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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17일 오전 서울 세종로사거리에서 한 시민이 휴대용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17일 오전 서울 세종로사거리에서 한 시민이 휴대용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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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끓는다'는 말이 어울리는 날씨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장마가 끝난 뒤 푹푹 찌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기상청은 17일, 18일, 19일에 이어 20일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를 발효했다.

피해도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세종시에서 야외에서 보도블록 작업을 하던 30대 노동자가 열사병 증세를 보이면서 쓰러졌지만 결국 다음날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 노동자가 병원에 옮겨졌을 당시 체온은 43℃였다.

이처럼 연이은 폭염으로 온열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17일 "지난 12일부터 15일 사이 285명의 온열환자가 보고됐다"라고 밝혔다. 5월 20일부터 7월 15일까지 보고된 온열환자 신고 건수가 총 551건임을 감안할 때 최근 폭염이 지속되면서 온열환자 발생이 급증한 것이다. 온열질환은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때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저하가 나타나는 질환을 말하는데 일사병·열사병이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까지 가축 79만 마리가 폐사하는 등 42억 원 규모(추정보험금 기준)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각 지자체와 시·도교육청도 폭염에 분주하게 대응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유치원과 각 학교에 폭염 담당자를 지정케 했고, 하교 시간을 조정하기도 했다. 병관리본부는 "폭염특보 발효시 실외활동을 자제하고 수분섭취, 휴식 등 건강수칙을 준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개인이 신경 써야 할 대목이지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진 않다.

어김없이 찾아온 폭염... 하지만, 국회발 대책은 '제자리걸음'

그래서 20대 국회에 발의된 폭염 관련 법안들을 살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회는 폭염을 대비하고자 했지만, 통과된 법안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정작 문제는 발생하고 있는데, 대책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대 국회 발의된 '폭염' 관련 법안은 총 28건이었다. 이중 가결된 법안은 2건(농어업재해대책법 일부개정법률안, 보건의료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대안반영폐기 법안은 1건이었고, 나머지 25건은 모두 계류 중이다.

이들 법안을 ▲ 교육 ▲ 취약계층 복지 ▲ 산업안전보건 ▲ 재난 규정 포함 등으로 나눠봤다. 이들 법안은 교육시설의 전기요금 인하, 폭염 등 상황 발생시 노동자의 안전 보장, 취약계층의 인권보호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계류 중인 법안들은 각 상임위에 상정은 됐지만, 법안 소위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일부 법안은 상정되지도 않고 회부만 됐다).

[시원한 학교] "전기요금 비싸니 에어컨 자제하라는 말도 들어"

 폭염이 이어진 17일 오후 단축수업을 한 대구시 수성구 한 중학교 교실이 텅 비어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를 기준으로 대구에서 모두 63개 학교(초교 5, 중학교 57, 고교 1)가 단축수업을 했다.
 폭염이 이어진 17일 오후 단축수업을 한 대구시 수성구 한 중학교 교실이 텅 비어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를 기준으로 대구에서 모두 63개 학교(초교 5, 중학교 57, 고교 1)가 단축수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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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등학교에 시원한 교실을 마련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법안은 총 4건이었다. 그중 김상희 민주당 의원(부천 소사)이 대표 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2016년 7월)과 안민석 민주당 의원(경기 오산)이 대표 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2016년 8월)이 눈에 띈다. 두 법안의 공통된 문제의식은 "전기요금 증가에 대한 부담으로 냉온기기 시설을 갖춰놓고도 적절히 사용하지 못하는 학교가 대부분"(김상희)이기 때문에 "교육기관의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하고 교육 여건을 개선"(안민석)해야 한다고 진단한다는 점이다.

차이가 있다면, 김상희 의원은 법안 적용 대상을 초·중·고등학교 등(초·중등교육법 2조에 명기된 학교)으로 잡았고, 안민석 의원은 초·중·고등학교에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추가했다는 점이다. 또한 요금 감면 범위를 "일반 교육용 전력 전기요금의 70% 수준"(김상희) "농업용 전력의 전기요금을 넘지 않도록" 설정했다는 것도 차별점이다. 교육용 전력 전기요금은 일반용 전력 전기요금보다 저렴하고, 농업용 전력 전기요금은 전기요금 중 단가가 가장 싸다.

학교 현장에서도 위와 같은 법안에 공감하는 모양새다. 17일 <오마이뉴스>와 통화한 경남지역의 한 교사는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학교 에어컨은 정해진 시간 내에 가동된다"라면서 "교무회의 같은 자리에서 '전기요금이 비싸니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라'는 지시가 나오기도 한다"라고 말해 전기요금 인하 법안에 공감을 표했다.

이 법안들은 발의 3개월 후 상임위(산업통상자원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받았다. 검토보고서를 쓴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다른 용도의 요금과 비교하기보다는 (교육용 전력 전기요금의) 판매단가를 낮추는 방안이 보다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전기요금 인하에 긍정적인 검토 결과를 내면서도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요금 관련 사항을 법률에서 규정하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다"라는 단서를 달아놨다. 즉, 국회와 정부간 이견이 있음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이 검토보고서 외에 법안 논의는 진척된 게 없다.

