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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3월 합숙 형태로 진행되는 서울여대의 교양필수과목인 '바롬인성교육'의 개선을 권고했으나 서울여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23일 발표했다. 사진은 바롬인성교육을 받고 있는 서울여대 학생들의 모습.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3월 합숙 형태로 진행되는 서울여대의 교양필수과목인 '바롬인성교육'의 개선을 권고했으나 서울여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23일 발표했다. 사진은 바롬인성교육을 받고 있는 서울여대 학생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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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 아래 인권위)가 합숙방식으로 진행되는 서울여대 교양필수과목에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합숙방식 폐지, 선택과목으로 전환 등의 개선안을 학교에 권고했으나, 서울여대는 이를 거부했다.

서울여대 교양필수과목인 '바롬인성교육'은 1~3학년까지 매년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이다. 특히 1학년은 3주, 2학년은 2주 동안 바롬인성교육관에서 합숙하며 외출·복장 제한, 음주·흡연 금지 등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바롬'은 친일 행적으로 비판을 받기도 한 고황경 서울여대 초대 학장(총장)의 호이다.

해당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오후 7시까지 교육관에 입소해 오후 9시까지 교육을 받으며, 오후 10시까지 생활교육교사와 면담한 뒤 취침할 수 있다. 이때부터 학생들은 외출할 수 없으며, 기상 후 오전 7시 15분부터 오후 8시 45분까지 영어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후 학생들은 개별 수업을 들은 뒤 다시 오후 7시에 교육관에 들어가야 한다.

수강기간에는 자체적으로 마련된 생활규정을 따라야 하는데, 이를 어길 시 감점 및 재수강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재수강 처분(F)을 받은 후에도 이수 중이던 교육은 끝까지 받아야 한다. 이 과목의 생활규정 및 감점 내용은 아래와 같다.

▲ 교육에 부적합한 복장(슬리퍼, 수면바지) -1점 ▲ 인화물질 소지 및 점화 -2점 ▲ 음식물 반입 및 섭취(외부음식, 배달음식 등) -2점 ▲ 도박(금품을 걸고 행함) -2점 ▲ 음주 후 귀관 -5점 ▲ 흡연자, 음주자, 음주 동석자, 증거물품 발견 F

또 생활규정을 위반한 수강생은 경위서(2017년부터 사실확인서로 명칭 변경)를 작성해야 한다. 생활교육조교가 프리허그 또는 하이파이브로 음주·흡연 여부를 확인하는 등 다소 황당한 상황도 벌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 "친일 총장 리포트 써야" vs 학교 "업적 작성 요구 안 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3월 합숙 형태로 진행되는 서울여대의 교양필수과목인 '바롬인성교육'의 개선을 권고했으나 서울여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23일 발표했다. 사진은 바롬인성교육을 받고 있는 서울여대 학생들의 모습.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3월 합숙 형태로 진행되는 서울여대의 교양필수과목인 '바롬인성교육'의 개선을 권고했으나 서울여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23일 발표했다. 사진은 바롬인성교육을 받고 있는 서울여대 학생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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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지난해 3월 서울여대 한 학생의 진정서를 접수해 조사에 나섰다.이 학생은 진정서에서 "바롬인성교육이 필수교양과목으로 지정돼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외출·외박 등의 자유 시간 및 음주·흡연 등을 통제당했다"라며 "또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어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바롬인성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 관련자로 분류한 고황경 서울여대 초대 학장의 업적과 리더십에 대한 리포트를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라며 "서울여대가 양심의 자유에 반하는 행위를 강제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합숙기간 동안 16명이 한 숙소에서 자고 같은 샤워실을 써야 하는 환경 때문에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경험했다"라며 "바론인성교육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였으나 학교가 게시자의 하락을 받지 않고 철거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여대 측은 "바롬인성교육은 개교 이래 56년간 실시하고 있으며 합숙교육으로 운영되는 생활학습공동체 기반 생활교육과정"이라며 "학습기간 중 토요일 오전 5시부터 일요일 오후 10시까지 외출 및 외박이 가능하고 평일에도 오후 7시까지는 외출이나 개인활동이 가능하며 또한 학과장 등의 확인을 거친 경우는 학과 관련 야간작업 등도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리포트는 서울여대의 역사와 비전에 대한 내용으로 작성하게 하며 초대 학장 개인 업적에 대한 작성을 요구하지 않는다"라며 "비판 대자보는 지정게시판이 아닌 곳의 것만 철거했고, 지정게시판 등에 적절하게 붙인 대자보는 철거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또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 등의 이유로 바롬인성교육 참석이 어려운 학생은 규정상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수강을 연기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인권위 "서울여대, 권고 수용하지 않아... 관련 내용 공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3월 합숙 형태로 진행되는 서울여대의 교양필수과목인 '바롬인성교육'의 개선을 권고했으나 서울여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23일 발표했다. 바롬인성교육이 진행되는 바롬인성교육관에 '창의공간'이란 글씨가 적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3월 합숙 형태로 진행되는 서울여대의 교양필수과목인 '바롬인성교육'의 개선을 권고했으나 서울여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23일 발표했다. 바롬인성교육이 진행되는 바롬인성교육관에 '창의공간'이란 글씨가 적혀 있다.
ⓒ 서울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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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지난해 6월 학생 218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이후 서울여대 측의 의견도 수렴했다.

인권위는 ▲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고 모든 학생이 반드시 교내 교육관에 합숙하는 것 ▲ 교육관 합숙 기간 동안 내부지침에 따라 외출, 외박, 음주 및 흡연, 외부음식 반입 및 섭취 등이 규제되는 것 ▲ 지침을 위반한 학생들에게 학점과 관련해 불이익을 주는 것 등이 "헌법상 보장된 일반적 행동자유권 및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결론 내렸다. 다만 진정서를 낸 학생이 지적한 교육시설 과밀 수용, 초대 학장 관련 리포트, 대자보 철거 등은 "인권침해에까지 이르는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인성교육을 진행함에 있어 강제적인 합숙 방식을 폐지하거나 합숙 방식을 유지하더라도 필수과목이 아닌 선택과목으로 전환하라"라며 "또는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운영하더라도 합숙 여부에 관한 학생들의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하라"라고 지난 3월 서울여대에 권고했다. 또 "성인인 대학생들의 일상생활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인성교육 내부지침을 점검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한을 완화할 것을 권고한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서울여대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여대 측은 "인성교육은 학교 개교 당시부터 이어져왔으며 높은 교육적 성과를 내고 있어 대외적으로 우수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인정받았다"는 의견을 인권위에 전했다. 이어 "별도의 정책연구를 통해 교육내용과 운영지침을 개선하겠다"라면서도 "기존 합숙형 필수과목 형식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23일 인권위는 "서울여대가 교육내용과 운영지침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하더라도 당초 권고 취지와 달리 여전히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합숙 형식으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은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법 제 25조 5항에 따라 이 내용을 공표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발표했다.


태그:#서울여대, #바롬, #인성교육, #합숙, #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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