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집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세 번째, 이번엔 성북주거복지센터 김선미 센터장을 만났다. 성북주거복지센터는 각 구에 있는 다른 주거복지센터에 비해 11년이라는 오랜 시간동안 주거복지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단체다.

그래서인지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동네 주민들이 센터를 쉼터로 생각하고 방문하는 느낌이랄까. 직원들은 주민 상담 때문에 바쁜 상황에서도 방문하는 주민들에게 커피 한잔을 건네면서 따뜻하게 맞이했다. 처음 방문하는 내게도 시원한 물 한잔을 대접해주었다. 사소한 행동일 수도 있지만, 나는 물 한잔에서 이곳이 추구하는 사람 공동체의 방향을 볼 수 있었다.

지난 13일, 주거상담이 끝나자마자 만난 센터장은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네, 저는 성북주거복지센터에서 일하는 김선미입니다.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책임간사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 주거문제 해결 활동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빈곤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국책연구기관에서 빈곤 정책 연구원으로 활동했어요. 제가 주거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0년 즈음에 노숙인 쉼터에서 하는 재활 프로그램에 도움 요청이 왔을 때였어요. 그 때 처음 노숙인분들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함께 대화도 나누고, 시간을 보내면서 제 관심은 점점 주거문제로 가더라고요. 아무래도 제가 만난 사람들은 결국 주거문제에 당면한 사람들이었으니까요. 그 이후로 연구실 책상에 있기보다는 실제 현장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이렇게 주거복지센터로 오게 되었어요."

-성북주거복지센터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이곳은 2007년부터 운영된 곳이에요. 벌써 10년이 넘은 단체라 성북구에서 주거문제가 생기면 바로 저희 센터로 연락이 올만큼 성북 지역의 터줏대감이 되었죠. 이 단체가 생긴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에는 서울 대부분의 지역이 재개발 지역이었어요. 그러다보니 건물에 문제가 생겨도 임대인들이 수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고, 임차인들은 수리된 집에서 살기는커녕 재개발 때문에 임대료가 올라가서 쫓겨나야 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 것이죠.

이런 상황을 그냥 보고 있을 수는 없다 싶어서 관악주민연대, 위례시민연대, 주거복지단체 등이 모여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금 일어나는 주거문제를 해결해볼 '주거복지센터'를 만들어보겠다"고 제안을 했죠. 그렇게 재원 지원을 받아서 '주거복지센터'를 세우고, 체납된 임대료 지원도 하고, 집수리도 하면서 주거복지사업을 시작했죠. 그런 일들의 성과가 나타나면서 서울시가 2012년 서울시주거복지기본조례를 만들고, 조례 안에 주거복지센터 설치가 들어가요. 2013년에는 서울시 공모를 거쳐서 10개소가 서울시의 위탁운영 방식으로 활동하게 되었죠. 그 때 성북주거복지센터도 10개 소 중에 하나였고요. 지금도 서울시에 위탁을 받아서 운영하고 있어요."

 성북주거복지센터 모습
 성북주거복지센터 모습
ⓒ 김환주

관련사진보기


- 이 곳에 오신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제가 2012년 말에 왔으니까 햇수로 6년 정도 되었네요."

-성북주거복지센터에서 활동하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2000년대 중반까지 연구원 생활을 했는데, 동시에 '나눔과 미래'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었어요. '나눔과 미래'는 주거복지를 위해 만들어진 법인이에요. 조직도를 보면 노숙인 쉼터, 저소득층이 모여 만든 집수리 사업단도 있고요. 일과 주거가 함께 병행되는 모습이 좋아서 운영위원 직을 맡았고요. 그러던 중에 "성북주거복지센터를 설립하려고 하는데 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래서 연구원직을 내려놓고 현장 서비스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센터에서 활동하시면서 부딪히는 갈등 혹은 문제가 있다면?
"센터 활동을 하면서 답답한 것들이 많죠. 주로 제도가 미비해서 생기는 것들인데요. 성북구에는 민간 임대주택이 많아요. 공공 부문에서 (주택을) 세우거나, 매입을 해서 재임대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도심이랑 가까워서 집값도 비싼데다가 민간 주택의 세입자로 사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임대료 체납된 분들을 상대로 상담을 많이 하고 있어요.