[취약계층 보호] 에너지 빈곤층 지원에 '법적 강제력'을

 전국 전 지역에 첫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거주민 방 온도가 39도까지 치솟고 있다.
 2016년 8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거주민 방 온도가 39도까지 치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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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지속되면 언론 지면에 으레 등장하는 곳이 있다. 바로 쪽방촌이다. 수많은 언론이 쪽방촌 스케치 기사를 내보내면서 '에너지 빈곤층'의 열악한 환경을 소개한다. '에너지 빈곤층'이란 소득의 10% 이상을 전기요금·난방비 등 에너지 지출에 쓰는 가구로 건강한 삶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세대를 뜻한다. 폭염이 발생하면 이들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곤 하는데, 대부분 지자체 중심의 사업들이다. 지난 6월 서울시가 에너지 빈곤층 1만 가구에 4억 원가량의 냉방물품·전기요금을 지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전기요금 지원에 법적 강제력을 부여하려는 법안이 있다. 김해영 민주당 의원(부산 연제)이 2016년 8월에 발의했지만, 계류 중인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바로 그것이다.

김해영 의원은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요금 감면 혜택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지침에 따라 이뤄져 강제력이 없다"면서 "요금 감면이 당사자들의 신청에 의해서만 이뤄지고 있어 감면 대상이 됨에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이 법안은 차상위계층, 다자녀가구, 사회적 배려대상자, 사회복지시설 등이 별도의 신청 없이 20% 이상 전기요금을 감면 받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폭염 등 기상변화 발생시 철거민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법안도 있다. 2016년 11월 전현희 민주당 의원(서울 강남을)은 '행정대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 "폭염·한파 특보가 발령되는 등 혹서기나 혹한기인 경우 행정대집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현재는 폭염 특보가 발효됐더라도 해만 떠 있으면 행정대집행이 가능한 상황이다. 현행 법이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대집행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안전한 일터] 폭염 아래 노동자의 안전 보장, 사장님 의무 아니다

 폭염 경보가 발령된 지난 16일 오후 밀양시 내일동 전통시장에서 한 상인이 선풍기 앞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폭염 경보가 발령된 지난 16일 오후 밀양시 내일동 전통시장에서 한 상인이 선풍기 앞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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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는 폭염으로 밖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상 폭염은 사업주가 취해야 할 안전조치 요건이 아니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미세먼지, 황사 등도 마찬가지다.

현행법상 사업주는 ▲ 기계·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 ▲ 폭발성, 발화성 및 인화성 물질 등에 의한 위험 ▲ 전기, 열, 그 밖의 에너지에 의한 위험에 대해서만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

장석춘 한국당 의원(경북 구미을)이 2017년 8월에, 강병원 민주당 의원(서울 은평을)이 2018년 1월에 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모두 폭염·한파·미세먼지·황사 등을 산업 현장의 위험으로 포함시키고자 한다. 또한 사업주의 보건조치 의무 조건에도 기상변화(폭염 등) 요소를 신설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이 법안 모두 계류 중이다. 상임위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도 제출됐지만, 법안 처리는 멈춘 상태다. 결국 현재까지도 폭염 아래 노동자의 안전한 노동환경 조성은 사업주의 의무 사항이 아니다.

[폭염에 대한 새로운 정의] '재난'이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린 지난 16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서해안고속도로 서울방면 순산터널 부근에서 도로가 균열과 함께 30㎝ 이상 솟아올랐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린 지난 16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서해안고속도로 서울방면 순산터널 부근에서 도로가 균열과 함께 30㎝ 이상 솟아올랐다.
ⓒ 독자 최지용씨 촬영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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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은 현행법상 재난일까, 아닐까. 아니다.

재난은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나뉜다. 이중 자연재난은 "태풍,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 대설, 낙뢰, 가뭄, 지진, 황사, 조류 대발생, 조수, 화산활동, 소행성·유성체 등 자연우주물체의 추락·충돌, 그밖에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해"를 말한다. '그밖에'라는 문구가 있지만, 폭염이 명시적으로 자연재난으로 분류되는 건 아니다.

국회는 폭염이나 혹한도 자연재난의 범위에 포함시키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윤영석 한국당 의원(경남 양산갑)이 2017년 5월에 발의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바로 그것이다. 윤영석 의원뿐만 아니라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경기 여주양평)과 김두관 민주당 의원(경기 김포갑)도 각각 2016년 8월, 2016년 10월에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윤영석 의원은 "자연재해의 범위에 폭염, 혹한을 추가함으로써 정부 및 지자체가 효과적인 예방 및 대응 방안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하지만 이 법안은 국회서 잠자고 있는 상태다. 환자가 발생하고, 때로는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폭염은 기상 징후 중 하나일 뿐 재난은 아니다.

폭염 관련 법안들이 '답보' 상태인 것에 국회의원들도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김해영 민주당 의원은 1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법안들이 장기간 계류 중인 이유를 묻자 "법안을 심사하고 검토하는 법안소위가 정기적으로 열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도 같은 입장이다. 김상희 의원은 "법안소위에서 여야 그리고 정부간에 의견이 엇갈리지 않는 법안들부터 처리되다 보니 민감한 이슈가 있는 법안은 처리가 밀리곤 한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제 20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이 되고 새롭게 상임위가 꾸려졌으니 계류 중인 법안의 처리가 원활히 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김해영 의원도 "계류 중인 법안 중 서민을 위한 민생 법안부터 우선적으로 처리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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