로 저렴한 보험료로 많은 보장을 해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회적 가치를 유지하면서 디지털기술을 적극 활용해 경쟁력을 높였다.

어려운 경제위기 속에서도 보험공제조합은 매출과 조합원, 직원 수의 증가에서 확인되듯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 공제조합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수요에 부응할 것을 요청받고 있다. 재정적자로 인해 사회보장제도 발전을 더디게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제조합의 역할은 중요하다.
 
어려운 경제위기 속에서도 보험공제조합은 매출과 조합원, 직원 수의 증가에서 확인되듯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
 어려운 경제위기 속에서도 보험공제조합은 매출과 조합원, 직원 수의 증가에서 확인되듯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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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프랑스 사회보장체계를 보완하는 기구로 공제조합의 또 다른 발전 형태인 의료공제조합을 들 수 있다. 프랑스 국민 60% 이상이 의료공제조합에 가입돼 있다. 1970년대 보편적 사회보장체계가 마련되고 전통적인 공제조합의 역할을 대체하면서 공제조합이 의료공제조합으로 발전한 것이다. 현재 프랑스 실비의료보험 시장의 54%를 점유하고 있는데, 10년 전의 60%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점유율이 높다.

의료공제조합은 약국, 안경점, 병원 등도 운영하며 조합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사회적 욕구에 부응해 노인 돌봄과 관련된 사업을 활발하게 펼쳤다. 이에 반발해 기존 사업자들이 의료공제조합이 이런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로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프랑스 의료공제조합은 사회보장체계의 보완재로서 자리매김했다.

프랑스 공제조합의 최근 흐름은 합병을 통한 규모화이다. 보험, 의료, 상호부조 등 공제조합이 합병해 숫자는 줄고, 개별 공제조합의 규모는 커졌다. 7천여 개에 달하던 공제조합은 600여 개로 줄었고, 앞으로도 규모화를 위한 합병으로 그 숫자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액티브'와 대안은행 'NEF'

보험, 의료 공제조합 외에 사회혁신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사회적 금융기관으로 보험공제조합, 신탁은행, 종교단체들이 참여해 1988년 설립된 '프랑스 액티브'가 있다. 사회혁신에 대한 정보만 교류하다가 사회혁신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지원의 틀을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은 것이다.

시작은 미미했고, 사업은 더디게 진행되었다. 초기에는 성과에 대한 의구심도 컸다. 그러나 풀뿌리 조직으로서 지역으로 파고들어가 점진적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투자은행 등과 협약을 체결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안은행 ‘NEF’는 연대저축을 운영하며 이 재원으로 실업자, 청년사업가 등에게 금융 지원을 한다. (사진: NEF 홈페이지 화면 캡처)
 대안은행 ‘NEF’는 연대저축을 운영하며 이 재원으로 실업자, 청년사업가 등에게 금융 지원을 한다. (사진: NEF 홈페이지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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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은행 'NEF'는 연대저축을 운영한다. 이 재원으로 실업자, 청년사업가 등에게 금융 지원을 한다. 낮은 금리로 취약계층에게 대출도 해준다. 대출 후에도 '동반 지원' 형태로 꾸준하게 관리한다. 일반 금융과 다른 '시간투자'인 셈이다.

2014년도 말 기준으로 연대저축 가입자는 100만 명이고, 전체 예탁고는 70억 유로였다. 이를 통해 4만여 명의 고용창출이 되었고, 1만여 명이 주거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로 가구들에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었다.

사회적 금융은 시민들의 힘으로 자생적으로 시작되었다. 따라서 사회적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들에게 혜택을 돌려준다.

세계 보험시장에서 협동조합과 공제조합의 비중

국제 협동조합 및 상호보험연맹(International Cooperative and Mutual Insurance Federation; ICMIF)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에 세계 보험시장에서 협동조합과 공제조합 섹터가 27.1%를 차지하고 있다. 2007년 23.5%에 비해 성장한 모습이다. 보험료 수입도 2007년 1조 미만에서 2014년 1조 3천억 달러로 증가했다. 자산규모는 2007년 5조9천억 달러에서 2014년 8조1천억 달러로 늘었다.

이처럼 세계 보험시장에서 협동조합과 공제조합 모델은 2007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 기간 세계 보험시장이 13% 성장한 것에 비해 협동조합과 공제조합 분야는 31%의 성장률을 보였다. 또한 고용된 직원수(110만 명 이상)와 서비스 수혜자수(9억2천만 명)에서 사회적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정리 : 손인수(벼리커뮤니케이션 책임에디터), 사진 : 이우기(사진가)

이 기사는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격주로 발행하는 온라인 뉴스레터 '세모편지'에도 실립니다.


태그:#사회적경제, #사회적금융, #NEF, #GROUP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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