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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러시아에서 북한산 석탄을 싣고 한국에 하역한 화물선들이 아무 제재 없이 한국을 제 집 드나들듯이 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한국 정부가 대북제재에 의도적으로 소홀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이 배들이 다시 한국에 와도 억류는 할 수 없다. 억류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북한산 석탄을 한국에 들여온 화물선들은 관련 조사 이후에도 한국 항구에 자유롭게 입항했을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항구도 자유롭게 오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반한 배들인데 왜 억류하지 않느냐'고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UN 안보리 결의안의 이행 의무는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라 전 회원국에 있다. 그렇다면 이 화물선의 입항과 자유항행을 보장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도 결의안 위반을 방조하고 있는 것일까. 대북제재 이행과 감시에 어느 나라보다 열심인 일본도?

하역과 선적 같은 곳에서 이뤄진 것 만으로 북한산 석탄?

 VOA 한국어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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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UN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1718 Sanctions Committee)의 전문가패널은 지난 3월 4일 결의안 2345호에 따른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여기에 문제의 화물선 2척에 관한 내용이 있다.

지난해 8~9월 북한에서 석탄을 실은 화물선 4척이 러시아 홀름스크항에 하역했고, 이 터미널과 같은 곳에 정박했던 파나마 선적의 스카이엔젤호와 시에라리온 선적의 리치글로리호가 같은해 10월 인천과 포항에서 각각 석탄을 하역했다는 것이다. (북한 → 러시아 → 한국) 이 보고서는 "석탄이 허위 원산지 증명서를 이용해 환적됐을 수 있다"며 북한의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한 안보리 결의안 2371호(2017년 8월 5일) 위반 개연성을 지적했다.

하지만 보고서 내용은 북한 선박이 석탄을 하역한 곳과 같은 곳에서 이 배들이 석탄을 실어 원산지 바꿔치기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 실제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했다고 확인한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한 조사는 현재 진행중이다. 전문가패널의 보고서에도 '북한산으로 확인될 경우에는 안보리 결의위반이 될 것'이라고 가정적으로 기술돼 있다.

이 화물선들이 한국에 입항한 전후로 한국 정부는 북한산 석탄 의심 정보를 입수했고 관세청이 선박검색 등의 조사에 들어갔다. '안보리 결의안 위반에 관여했다는 합리적 근거가 있을 경우 회원국이 기국(배에 게양한 깃발 국가)의 동의를 얻어 공해상에서 검색(inspection)할 수 있다'고 한 안보리 결의안 2375호(2017년 9월 11일)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화물선을 억류하진 않았다. 해당 화물선이 UN 제재리스트에 올라 있거나, 북한에서 물건을 실어왔다는 게 명백할 때엔 남북간 교역을 금지한 5.24조치에 따라 즉각 억류나 압수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지만, 이 배는 러시아산으로 신고된 석탄을 싣고 왔을 뿐이었다.

운송업자의 입장에선 러시아와 한국을 오가며 화물을 실어 나른 상황에서 화물에 대해 북한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관세청의 조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해당 석탄의 원산지를 명확히 밝혀내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 중에 북한 석탄 있다는 의심만으론 선박 억류 힘들어"

당시 해당 화물선에 대한 처리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리치글로리호와 스카이엔젤호에 대해선 UN 결의안을 통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선박검색밖에 없었다"며 "물건을 실은 화주(화물운송 위탁자)에게 제재위반 혐의가 제기될 수 있고 화주가 국내 체류 중이어서 조사 결과에 따라 처벌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화물을 함께 운반하는 배에 대해 북한 석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만으로 제재위반으로 간주해 강력한 조치를 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안보리 결의안 2397호(2017년 12월 22일)가 나왔다. 북한이 제재를 피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한 석탄·석유를 수출입할 개연성이 반영돼 '해상에서 기만적으로 이뤄지는 북한의 석탄 수출이나 석유 수입 행위에 대해 회원국이 자국항이나 공해에서 검색하거나 억류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이 같은 결의안을 근거로 억류 조치했다고 발표한 선박은 3척이다.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와 코티호는 공해상에서 선박 대 선박으로 북한에 정유제품을 옮겨준 명백한 증거가 있어 억류 조치됐다. 탤런트에이스호는 본래 신성하이호였던 게 발각돼 억류됐다. 신성하이호는 북한에서 석탄을 반출했다고 확인된 배다.

억류된 선박 3척 중 코티호는 UN의 제재 리스트에 올라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이 이들 선박을 포함해 10척을 제재 리스트에 올리자고 제안했지만 중국이 반대의견을 제시해 4척만 리스트에 추가됐다.

러시아에서 북한산 석탄을 싣고 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리치글로리호와 스카이엔젤호는 제재리스트에 올리는 대상으로 거론되지도 않았다. 이들 선박이 한국에 다시 입항한다고 해도 억류할 근거는 부족하다.

UN 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들에 대한 처리 내용을 보면, 현재까지 UN 안보리 결의안 위반을 이유로 선박을 검색한 사례는 많지만 억류조치까지 한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사실상 UN의 제재 이행에 가장 열의를 갖고 임하고 있는 나라인 셈이다.

이번 '북한산 석탄 화물선'이 이슈가 된 시발점엔 <미국의 소리>(VOA)의 지난 17일 보도가 있다. 북한 석탄이 한국에서 '원산지 세탁'됐다는 내용으로 한국이 UN제재를 앞장서 허물고 있다는 내용이어서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국이 북한 석탄의 환적지라는 내용은 UN보고서 어디에도 없었다. (관련기사 : "한국에서 북한 석탄세탁" VOA, UN보고서 잘못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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