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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세기의 대결'이라 이름을 붙였으나 최선을 다하되 이기는데 목적이 있는게 아니며 자전거와 보행자와 버스, 그리고 자동차가 함께 평화롭게 공존을 이루는 도시를 꿈꾸는 사람들이다.
▲ 대결을 모두 마치고 참가 선수들이 한자리에... 비록 '세기의 대결'이라 이름을 붙였으나 최선을 다하되 이기는데 목적이 있는게 아니며 자전거와 보행자와 버스, 그리고 자동차가 함께 평화롭게 공존을 이루는 도시를 꿈꾸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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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자전거는 승용차, 버스보다 빠를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낸 적 있다. 이 기사의 예고편에 해당하는 기사로, 전주라는 규모의 도시에서 자전거가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질지에 대한 실험을 해보겠다는 기사였다.

<오마이뉴스>에서는 이와 비슷하게 자동차와 자전거의 대결, 버스·지하철과 자전거의 대결 기사를 낸 적 있다. 2006년 서울에서 있었던 자전거 대 자동차, 자전거 대 대중교통의 대결을 다룬 것이다.

[도전체험 1] '토끼' 자동차에 도전장 낸 '거북이' 자전거의 즐거운 패배
[도전체험 2] 버스·지하철, 자전거에 22분 차 '완패'

서울에서의 실험과 전주에서의 대결은 다소 달랐다. 거리가 달랐고 세 교통수단이 동시에 펼쳐진 점에서 달랐다.

서울에서의 대결은 홍은동에서 광명시 경륜장까지의 20여 Km에 달하는 구간이었다. 전주에서 진행된 대결은 3개의 코스 도합 9Km 내외의 구간으로 한 코스 평균 3Km가량의 구간을 나누어 진행하였다.

페이스북을 통하여 '세기의 대결'이라는 명칭을 붙여 이 실험이 소개되자 여러 반응이 나왔다. '경기의 규칙과 승패의 기준은 어떻게 되는지?' '위험하게 진행되는 건 아닌지?', '자전거가 굳이 빨라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인지?', '자전거를 누가 타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건 아닌지?', '결과야 예측되지만 버스가 이겼으면 좋겠다는 기대 섞인 전망'을 말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고 '승용차와 자전거의 대결'을 점치는 사람이 많았다.

이에 대해 '모든 코스는 동시에 출발하며 다른 참가자가 도착한 후에 다음 코스로의 출발을 같이 하며, 교통법규를 준수하는 가운데 진행한다'는 원칙을 정했다.

또한 자전거의 경우 타는 사람의 실력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으므로 3인 이상의 자전거 운전자 기록 평균을 자전거의 기록으로 삼기로 했다.

서신동 주민센터에서 완산구청, 다시 고사동의 D갈비집앞, 마지막으로 덕진광장까지 세개로 나뉜 이날의 코스는 총 9Km 가량이었다.
▲ 세개의 코스로 이루어진 세기의 대결 서신동 주민센터에서 완산구청, 다시 고사동의 D갈비집앞, 마지막으로 덕진광장까지 세개로 나뉜 이날의 코스는 총 9Km 가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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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이 펼쳐지기로 약속된 7일 오전 8시, 선수로 참여하기로 한 일행이 속속 모여드는 가운데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 대결에 대한 전망을 서로 나누기도 하였다.

참가 선수는 자전거 분야에 박상훈(전주시 자전거정책과 직원), 나카무라 미코(한일문화교류센터), 김길중(한의사) 3인이 달리기로 하였다. 승용차 운전사로는 은숙(전주 지속협)이 버스 부문 참여자로는 태리명희(전주 지속협), 곽무성 씨 등 6인이 참여하였다.

일정상 함께하지 못하고 2코스까지 심판으로 참여한 하갑주(노인복지관장)씨와 대결이 끝난 후 콩나물국밥을 먹는 자리를 찾아 밥을 산 유혜숙씨(유치원장)까지 모두 8인의 선수와 관객이 이 대결에 함께하였다.

▲ 세기의 대결, 출발에 앞서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하여 세기의 대결에 대한 소개와 참여자들의 인사, 그리고 코스에 대한 소개와 규칙을 안내하였다.이 대결은 7월 7일 아침 8시부터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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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7분 페이스북 방송을 마친 후 드디어 출발!

첫 코스는 서신동 주민센터에서 출발하고 완산구청 민원실이 골인지점이었다. 자전거 선수 3인은 즉시 출발한다. 도서관 주차장에 세워둔 은숙씨가 네 번째로 출발, 그리고 곽무성씨와 태리씨가 출발했다.

선수들의 기록은 정확하게 측정하지 못하였고 도착 순서대로 카톡방에 남긴 기록을 토대로 정리하였다. 도착한 순서대로 보자면 17분에 박상훈(자전거), 18분 은숙(승용차), 19분 김길중, 25분에 미코 씨가 도착. 자동차의 기록은 11분, 자전거의 기록은 13분 20초가 나왔다. 버스는 노선 찾기에 실패해 첫 코스는 기권하고 2코스부터 합류하기로 하였다(미코씨는 구청 민원실을 찾지 못하고 3분 여를 소비해 연락한 후 도착한 기록임).

