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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주택가를 걷다 보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을 꽤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부터 주부 그리고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크기와 다양한 모양의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때론 빠르게 어딘가를 향해 갑니다. 

어린 시절 두 발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보통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참 많이도 넘어졌습니다.

무릎에 멍이 들고 팔에 생채기가 나고 그래서 당시 만병통치약이라고 불리던 빨간 약을 여기저기 바르고도 어디서부터 생겼는지도 모를 꼭 타고야 말겠다는 욕심에 연습을 그치지 않고 있을 때 뒤에서 어떤 어른 한 분이 해 준 얘기가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어른이 아버지였는지, 삼촌이었는지 아니면 동네 아저씨였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분이 해준 얘기는 '넘어질 것 같은 방향으로 핸들을 돌려'라는 것이었고 그분의 얘기대로 왼쪽으로 넘어질 것 같으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넘어질 것 같으면 오른쪽으로 돌리자 신기하게도 넘어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무릎과 팔 곳곳에 난 상처 대신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두 발 자전거를 마음껏 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경 자전거
 동경 자전거
ⓒ 김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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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왼쪽으로 넘어질 것 같으면 그 두려움에 무의식적으로 오른쪽으로 핸들을 돌리곤 했는데 그 두려움을 극복하자 오히려 지면과 내가 수직이 되며 자전거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해가며 종종 감내하기 어려운 일들에 부딪히게 될 때, 이따금씩 어린 시절 두 발 자전거를 배우던 때를 떠 올리곤 합니다. 아니, 때론 넘어지고 때론 상처받고 그렇게 몸과 마음에 생채기를 껴안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현실이 그때를 떠올리게 합니다.

생채기가 두려워 포기하고 주저앉았다면 여전히 두 발 자전거를 못 타고 있을 테니까, 그때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자기 방어적인 행동일지도 모르지만 전 그때가 떠오릅니다. 살다 보면 언제나 잘 알고 익숙한 일들만 생기는 것이 아니어서 익숙하지 않고 힘겨워 보이는 어떤 것과 마주설 때면 전 그때가 떠오릅니다.
 
목각 자전거
 목각 자전거
ⓒ 김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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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저서로는 <영화를 보고 나서 우리가 하는 말>, <인도차이나 캐리어 여행기>가 있습니다.


태그:#여행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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