주거급여가 있긴 하지만 1인 임차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이 21만 3천원이에요. 그런데 고시원만 가도 월세가 30만원 가까이 돼요. 이런 상황을 보면 제도가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죠. 이런 제도 내에서는 저희가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결국 임대인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는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요. 턱없이 부족한 주거급여나 비싼 청년역세권주택에 대해서 개선해달라고 말하는 것이죠."

- 연구원 생활과 비교했을 때 현재 일은 어떠하신가요?
"개인적으로 이전에 국책연구기관에서 보고서를 쓰고 정책을 연구했던 것보다 지금 하는 일이 훨씬 더 힘이 붙는 것 같아요. 연구원일 때는 데이터 분석이나 조사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현장을 다니기가 어려웠어요. 연구실에서 데이터만 보고 있다 보니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기도 했고요. 가끔씩 노숙인 인권 옹호 활동을 하면서 현장감도 갖고, 답답함도 풀 수 있었긴 하지만, 연구원과 외부활동을 동시에 진행하기엔 너무 힘든 일이었어요. 물론 지금 하는 일도 힘들긴 하지만 만족감은 정말 커요. 현장에서 직접 마주하다보니까 글을 쓰더라도 과거보다 훨씬 당당하고 힘 있게 쓸 수 있는 것 같고요."

-센터에서 활동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다면?
"거의 다 기억이 남아요. 저희가 드리는 도움에 비해 너무 크게 감사를 표하는 분들이 계세요. 아침에 달걀을 삶아 주시기도 하고, 과일이나 박카스라도 사주시는 분들도 있고요. 흔히 가난한 사람들은 게으르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매번 저희 센터에 오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가시는데요.

한 사례만 말씀드리자면, 쪽방에 사시는 어르신이 저한테 전화가 온 적이 있어요. 정말 추운 한 겨울에 임대인이 나가라고 하는 상황이었던 거예요. 월세도 내고 있는데, 방에 구멍까지 내면서 쫓아내려고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전화를 받자마자 얼른 달려갔는데, 정말 문에 구멍이 크게 나 있었어요. 어르신은 전기담요를 꽁꽁 몸에 두르고 떨고 계셨고요. 임대인은 어르신을 내보내는 조건으로 건물을 팔았는데, 어르신이 나갈 의지가 없으시니까 구멍을 내고 방에 있는 물건을 다 빼내려고 했던 것이죠. 어르신은 한겨울에 갈 곳은 없어 막막하고, 이렇게 쫓겨나는 게 화도 나서 계속 쪽방에서 버티신 것이고요. 해당 임대주택신청을 도와드리고 주택을 물색해 옮겨가시도록 도와드렸죠. 알려드리고 그 쪽으로 주거지를 옮겨드렸죠. 지금은 잘 지내고 계세요. 그 동네에서 장애인들을 도와주기도 하고, 주거문제가 생기면 같이 옆에 있어주기도 하시더라고요. 그 어르신이 행상이셨는데, 좋은 물건이 있으면 저희한테 나눠주시면서 고마움을 표시하시기도 하셨어요. 기도문을 보내주시기도 하고요.

저희는 원래 하는 일일 뿐인데, 어르신은 '내가 이런 힘든 처지를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이 없었는데 들어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셨어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희도 보람 있고 감사하죠."

- 그 임대인은 어떻게 되었나요?
"그 건물 팔았죠. 중국인 관광객 전용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해서 쓴다고 하더라고요. 대부분 쪽방 촌이 그런 이유로 헐려요. 가난한 사람들을 상대하느니 차라리 게스트하우스를 지으면 이익이 많이 생기니까요. 쪽방이 헐리고 게스트하우스가 많이 생길수록 주거약자들은 갈 곳이 없어져요. 빈 쪽방이 없어지니까 임대료가 점점 올라가거든요."

- 그런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제도는 없는 건가요?
"없죠. 이런 문제에 공공기관이 개입하라는 게 저희의 요구사항이에요.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제대로 된 제도가 필요해요. 사실 쪽방이 사람 살기가 열악한 측면이 있지만, 순기능이 있어요. 보증금 없이 갈 수 있는 유일한 거처가 쪽방이거든요. 거리 노숙으로 가지 않도록 돕는 역할도 해요. 쪽방은 일세도 가능해요. 하루에 8000원에서 1만원 사이 정도면 잠시라도 머무를 수 있기 때문에 지역 사회로 진입하는 발판 역할도 해주는 것이죠. 때문에 거리에서 지역사회로 요컨대 건물을 매입해서 리모델링해 저렴주거로 사용하라는 게 저희 요구 중 하나예요.

