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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소방차를 이용해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소방차를 이용해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 National Volunteer Fire Counc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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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도 가까운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며칠 전 필자가 근무하는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에서도 하루 13명의 미군이 외부 활동이나 훈련 도중 탈진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무더위는 열사병, 탈진, 경련, 열부종 등 다양한 질환들을 유발한다. 게다가 살인적인 더위는 심혈관 질환이나 뇌졸중 발병의 위험을 안고 있다. 이런 더윗병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상황에 맞는 응급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무더운 여름에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시원한 곳에서 자주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현장을 뛰는 소방관들에게는 이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날씨에 안전을 위해 착용한 방화복과 공기호흡기 등은 소방관의 체온을 높인다. 체감온도가 40도를 훌쩍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체온이 지나치게 올라가는 경우, 현장 활동을 하는 소방관들의 체력과 판단력이 저하되기도 한다.

아무리 소방관이라도, 무더위를 무작정 견뎌선 안 된다

무더위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안내 포스터
 무더위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안내 포스터
ⓒ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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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날씨와 상관없이 일과표에 따른 훈련만을 강조하거나 현장 활동 도중 적절한 예방 조치를 취하지 못해 안타까운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1997년 캘리포니아와 2009년 텍사스에서 소방대원이 훈련과 현장활동 도중 열사병(Heat Stroke)으로 순직한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미국방화협회(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 아래 NFPA)'에서는 소방관들이 폭염에 대비하고 예방하는 방법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NFPA 기준 1584를 보면 소방대원들은 온열질환에 대한 몸의 변화와 증상에 대해서 정보를 제공받아야 한다. 또 수분섭취의 중요성과 영양 관리 등에 대해서도 교육받아야 한다. 물론 당분이나 카페인이 있는 음료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

한편, 자신의 몸 상태나 피로도가 정상적인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즉시 지휘관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왜냐하면 팀별로 움직이는 소방관들은 동료 소방관의 건강과 안전 여부에 따라 현장 활동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미 공군에서 만든 안전 지침은 눈여겨 볼만하다. 이 지침에서 제시한 표를 보면 외부 온도에 따른 활동과 휴식시간 비율을 비교적 상세히 구분해 제시하고 있다.
 
외부 온도에 따른 활동과 휴식시간표. 보통 소방관들의 업무강도가 중급이상임을 고려하면 32도 이상의 온도에서는 10~20분 정도 일하고, 40~50분 정도의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지침 48-145)
 외부 온도에 따른 활동과 휴식시간표. 보통 소방관들의 업무강도가 중급이상임을 고려하면 32도 이상의 온도에서는 10~20분 정도 일하고, 40~50분 정도의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지침 48-145)
ⓒ 미 공군 지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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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맨 처음 소방관이 되었을 때 지인들과의 한 식사 자리에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니 소방관인데 왜 뜨거운 음식을 맨손으로 잡지 못하세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사람을 살리는 일도 아닌 일에, 그리고 안전하게 장갑을 사용해도 되는 일에 굳이 소방관이란 이유로 무식한 행동을 할 이유는 없다. 소방관이 강하다는 것은 위급한 상황에서 사람을 살리고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헌신할 때 그 진가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무더위에 훈련이나 일과표에 충실해야 한다는 이유로 밖으로 내몰아 내는 것은 강한 소방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상식에서 벗어난 어리석은 탁상행정임을 우리는 미국소방대원 순직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폭염에 대처하는 상식과 기준을 검토해 볼 때다. 


태그:#이건 소방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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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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