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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전주의 한 아파트 안방 화장실에서 기준치보다 18배(2,462~3,696베크렐)나 높은 라돈 수치가 검출돼 라돈 침대에 이어 소비자들을 또다시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 라돈 권고기준은 2018년 1월 이후 사업계획을 신청한 공동주택부터 의무 대상이기 때문에 이미 입주한 아파트는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었다.

이전에는 일반인들이 듣도 보도 못했던 이 생소한 라돈. 일상생활에 침투한 방사성 물질에 대해 주민들이 막연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지만, 측정치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라돈(원자번호 86)에 대해 알려면 우선 방사성원소로 가장 유명한 라듐(원자번호 88)부터 알아야 한다. 라듐은 은백색의 무른 금속이며, 방사성 때문에 어두운 곳에 있으면 빛이 난다. 1898년 퀴리 부부에 의해 피치 블렌드(역청 우라늄석)에서 폴로늄과 동시에 발견됐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한다 해서 라틴어로 방사를 의미하는 'radius'를 따 이 원소를 라듐이라고 이름 지었다.

라듐을 발견한 퀴리 부부는 라듐에 접촉된 공기가 방사능을 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원인까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1900년, 결국 라듐이 붕괴하여 라돈이 된다는 인물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독일의 물리학자 프리드리히 도른(1848~1916년)이었다. 도른은 '라듐에서 발생한 희유기체'라는 뜻의 '라듐에마나티온(radium emanation)'이라 명명했다. 그런데 이 이름이 너무 길어 1923년부터는 줄여서 라돈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라돈은 무색, 무미, 무취의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자연 방사성 물질이다. 라돈의 반감기는 3.825일로 짧은 편이다. 하지만 라돈은 없어지지 않고 지금도 많은 지하실에 존재한다. 그 이유는 라돈이 꾸준히 생산되고 있는 원소이기 때문이다. 라돈은 색이 없고, 냄새도 없으며, 맛도 없는 기체다. 불소처럼 대단히 안정하여 다른 물질과 화학 반응을 하지 않는 불활성 기체에 속하는데, 화학적으로는 안정하지만 물리적으로는 매우 불안정하다.

라돈 방사선의 알파선은 투과력이 적어 피부를 뚫고 사람의 내부 장기를 손상시키기는 힘들다. 그러나 폐에 들어간 라돈은 얇은 폐 세포를 뚫고 들어가 유전자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고, 이로 인하여 폐나 위장을 덮고 있는 세포들의 염색체에 변이를 만들어 암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생활공간 공기 중의 라돈 수치가 중요한 것이다. 
 
저자 사이토 가쓰히로 | 출판사 해나무
▲ 만화로 읽는 주기율표 저자 사이토 가쓰히로 | 출판사 해나무
ⓒ 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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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가쓰히로는 <만화로 읽는 주기율표>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골칫덩이인 '화학'을 글과 만화로 엮었다. 라듐이나 라돈같은 생소한 내용도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다. 아기자기한 만화만 보며 책장을 술술 넘겨도 이름조차 잘 몰랐던 원소들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기 때문이다.

빅뱅으로 가장 먼저 생겨난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부터 다이아몬드 뺨치게 반짝이는 지르코늄, 네로 황제의 폭군성과 베토벤의 청각 장애의 원인으로 의심받는 납, 원자력 발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치명적인 방사성 원소 세슘과 라듐, 그리고 세계 최초 수소 폭탄 실험 당시 '죽음의 재'에서 분리된 쌍둥이 원소인 아인슈타이늄과 페르뮴까지, 세상의 모든 원소 하나하나를 깨알같이 담았다.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못다 푼 118개 원소에 대한 유익한 정보와 다채로운 이야기에 빠지다 보면 어느새 유쾌하게 주기율표를 돌파하게 된다.  

특히 최근 북한의 비핵화 검증문제와 관련하여 대두된 평화적인 원자력 이용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한 가운데 이 책은 일반인들이 잘 구분하지 못하는 핵융합, 핵분열, 핵붕괴를 서두에 담고 있다. 저자는 인류가 핵융합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아직 성공하지 못했고,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처리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적었다.
 
원자는 구름으로 만든 공처럼 생겼다. 구름처럼 보이는 것은 전자구름이며 여러 개의 전자(기호 e)로 이루어져 있다. 한 개의 전자는 -1의 전하를 갖고 질량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다. 그리고 전자구름의 중심에는 원자핵이 있는데 원자핵의 지름은 원자 지름의 1만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원자핵의 지름을 1cm라고 했을 때 원자의 지름은 1만cm, 즉 100m라는 뜻이다. 이렇게 작아도 원자의 무게는 거의 이 원자핵의 무게이다. (중략)

원자가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것처럼 원자핵도 반응을 일으킨다. 원자핵이 반응하는 것을 원자핵 반응이라고 하는데, 주된 원자핵 반응에는 핵융합, 핵분열, 핵붕괴가 있다. 수소나 헬륨 같은 (원자번호가) 작은 원자핵 두 개를 융합하면 한 개의 커다란 원자핵이 된다. 이를 핵융합이라고 하는데 막대한 핵융합 에너지를 방출한다.

