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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BMW 공식 딜러의 서비스센터에 주차돼 있는 긴급 안전진단 서비스 대상 차량들.
 1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BMW 공식 딜러의 서비스센터에 주차돼 있는 긴급 안전진단 서비스 대상 차량들.
ⓒ 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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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화재) 사전증상은 없었지만, 불안함 때문에 왔습니다."

지난 1일. 인천시 송도동과 서울시 서초동 두 곳의 베엠베(BMW) 서비스센터에서 만난 4명의 운전자들은 하나같이 불안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들은 모두 최근 잇단 화재로 리콜(시정조치)이 실시된 BMW 차종의 소유주로, 긴급 안전진단을 받기 위해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BMW 통합 센터인 바바리안모터스 송도 콤플렉스의 서비스센터 직원들은 오전 10시도 안된 이른 아침부터 상당히 분주해 보였다. 2층의 고객 대기실에도 이미 십여 명의 운전자들이 자신의 차량 점검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면, 1층과 3층에 마련된 BMW와 고급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의 전시장은 서비스센터와는 시간이 다르게 흐르고 있었다. 월요일 오전임에도 서비스센터 직원들은 쉴 새 없이 고객들을 맞았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왼쪽의 전시장과 오른쪽의 서비스센터 직원들의 업무량 차이는 분명해 보였다.

10시가 지나자 서비스센터 안에 입고된 차량은 33대에 달했다. 빈자리는 한 곳도 없었으며 이중 3대만이 BMW의 고급 수입차 브랜드 미니(MINI)의 차량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센터를 찾는 이들은 더욱 많아졌다. 서비스센터와 주차장에서 차량을 관리하는 직원들의 발걸음도 더욱 분주해졌다.

이날 긴급 안전진단을 받은 2016년식 520d의 소유주, 안 아무개씨는 "지금까지 전조증상 나타난것은 없었으나, 차량 주행을 하기가 솔직히 불안하다"면서 차량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함을 나타냈다.

그는 서비스센터의 담당 직원(어드바이저)로부터 긴급 안전진단을 통해 리콜 부품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발견된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교체하게 된다고 안내를 받았다. 단, 개선된 부품이 아닌 구형 부품이다.

속타는 BMW 운전자들 "일단 구형 부품으로? 신형 부품은 10월에나 가능"

1일 잇단 차량 화재 사고로 긴급 안전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BMW 공식 딜러의 서비스센터.
 1일 잇단 차량 화재 사고로 긴급 안전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BMW 공식 딜러의 서비스센터.
ⓒ 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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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씨는 "구형 부품으로 일단 변경한 뒤 정식 리콜이 시작되는 8월 20일 이후에나 개선된 부품으로 교체 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면서 "그렇다고 해도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 같고, 긴급 안전진단도 임시방편에 불과할지 모르니까 운행하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정식 리콜이 시작되더라도 걱정이다. 집 근처의 송도 서비스센터는 8월 20일부터 9월까지 벌써부터 예약이 다 차버렸기 때문이다. 안 씨는 "센터에서는 (화재 발생의) 확실한 원인이나 문제점도 모르는 것 같다"면서 "개선품으로 교체하려면 10월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하길래 걱정을 했더니 화재가 날 경우 신차로 교체해준다는 말뿐, 인명 피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대차 서비스도 못미덥다. 그는 "정식 리콜도 하루 안에 작업이 마무리 된다고 하지만, 이것도 차가 몰리면 자체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데, 대기자가 많을 경우 대차 서비스가 가능할지 의문이다"라고 우려했다. 평소 일반 점검을 위해 서비스센터를 방문했을 때도 안내 받았던 시간보다 한, 두 시간 정도 대기시간이 더 길었다는 것이다.

중고차 가격 하락도 고민스럽다. 그는 "차를 팔고 싶어도 중고차 가격이 똥값이 됐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고쳐가며 타야 하는데, 안전에 대한 불안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아무리 할인해도 다음 차로 BMW는 안타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2016년식 520d 엑스(X)드라이브를 타는 김 아무개 씨도 여름 휴가를 앞두고 불안함에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 그 또한 불이 붙은 차량들에서 나타난 증상을 겪지는 않았지만, 화재에 대한 걱정을 떨칠 수 없었다. 김 씨는 "어제까지 잘 탔지만, 여름 휴가 때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는데 불안해서 급하게 예약을 잡고 왔다"고 밝혔다.

화재불안, 못 미더운 대차 서비스, 중고차 하락 등 소비자 불신 계속

1일 잇단 차량 화재 사고로 긴급 안전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BMW 공식 딜러의 서비스센터.
 1일 잇단 차량 화재 사고로 긴급 안전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BMW 공식 딜러의 서비스센터.
ⓒ 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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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낮 기온이 38.5도로 111년 기상관측 사상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던 오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간임에도 서초동에 위치한 서비스센터 또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여러 브랜드의 서비스센터가 몰려있는 골목이었지만, 이날은 유달리 BMW 차량의 통행이 많았다.

이곳에는 BMW의 공식 판매사 한독모터스의 서초패스트레인서비스센터와 서초중앙서비스센터, 코오롱모터스의 교대서비스센터가 위치해 있다. 이 중 한 곳을 이용한 서 아무개 씨는 420디 그란쿠페 2017년식을 갖고 있다. 서 씨는 그 동안 불 난 차량이 520d에 집중돼 있기에 이번 사태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 7월 31일, 경인고속도로에서 그의 차와 같은 차종에서 불이 붙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방에서 서울로 복귀 중이던 그에게 마침 그 장소를 지나던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어 BMW로부터 긴급 안전진단과 리콜 안내 문자가 왔다. 불안해지기 시작한 서 씨는 곧바로 예약도 없이 서비스센터를 찾아 차량을 맡겼다. 다행히도 결함으로 추정되는 배기가스재순환장치인 이지알(EGR)에 별다른 이상이 없어 안전하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이날 오전 그는 친구로부터 420d의 화재 사고 소식과 안부 연락을 또 받았어야 했다.

더불어 서초동에 위치한 3곳의 서비스센터 관계자들은 모두 이전 긴급 안전진단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긴급 안전진단 서비스 이용을 위해 입고된 차량과 작업 완료 대수를 물었지만, 센터 직원들은 입을 모아 "BMW 쪽에 직접 물어보셔야 한다"고 답했다.

구형 부품 교체에 대해 BMW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구형에 문제가 있어서 신형(G30)에 적용된 개선품으로 바꾸는 리콜을 하는 건데, 담당 어드바이저가 말을 잘 못한 것 같다"고 부인했다.

한편 2일 또 한 대의 BMW 520d에서 불이 붙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전 11시 50분 즈음 강원도 원주시의 영동고속도로 강릉방면을 달리던 520d 차량에서 불이 났다.

운전자의 진술에 따르면 주행 중 가속 페달이 작동하지 않았으며 정차 직후 엔진 부분에서 불길이 인 것으로 전해졌다. BMW에서는 리콜 실시와 이에 앞서 긴급 안전진단으로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정식 리콜이 시작되기도 전까지 차량 화재가 발생하고 있어 논란이 가라앉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1일 잇단 차량 화재 사고로 긴급 안전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의 BMW 공식 딜러의 서비스센터.
 1일 잇단 차량 화재 사고로 긴급 안전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의 BMW 공식 딜러의 서비스센터.
ⓒ 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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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BMW, #520D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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