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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실질적 컨트럴 타워는 국정원"

지난해 11월 진선미 의원의 말이다. 이명박 정권 시절 원세훈의 국정원은 단순 정보수집만이 아니라 실질적 지휘, 실행의 전위부대였다는 것이 진선미 의원의 지적이다.

이러한 내용을 뒤받침 해 주는 문건이 지난 7월,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문건은 국정원이 2008년 12월부터 2010년 6월까지 민간단체, 전문가, 종교계 등을 사찰한 주요 내용이 정리된 한 장짜리이다. 문건에는 '청와대(정무, 민정, 국정기획수석 등)에게 보고'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 문건을 통해 국정원이 민간인 사찰이라는 위법을 저질렀다는 것이 명확해 졌다.

그러나 이 문건에는 몇 가지 의문점이 있다.

첫째, 2010년 6월 이후에는 민간인 사찰을 하지 않았을까? 그해 7~8월, 환경단체는 남한강 이포보, 낙동강 함안보 점거농성을 벌였다. 2011년에도 야당, 환경단체들과 시민들이 현장 항의 방문을 이어갔다.

2012년부터는 '녹조라떼', '물고기 떼죽음' 등 4대강사업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속출해, 야당과 환경단체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그에 따라 당시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 반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국정원이 사찰을 그만뒀을까? 국정원법 공소시효를 고려해서 일부만 공개한 것은 아닌가?

둘째, 4대강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 문건에는 '환경단체 핵심인물(24명)의 신원자료 및 개인비리 수집', '사회, 환경, 종교단체 주요 반대인물 20명', '학계 내 주요 반대 교수들의 동향 수집'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이는 국정원이 4대강 반대 인사 리스트, 즉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주요 반대 교수들'로만 표현해, 사찰 대상 교수가 몇 명인지 알 수 없게 하는 꼼수를 썼다.

셋째, 4대강 블랙리스트가 국정원에서만 사용됐을까? 대표적인 4대강 반대 전문가인 A 교수는 별 다른 이유 없이 국가연구 프로젝트에서 배제되는 일이 있었다. B교수는 검찰의 뒷조사를 당했다. C 교수가 정부부처, 언론사, 민간단체 공동 주최 환경상 후보로 올랐을 때, 정부부처는 기를 쓰고 반대했고, 수상이 결정되자 급기야 공동주최에서 빠지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국정원이 작성한 4대강 블랙리스트가 정부 부처, 국책기관 등으로 퍼졌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닌가?

넷째, 공직사회 사찰 내용을 빠져 있다. 2009년 초 모 언론에서 '국책연구기관의 4대강 수질 악화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도했다. 관계 부처 관계자에 따르면, 이때 이명박이 노발대발해서 국정원을 통해 정보 누출자를 색출하라 지시했다고 한다.

국가부처 모 인사는 민간단체 인사를 만나고 난 다음날, 국정원이 '무엇 때문에 만났냐?', '무슨 얘기를 했냐?'며 캐물었다고 한다. 공직자의 개인비리를 쥐고 흔들었다는 얘기도 나오는 등 공직사회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 의혹이 있지만, 국정원은 이에 대해 언급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지역 주민, 즉 농민 사찰한 정황도 있지만, 이 또한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꾸려졌고, 그 산하에 국정원 적폐청산TF가 생겼다.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원을 방문해 적폐청산과 개혁성과를 격려했다는 보도가 있다.

그러나 '과연 국정원 개혁이 성공적일까?'라는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국정원은 4대강 관련한 자신의 위법을 아주 일부 드러냈다. 그것도 공소시효가 지난 내용만 공개했다는 지적과 함께. 이건 국정원의 4대강 적폐청산이 아니라 '꼼수'로 보이는 건 무슨 이유일까? 현 정권 내에 4대강 관련해 국정원이 꼼수를 부려도 용인해주는 세력이 있는 건 아닐까?

지난해 1월 문체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해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여러 정황들은 국정원이 4대강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또한 이를 활용한 것으로도 보인다. 그럼에도 국정원은 여전히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 정부에서 4대강 적폐청산은 잘 되고 있는가? '시작한 게 없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뭘까?


태그:#4대강,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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