항성이 스스로 빛을 내고 수소폭탄이 파괴력을 갖는 것은 이 핵융합 에너지 때문이다. 인류는 핵융합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지만, 아직 성공하지는 못했다. 우라늄 같은 큰 원자핵을 파괴하여 작은 핵 원자핵으로 만드는 것을(원자) 핵분열이라고 한다. 이때 커다란 핵분열 에너지가 방출되는데, 원자폭탄이나 원자력 발전 에너지는 이런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핵분열이 일어날 때 방출되는 위험한 생성물(방사성 물질)을 어떻게 안전하게 보관하고 폐기하는가가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다. 원자핵 중에는 원자핵 파편이나 전자기파 등을 방출하여 다른 원자핵으로 변하는 것이 있는데, 이런 반응을 핵붕괴라고 한다. (본문 19~20쪽)

1774년. 스웨덴의 화학자 칼 빌헬름 셸레(1742~1786년)는 염산에 이산화망가니즈를 넣어 염소를 발생시키는 데 성공한다. 이전에 억울하게 '산소 발견자' 타이틀을 놓친 셸레는 다행히도 '염소 발견자' 타이틀을 획득했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죽고 마는데, 그의 치명적인 습관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물질마다 맛을 보는 습관이 있었다. 그 때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류머티즘으로 고생하다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천연으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역시 위험한 물질인 락스는 염소가 주성분이다. 원자번호 17번인 염소는 소금을 구성하는 원소다. 수돗물에도 들어 있는데 이런저런 공해와도 관련이 있다고 하고 아무튼 말 많은 원소다.
 
염소는 소금(염화나트륨, NaCl)을 구성하는 원소이며 소금을 전기분해하여 얻을 수 있다. 염소는 옅은 녹색을 띤 유독성 기체로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전쟁터에서 독가스로 사용되었다. 살균력이 있기 때문에 수돗물이나 수영장을 살균하는 데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되는 물질은 차아염소산나트륨이고 분해되면 염화이온(Cl-)을 만든다.

염소를 포함한 화합물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것은 폴리염화비닐일 것이다. 양동이 같은 용기나 파이프, 시트 등에 이용된다. 염소가 함유된 화합물에는 독성을 갖는 것이 있는데 예를 들어, DDT가 살충제로 널리 이용되었으며 폴리염화비닐은 절연유로 널리 사용되었다. 하지만 둘 다 인체에 해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금은 사용이 금지되었다.

유기염소 화합물은 안정적이기 때문에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분해되지 않아 환경문제가 되고 있다. DDT는 지금도 모유에서 검출되는 일이 있다고 한다. (본문 62쪽)
 
억울하게 ‘산소 발견자’ 타이틀을 놓친 셸레는 다행히도 ‘염소 발견자’ 타이틀을 획득했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죽고 마는데, 그의 치명적인 습관은 바로 물질마다 맛을 보는 습관이었다. (본문 63쪽)
 억울하게 ‘산소 발견자’ 타이틀을 놓친 셸레는 다행히도 ‘염소 발견자’ 타이틀을 획득했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죽고 마는데, 그의 치명적인 습관은 바로 물질마다 맛을 보는 습관이었다. (본문 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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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은 절대 평등하지 않다. 잠깐 들어서 이해되는 화학지식은 없다. 그렇다고 화학 주기율표 30 원자의 특성처럼 특별한 지식과 맞닥뜨리라는 말이 아니다. 얼마나 관심을 가지느냐에 따라 세상을 관통하는 기본적인 지혜를 얻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야 천연재료가 무엇인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뭘 써야 하는지 알 수 있다. '화학'은 '어떻게(How)'라는 답을 얻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주기율표는 시험을 코앞에 두고 이해를 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그저 외워야 하는 고통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 주기율표가 꼭 외워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생활 속의 화학을 즐기도록 도와주는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개별 원소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여 꼭 필요한 정보, 알아두면 좋을 만한 생활 화학 이야기로 신비로움과 흥미로움을 즐겨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화학제품을 만드는 업체도 일반인의 화학적 무지를 엮어 비상식이 침투할 수 있는 발판을 무기 삼아 눈앞의 이익만을 좇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작정 안전하다고 강조해서는 이제는 소비자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만화로 읽는 주기율표 - 교과서보다 재미있고 유익한 원소 118 이야기

사이토 가쓰히로 지음, 김소연 옮김, 장우동 감수, 해나무(2014)


태그:#주기율표, #화학, #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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