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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과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지난 10년 연속으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초저출산이 고령사회로의 진행을 더욱 빠르게 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저출산 대책은 합계출산율이 인구유지선인 2.1명 이하가 되었던 1983년부터 시작됐어야 했다.

이때부터 출산정책을 산아제한에서 출산장려를 바꾸었어야 했다. 그런데 거의 20년 동안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2005년 합계출산율 1.08명에 놀란 정부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하고 대대적인 재정투여를 한 이후에도 저출산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으며 2017년에는 정책투입을 시작했을 때보다 더 낮은 1.05명 수준으로 하락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저출산 기조가 달라지지 않는 이유와 원인에 대한 진단을 하루가 멀다 않게 내놓고 있다.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 여성의 고학력과 사회 진출의 증가, 초혼연령 상승, 만혼으로 인한 자녀수 감소, 일가족양립 어려움,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보육비 부담, 청년실업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같은 요인들은 모두 저출산을 초래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각각의 요인에 대해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 

문재인 정부는 제1,2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이 주로 보육정책과 관련된 예산에 집중되어 정책적 효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반성하면서 제3차 기본계획은 그 범위를 넓히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 7월 5일에 발표한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 추진방안에는 청년과 여성을 위한 양질의 안정적 일자리 확충, 워라밸 확산 및 성차별적 환경 개선, 아동을 위한 의료비 부담 완화, 공교육 강화 및 교육비 부담 완화, 비혼 출산 등 포기되는 아동이 없도록 인식 및 제도 개선 등 사회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정책들이 포함되어 있다.

실제 제3차 기본계획은 지난 10년간 두 차례에 걸친 기본 계획보다 좀 더 생애주기적이고 다양한 차원의 정책들을 아우르는 노력이 엿보인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인구절벽의 위기가 현실적으로 체감되기 시작하면서 어떤 정책이든 시도하여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표현된 것 같다.

그런데 제3차 기본계획에 열거된 종합 대책들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사실 저출산은 보육, 교육, 고용, 주거, 노후 전반에 걸친 불안, 계층별, 성별 불평등,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배제 등 거의 모든 사회 문제들이 응축되어 나타난 결과이다. 다르게 말하면 저출산은 점점 더 불안하고 불평등해지는 현실과 앞으로도 나아질 것 같지 않은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젊은 세대의 합리적 선택의 결과다. 

이미 여러 곳에서 발표된 것처럼, 한국은 GDP 기준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소위 경제적 총량으로는 발전된 국가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비 아동 및 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 장시간 노동 세계 2위, 고용안정성 최하위, 최저임금 이하 근로자 최다, 성별 임금격차 최고, 일가족양립 지수 최하위, 자살률 세계 1위, 노인빈곤율 세계 1위, 행복지수 최하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안정적인 삶의 영위가 어려운 위험상황에 놓여있다.②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구조를 근간으로 한 사회운영 방식과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을 갖추지 못한 한국 사회 복지체제는 사회구성원을 무한경쟁 궤도로 몰아넣고 있으며, 자기돌봄은 물론 가족돌봄, 공동체 돌봄을 통해 사회재생산이 이루어지는 것이 불가능한 사회가 되고 있다. 오롯이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보장받기 위해서 1020세대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는 십수 년을 경쟁적 교육 전쟁을 치러야 한다. 높은 고용불안정, 저임금노동, 치솟는 주택가격과 높은 보육비, 교육비, 생활비 등 생계비 부담으로 인해 3050세대는 장시간 노동을 감내해야 하고, 일가족 양립 혹은 일생활 균형과는 괴리된다. 

이렇게 평생을 일해도 노후는 빈곤하고 고단하다. 끊임없이 일하지만 생애에 걸친 빈곤화 위협과 중산층 생활을 영위해나가기 어렵다는 사회적 위험에 대한 판단은 결국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출산은 선택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출산 문제는 결혼기피, 출산기피로 인한 합계출산율 하락 현상으로 외화 되지만 그 근본에는 한국 사회의 불안정과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부실한 사회구조에서 비롯되었다.
 
 주요국가의 웰빙지수와 한국인의 웰빙지수
 주요국가의 웰빙지수와 한국인의 웰빙지수
ⓒ 시그나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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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사회재생산은 성평등으로부터 

따라서 제1, 2차 저출산정책의 실패를 기혼자 중심의 보육서비스 정책 중심 편향으로 진단하면서, 제3차 기본계획의 방향을 신혼부부 주택청약, 공공주택 1만호 제공, 주거비 지원 등 결혼을 좀 더 수월하게 하는 출산장려 정책으로 잡은 것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어떤 삶을 선택하더라도 평등하고, 자유롭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복지국가 시스템이 만들어졌을 때 비로소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복지국가는 세 가지 축을 통해 완성된다. 첫째, 고용시장에서의 학력차별, 성차별, 연령차별, 비정규직 등 각종 차별이 해소되고,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착취 구조가 개선되어 일을 하면 적정한 수준의 생활은 할 수 있는 사회구조가 중요한 한 축이다. 둘째, 신자유주의 하 노동시장에서의 일상화된 구조조정이나 실업, 해고, 퇴직,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을 때 받쳐주는 사회보장제도가 또 다른 한 축이다. 셋째, 어떤 가족에서 태어났는가에 상관없이 한 명의 사회구성원(아동)이 온전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아동수당 지급, 질 좋은 보육서비스 제공, 육아휴직제도 확충, 취약그룹을 위한 맞춤형 추가서비스 지원은 저출산 해결의 마지막 한 축이다. 이 세 가지 축은 저출산 해결의 트라이앵글이다. 

그러나 이 세 축이 지속가능한 사회의 선순환 동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성평등을 그 꼭짓점에 두어야 한다.③ 국가별 편차는 약간 있으나 이미 많은 선진 복지국가는 남녀 모두를 노동자이자 돌봄자로 전제한 성평등성을 정책 전반에 걸쳐 결합하고 있다. 성평등 관점에 입각하여 남녀 모두가 일하면서 돌보며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도록 전체 사회정책을 조율해 나가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 사회는 성평등 수준은 매우 미미하며, 성차별과 이중부담으로 인해 수많은 여성은 양자택일의 단절적 생애를 경험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지체된 혁명'으로 여성의 다중역할로 인한 부담이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평등하지 않는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은 물론, 과부하된 가족돌봄의 부담은 수많은 여성을 갈등과 압박에 놓이게 하고 있다. 다중역할과 과중한 책무에 늘 쫓기듯 살아가는 여성의 일상적 무게를 함께 나누는 성평등한 사회구조로의 전환이 없다면 저출산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즉 성평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속가능한 사회재생산의 트라이앵글은 완성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성평등한 복지국가 구축을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  

<각주>
① 워크라이프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의 신조어 

② 국민일보, 2018년 7월 11일, "3040세대 "부양·양육 고달파…" 한국 행복지수 또 꼴찌"

세계일보, 2018년 7월 29일, "직장·돈 스트레스에 행복지수 꼴찌…행복 찾기에 빠진 대한민국"

③ Esping-Andersen, 2009, The Incomplete Revolution, Polity Press.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송다영님은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태그:#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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