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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출소 8일만에 검찰 소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양승태 사법부와 재판거래 의혹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지난 9일 건강상 이유로 조사에 출석하지 않고 두 번째 소환에 응했다.
▲ 김기춘, 출소 8일만에 검찰 소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양승태 사법부와 재판거래 의혹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지난 9일 건강상 이유로 조사에 출석하지 않고 두 번째 소환에 응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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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민사소송을 두고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사법부가 거래한 의혹이 짙어지는 가운데 2014년에도 '삼청동 비밀회동'이 한 차례 더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검찰은 일본 전범기업의 변호인과 청와대 사이에 소송에 대한 합의가 있었던 정황도 확보했다.

21일 검찰 관계자는 취재진과 만나 "2013년뿐만 아니라 2014년에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청와대 정무수석, 관계부처 장관 등을 비서실장 공관으로 불러 재판 진행 상황과 향후 방향에 대해 협의한 부분에 대해 자료와 진술을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비서실장은 2014년 하반기 조윤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박병대 처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을 자신의 삼청동 공관으로 불렀다. 앞서 2013년 12월 1일 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윤 전 장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참석했던 '1차 비밀회동'보다 더 많은 숫자의 관계 부처 장관들이 모여들었다. 검찰은 이들이 이 자리에서 일제 강제징용 민사소송의 결론을 미루는 등 사실상 소송을 무력화하는 세부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2014년 회의 주제는 해당 소송의 전원합의체 회부를 위한 명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라며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자는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김 전 실장 또한 검찰 조사에서 두 차례의 회동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모임이 있었던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김 전 실장도 인정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피고였던 일본 전범 기업의 변호인과 박근혜 청와대 사이에 협의가 있었던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 관계자는 "2013년 말부터 2016년 말까지 법원행정처 간부들과 외교부 간부들이 여러 차례 접촉했고, 피고 측(전범 기업) 변호인과 청와대와의 협의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외교부에게 전범 기업에 유리한 방향의 의견서 제출을 요청하면 외교부가 2016년 11월까지 대법원에 의견서를 내는 방안이었다.

대법원, 규정까지 바꿔가면서 전범 기업에 귀 기울였나

 2014년 3월 4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청와대에서 퇴임하는 차한성 전 대법관에게 청조근정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2014년 3월 4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청와대에서 퇴임하는 차한성 전 대법관에게 청조근정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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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획은 그대로 실행됐다. 대법원은 2015년 초,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해 관계기관이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이 소송에서 전범 기업의 변호인단은 외교부에 의견을 낼 것을 촉구했고, 외교부는 2016년 11월 의견서를 제출했다. 민사소송규칙이 개정된 뒤 적용된 첫 사례였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이 과정이 보고됐다고 보고 있다. 또, 검찰 관계자는 "외교부의 의견서 내용을 협의한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태평양전쟁 강제동원 피해자 9명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각각 2005년, 2000년에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재판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이미 소멸된 점 등을 이유로 일본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012년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고, 이 소송은 2013년 8월 9일 다시 대법원으로 올라온 상태였다.

그러나 논의대로 선고는 기약 없이 미뤄졌고, 지난 7월 2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어가 현재까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 9명 가운데 7명이 사망했다. 사법부는 소송규칙을 바꾸고, 몇 차례의 비밀회동을 가지면서까지 일본 전범기업 입장과 청와대 민원을 들어줬으나 강제징용 피해자 측에는 어떠한 접촉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원고를 접촉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며 "그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법원행정처는 해당 소송의 재상고심을 미룬 데 의도가 없었다는 해명을 내놨다. 통상적으로 새로운 쟁점이 없는 경우, 대법원은 파기환송심 결과를 그대로 받아 신속하게 선고한다. 그러나 20일 대법원 관계자는 "심리불속행 기각(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 판결 선고는 불가능했다"며 다음날 외국송달 현황을 공개했다.

국외송달이 늦어지면서 4개월 기한인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겼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법원 2013년 8월 9일 재상고심이 접수된 뒤 3개월이 지나서야 일본 기업에 상고기록 접수를 통지했다. 심리불속행 기간을 불과 20여 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절차 진행을 시작한 것이다.

또, 법원은 여전히 관련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은 관련 자료 제공을 하고 있지 않다"라며 "기조실 문건 등은 확보돼 있지만 국제심의관실이나 담당자들에 대한 자료 접근은 법원이 거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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