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7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지하철5호선 여의나루역 1번 출구 앞 따릉이 대여소에서 청소년들이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대여하며 안전모를 써보고 있다.
 7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지하철5호선 여의나루역 1번 출구 앞 따릉이 대여소에서 청소년들이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대여하며 안전모를 써보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이용자들에게 빌려주는 안전모(헬멧)가 4개 중 1개꼴로 분실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가 여의도 일대 따릉이 대여소 30곳에서 안전모 대여 서비스를 시작한 7월 20일부터 8월 19일까지 한달 간 비치된 헬멧 1500개의 회수률을 점검한 결과, 357개(23.8%)가 회수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 지난 6~17일 대방역과 여의나루역 등 7개 대여소 현장 모니터링 결과 이용자 1605명 중 안전모 착용자는 45명(3%)에 불과했다. 이와 별도로 여의도 일대 따릉이 이용자 1597명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설문조사에서는 위생(34%), 날씨(24%), 단거리로 불필요(22%), 헤어스타일 등 여러 가지 사유(20%) 등이 안전모을 착용하지 않는 이유로 꼽혔다.

이용률은 낮고 분실률은 높고...

서울시는 대여소마다 바구니 또는 보관함을 비치해 누구나 자율적으로 안전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낮은 이용률과 높은 분실률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폭염 등의 계절적인 요인이 안전모 이용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9월까지 상암동 일대 등으로 대여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3%에 불과한 안전모 착용률이 획기적으로 오를 지는 미지수다.

서울시 내부에서는 안전모 대여 서비스의 실패를 '예고된 참사'로 보고 있다.

2016년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이 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올해 초 국회를 통과한 뒤 행정안전부는 9월 28일부터 자전거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하겠다고 예고했다. 공공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운영하는 가장 큰 지방정부로서는 위법 논란을 비켜가기 위해 안전모 대여 서비스라는 고육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안전모를 빌리고 돌려주는 서비스의 성공을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대전시의 경우 2014년 엑스포 시민광장 등 일대에서 안전모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두 달도 안 돼 안전모의 90% 가량이 분실됐다.

대여 서비스 시행 초기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 의식이 그 정도로 낮지는 않을 것"이라고 점쳤지만, 서울시도 대전시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개당 1만 4000원에 달하는 안전모를 보관함에 다시 채우려면 시민 세금을 그만큼 써야 한다.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모 착용을 법으로 강제하는 발상은 이와 별도로 생각해볼 문제다.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모 착용을 법으로 의무화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문가들에게 묻지 않더라도 많은 이들이 "자전거를 타려고 안전모를 휴대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그런데도 안전모를 억지로 쓰게 하면 사람들은 자전거를 포기하게 될 것이다. 공공자전거 대여로 모처럼 붐이 불었던 자전거 문화의 활성화가 찬물을 맞으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시속 15km의 따릉이, 안전모 필요할까?

속도를 즐기는 자전거 매니아들은 본능적으로 안전모를 챙긴다. 자동차에 버금가는 속도로 도로를 주행하다가 돌발 상황을 만나 자전거에서 떨어질 경우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신체 부위가 머리이기 때문이다. 자전거 매니아들이 이른바 '쫄쫄이'라고 불리는 복장을 주로 입는 이유도 이 현란한 옷이 자동차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경계색'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따릉이 같은 생활 자전거는 다르다. 따릉이는 평균 시속 15km 정도의 속도를 낸다.  따릉이의 성능을 보여주겠다며 서울시가 시행 초기 서울부터 부산을 종주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지만, 따릉이는 처음부터 장거리 주행 용도로 고안된 자전거가 아니었다. 동네를 산책하는 레저용 자전거이기 때문에 경주용 자전거처럼 속도를 낼 수 없다. 사고 위험 운운하며 안전모 착용을 강제하면 공공자전거 서비스의 위축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자동차를 주로 모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자전거족들이 줄어드는 것을 환영할 수도 있겠지만, '자전거와 자동차가 함께 가는' 유럽형 교통 문화는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자전거 문화의 선진국인 유럽에서도 자전거 운전자의 안전모 착용을 법으로 강제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더구나 공공자전거에 안전모를 함께 빌려주는 서비스는 자전거 이용자가 많은 영국 런던이나 프랑스 파리 같은 곳에는 없다고 한다.

기가 막히는 것은, 내달 28일부터 시행하는 이 법에는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처벌 규정이 없으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은 법이 통과된 직후부터 나왔다. 하지만 14일 주무부처인 행안부는 9월 28일 법 시행을 앞두고 "안전모 없이 자전거를 탄다고 단속되거나 처벌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자전거 안전모 미착용을 단속할 법률 근거도 없고, 행정력도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왜 무리하게 법을 고쳤어야 했는 지 의문이 든다.

다행히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국회에서도 이 법의 재개정 움직임이 움트고 있다고 한다.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지만, 디테일을 살피지 않은 법률만능주의는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꺾고 행정력 낭비로 이어지곤 한다. 법 위반 논란을 피하려고 '억지춘향'격의 서비스를 만드는 일은 '따릉이 안전모'의 실패 하나로 끝나야할 것 같다.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