외국에는 정부가 임대인에게 개조비용을 지원해서 주거취약계층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마련하는 제도도 있어요. 이런 사례들을 따져봐서 우리나라에도 시행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답답하죠."

- 성북구라서 장위동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주거복지센터 차원에서 하고 있는 지원책이 있나요?
"장위동 내의 세입자를 위한 지원활동을 하고 있어요. 지금 장위동을 거의 10구역 넘게 재개발지역으로 설정해놓고 아파트가 세워지고 있거든요. 갈 곳도 없고, 보증금도 모자란 상태에서 쫓겨난 임차인들이 저희 단체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어요. 그래서 머무를 수 있는 주택을 같이 찾아보거나 이사를 할 때 도움을 드리는데요. 재개발 조합이 (임차인한테) 이주보상 대상이면 이사비 지원은 안한다는 거짓말을 할 때도 있어요. 이주보상 대상이어도 이사비는 지원해야 하는 게 맞는데, 그런 사실을 모르고 쫓겨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죠. 그럴 때 저희가 (임차인한테) 사실대로 알려드리죠. 사업시행일 이후에 들어온 임차인에게는 이사비 지원 된다고. 이 정도 지원을 하고 있어요. 이런 거짓말이 통용되지 않도록 구청과 같은 공공기관이 제재 조치를 취해주면 좋겠어요."

-본인에게 '주거'는 무엇인가요?
"흔한 캐치프레이즈인데, 집은 인권입니다.(웃음) 집은 나를 보호해주는 물리적인 구조거든요. 거리 노숙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맨바닥에서 주무시는 분은 거의 없어요. 돗자리를 깔고 박스로 벽을 만들어서 주무시거든요. 결국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떤 조치들을 취하는 것이죠. 집은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 집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에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집은 내 삶의 기본 조건인데, 내 재산 증식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이런 사회 통념에서는 서민들의 집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요. 그럴수록 저로서는 집이 삶의 기본조건 정도로 보는 시각이 널리 퍼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죠. 한 마디로 '집이 투기나 투자 대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죠. (웃음)"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지금까지 저희가 해왔던 일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겠죠? (웃음) 사실 오시자마자 물 한잔 드렸잖아요. 그게 저희 철칙이에요. 시원하게, 따뜻하게 물 한잔이라도 편하게 먹고 갈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곳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고요. 주거복지센터의 활동이 홈리스에 대한 시선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해요."

- 홈리스에 대한 시선을 넓힌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지금 우리 사회에서 홈리스를 보는 시선이 좁아요. 지금은 조금 넓어진 편이지만, 최근까지만 해도 홈리스의 범위는 거리 노숙인, 노숙인 시설에 있는 사람 정도에 불과했어요. 임대료가 체납된 사람들, 아동복지시설에서 퇴소해서 갈 곳 없는 사람들, 병원비 때문에 집을 팔고 나온 사람들 모두 홈리스로 보아야 해요. 다시 말해서 거처가 불안한 사람들, 거처를 잃을 위기에 놓인 사람들, 거처를 잃은 사람들, 이렇게 홈리스의 상태를 넓게 봐야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있어요.

노숙인 수를 발표할 때 거리 노숙인과 노숙인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 정도만 집계하는데, 외국은 그렇지 않아요. 더부살이 하는 사람도 소득기준이 낮으면 홈리스 대상에 들어갈 수 있어요. 난민도 포함되어 있고요. 이처럼 홈리스 상태를 다양하게 규정해서 지원책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죠. 다양하고 적합한 정책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저희의 역할이죠. (웃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사실 주거복지는 복지 영역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요. 사회복지사업법에서 말하는 사회복지사업들이 있는데요. 한부모가족 지원, 장애인복지, 아동복지 등 20개 넘게 명시되어 있어요. 그 안에 '주거복지'는 포함되어 있지 않아요. 저희가 하는 활동은 '복지'가 아니라 '주택'에 들어가죠. 공공영역에서는 '주거복지' 개념이 자리 잡혀 있지 않은 것이죠. 그동안 공공영역은 주택을 공급하는 것에 집중하느라 공급자들을 많이 만났을 것이고, 그러다보니 주택 안에서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는 아직 만나보지 못한 게 아닐까 싶어요. 앞으로 공공이 주거복지에 대한 이해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김선미 센터장(왼쪽)과 필자(오른쪽)
 김선미 센터장(왼쪽)과 필자(오른쪽)
ⓒ 김환주

관련사진보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