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여름이니까~ 아이스커피~ 여름엔~"

한 커피 광고의 BGM이 주문처럼 입에서 흘러나오는 시즌이다. 너도나도 손에 일회용 컵을 들고 빨대를 쪽쪽 빨며 걸어 다니는 여름! 에어컨을 찾아 카페로 향하게 되는 여름! 계절별 통계가 있는 건 아니지만,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어쩌면 여름에 더 높아지는 게 아닐까?

가뜩이나 올여름은 기상 관측 이래 최고 기온을 돌파하며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만큼 더 많은 아이스 음료, 그리고 더 많은 플라스틱 컵이 소비되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사용되는 빨대만 연간 1억 8000만 개, 17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3억 8000개를 넘어선다고 한다. 

카페가 이토록 많아지기 전, 2012년 이미 여성환경연대는 일상에서의 내 컵 사용을 독려하는 'With a cup'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 'Come on, cup on' 캠페인을 통해 폐지되었던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부활시키는 데에도 성공하였다. 많은 이들이 일회용 컵 문제에 공감하며 서명하였고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보증금 제도의 시행이 내년으로 미뤄진 사이, 여전히 카페에 가면 '자연스럽게' 음료가 일회용 컵에 담겨 나왔다. 일회용 컵은 끊임없이 제공되고, 사용되고, 버려지고 있다. 아, 이래서는 안 되겠다!

버려지고, 또 버려지는 일회용 컵

문제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일회용 컵을 제공하는 카페였다. 애초에 일회용 컵에 담아주니 플라스틱 소비는 의도치 않게 발생하였다. 다회용 컵을 요청해도 갖춰놓지 않은 곳이 많으니 소용이 없었다. 지난해 여성환경연대가 진행한 프랜차이즈 카페 모니터링에 따르면 냉·온음료에 대해 모두 다회용 컵을 갖춘 매장은 3분의 1에 불과했다. 

운 좋게 머그컵에 담겨 나오더라도 '친절하게' 컵에 빨대를 꽂아주는 매장도 많았다. '아, 그런 친절은 괜찮습니다'라고 울고 싶을 지경이었다. 텀블러를 내밀어도 당황스러워하며 용량을 맞추기 힘들어하는 점원을 마주하는 것도 뻘쭘했다. 그러니까 음료 한 잔 마시려면 집에서 텀블러를 챙겨가고, 추가 요구를 해야만 했다.

"텀블러에 담아주시구요. 빨대는 빼주세요."

플라스틱을 안 쓰고자 하는 나의 노력이 저 먼바다의 바다생물만 배려할 뿐, 되려 눈앞의 노동자를 귀찮고 번거롭게 하는 일이 되는 것만 같았다. 또한 텀블러를 미처 못 챙겨온 때도 있었고, 빨대가 필요한 음료를 먹을 때도 있었다. 플라스틱을 덜 쓰려는데 왜 더 힘들고 귀찮아야 하는 건지.

그래서 우리는 생각했다. 아, 그냥 없어도 괜찮은 곳은 어떨까? 쓰지 않으려는 사람이 존중받는 곳은 어떨까? 플라스틱 없는, '플라스틱없다방'!

계획과 진행은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여성환경연대 사무실이 위치한 여성미래센터의 1층에는 카페 바오밥나무가 있다. 사장님은 매우 호의적이셨다. 본인께서 평소에 플라스틱 없는 카페를 만들려 고민하신 바가 있었고 우리의 아이디어에 대찬성을 날려주셨다. 일회용 컵에 마시는 커피의 맛과 향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시며, 이미 바오밥나무에서는 마시고 가는 손님들에겐 다회용 잔에 음료를 내어주고 계셨다. 손님이 가져오는 텀블러는 직접 세척까지 해주셨다.

이미 반쯤 플라스틱없다방을 운영하고 계신 바오밥나무와 함께 우리는 좀 더 적극적인 행동들을 개시했다. 그 중 공을 들인 것은 바로 빨대! 플라스틱 일회용 빨대 대신 여러 가지의 다회용 빨대를 사용해보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냥 없이 살자, '플라스틱없다방'에서!
 
 플라스틱 대안생활용품 전시 코너
 플라스틱 대안생활용품 전시 코너
ⓒ 여성환경연대

관련사진보기

 
 다양한 소재의 다회용 빨대(유리, 스테인리스, 대나무)
 다양한 소재의 다회용 빨대(유리, 스테인리스, 대나무)
ⓒ 여성환경연대

관련사진보기

  
빨대야 안 쓰면 그만 아니냐, 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장애나 질병 등 반드시 빨대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있기도 했고 이미 만연한 플라스틱 빨대 속에서 빨대를 쓰고 싶다는 욕망을 아예 없애기도 어려웠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많은 종류의 다회용 빨대들이 출시되었다. 가장 인기가 많고 휴대가 간편한 건 스테인리스 빨대, 흡입구가 넓고 안전한 대나무 빨대, 예쁘고 투명한 유리빨대 등.

플라스틱없다방의 한 코너는 '대안생활용품'으로 꾸며졌다. 다회용 빨대 3종, 텀블러, 미세 플라스틱을 만들지 않는 삼베 수세미, 에코 네트백, 유해물질 없는 억새 젓가락 등을 진열하였다. 한켠에는 플라스틱 없는 월경생활을 위한 생리컵과 면생리대까지.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생활용품에 관심을 보이고 구입해갔다.

당연히 일회용 컵을 사용하려던 사람들도 이 기회에 하나 장만하며 바로 구입한 텀블러에 담아가는 풍경들도 만들어졌다. 뿐만 아니라 텀블러나 자기 컵을 사용하는 손님을 대상으로 스테인리스 빨대와 솔 세트를 선물로 증정했더니, 나름 입소문이 나서 사무실에서 텀블러를 챙겨오는 사람들도 늘었다.

그러나 플라스틱없다방에도 함정은 있었으니…. 카페에 주로 방문하는 손님들의 대부분은 점심시간에 찾아오는 인근의 직장인들이었다. 꿀맛 같은 점심시간에 카페에서 음료를 즐기다가 사무실로 가져가기 위해, 바쁘게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나가야 하기에 그들은 일회용 컵을 사용했다. 테이크아웃을 하겠다는데 일회용 컵을 못 쓰게 막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아이스 컵은 빨대를 꽂아야만 마실 수 있는 구조이다 보니 빨대 소비가 당연했다. 그래서 종이 빨대를 대량 구매했다. 일회용이므로 한번 쓰고 버린다는 점에 있어선 대단히 안타까웠지만 플라스틱보다는 분해력이 높다는 점에 있어서 대안책이 될 법했다. 일회용 컵을 애용하던 사람들도 종이 빨대를 사용하면서 플라스틱 빨대 문제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즐거운 불편' 상상은 이미 현실이다
 
 내 컵 사용 인증샷
 내 컵 사용 인증샷
ⓒ 여성환경연대

관련사진보기

온라인 홍보를 보고 멀리서부터 찾아온 분들, 플라스틱은 물론 제로웨이스트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그룹 등 2주간 짧게 진행된 플라스틱없다방은 나름! 많은 성과를 얻었다.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을 사용해야만 했던 고충과 불편함이, 이곳에서는 존중받고 당연하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행사 종료 후에도 사장님은 기꺼이 " 이거 재밌고 반응도 좋은데 계속하지 뭐" 라는 쿨한 의견을 주셨고, 카페 바오밥나무에서의 플라스틱없다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오가며 들러보시길 권한다.

굳이 플라스틱없다방이 아니더라도 곳곳에 플라스틱 프리(플라스틱제품 안 쓰기), 제로웨이스트(쓰레기 배출 최대한 줄이기)를 실천하는 카페들이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올 하반기 그러한 공간들을 발굴하고 인터뷰 다녀볼 계획이다. 또한 일반 프랜차이즈 카페 또한 플라스틱없다방이 될 수 있도록 활동해보고자 한다.

최근 환경부의 단속강화로 다회용 컵을 제공하는 매장이 늘었다. 머그컵과 유리컵에 담긴 음료들을 보고 있노라면 되려 생경할 지경이다. 여전히 일회용 컵과 빨대, 때로는 일회용 포크나 접시 등이 사용되는 매장이 있지만 변화는 시작되었고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인류가 플라스틱을 사용한 지 고작 100년이니까. 플라스틱없다방의 상상은 이미 현실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조은지 기자는 여성환경연대 활동가입니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환경오염이 여성의 몸에 미치는 영향 조사, 대안 찾기 생태적 감수성 키우기 풀뿌리 운동 전개 대안생활문화운동 전개 아시아 여성을 위한 희망무역사업 전개 여성환경활동가의 자기개발과 네트워크 지원

이 기자의 최신기사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