자전거 분야 세 선수는 각기 다른 코스로 달렸다. 대로 위주로 달린 박상훈씨와 신호가 켜지고 골목길을 활용한 김길중씨, 그리고 인도 위의 보행자 겸용도로 위주로 달린 미코씨 까지 모두 다른 길을 달렸다.

두 번째 코스는 완산구청을 출발, 고사동에 위치한 D갈비집 앞까지다. 이 코스는 예수병원 앞 고갯길이 있다. 8시 40분에 출발한 2번째 대결의 도착 순서는 박상훈, 은숙, 김길중, 미코, 그리고 버스팀(곽무성, 태리명희)순이다. 승용차의 기록은 11분, 자전거 3인 평균 기록 12분 20초, 버스 22분이다. 예수병원 앞 고갯길을 미코씨가 생각보다 잘 달렸지만 아쉽게도 자전거가 조금 밀렸다. 김길중 씨도 D 갈비집을 찾지 못해 3분여를 소비한 기록이다.

세 번째 코스는 세 팀이 동시에 출발한다. 전북대 구 정문 앞의 골인지점을 인근의 덕진광장 콩나물국밥집 앞으로 변경하였다. 9시 16분에 출발한 이 코스의 기록은 자전거 11분 40초, 승용차 14분, 버스 17분이 소요되었다. 노선이 많은 구간인지라 버스 성적이 그나마 가장 근접하여 선전하였다. 승용차와 인도 위주로 달린 미코씨의 기록은 14분과 16분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세기의 대결 최종 스코어는 승용차 2승, 자전거 1승으로 끝났다. 세 코스 구간 합계는 승용차 36분, 자전거 37분 20초, 버스는 1코스 기록이 없어서 합산 기록을 메길 수 없다.

자전거는 참가자 3인의 평균기록으로 기준하였고 빨간색으로 표시된게 구간별 승자의 기록이다. 총 기록은 자전거와 승용차의 기록이 비슷하게 나왔다.
▲ 자동차 2승, 자전거 1승 자전거는 참가자 3인의 평균기록으로 기준하였고 빨간색으로 표시된게 구간별 승자의 기록이다. 총 기록은 자전거와 승용차의 기록이 비슷하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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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결에는 변수가 많다. 대결 시간과 코스의 선택, 그리고 자전거 실력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버스의 경우에는 노선의 시간표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토요일 이른 시간이라서 교통량이 거의 없던 상황이라 출퇴근 시간이라면 자전거에게 훨씬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차량 통행량이 적은 상황에서도 자전거가 승용차에게 결코 밀리지 않았다.

굳이 대결이라 칭한 것에는 경쟁의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전거로 충분한 도시가 전주'라는 의미를 다양한 방식으로 확인시켜 가기 위한 의도라 할 수 있다.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순하게 비교하고 있지만 비용과 수반되는 여러 가지(자전거 이동후 샤워와 같은)를 종합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생태교통 시민행동에서 시작된 이 팀은 8월 말이나 9월 초에 좀 더 다양한 준비를 통해 출퇴근 기간에 겨루는 대결을 가지기로 약속하고 생태교통 회원들부터 시작한 이런 체험을 시민들과 나누어 가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는 계획까지 나누며 이날을 마무리 지었다.

한편 전주시 자전거 정책과 에서는 자체적으로 일상적인 출퇴근 기록 데이터를 축적해가고 있으며 시청 내 공무원들에게도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태리명희씨와 함게 참여한 곽무성씨는 버스부문 참여자였다. 첫 구간에서는 대결이 동시에 진행되지 못하고 실패하였고 분발하였으나 승용차와 자전거에게 대결의 승자를 넘겨주어야 했다.
▲ 버스도 잘 달려야 할텐데.... 태리명희씨와 함게 참여한 곽무성씨는 버스부문 참여자였다. 첫 구간에서는 대결이 동시에 진행되지 못하고 실패하였고 분발하였으나 승용차와 자전거에게 대결의 승자를 넘겨주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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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나카무라 미코씨와의 인터뷰.

-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일본 요코하마 인근의 작은 도시에서 살아왔고 한국에 온 지는 9년째이고 전주에서 주로 살아왔습니다. 나이는 비밀이어야 하는데(웃음). 한국 나이로 환갑이라고 하죠? 60세를 넘었습니다. 전주 한옥마을 근처 '한일문화교류센터'라는 단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전주를 찾는 분들, 전주에서 일본을 찾는 사람들에게 문화교류를 주선해주는 자원봉사 일을 하는 거죠. 일본어 공부를 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강좌도 해드리고요."

- 일본에서와 전주에서의 자전거 타기는 어떻게 차이가 있나요?
"원래 일본에서 자전거를 오래 탔어요. 그런데 처음에 익산에서 1년 정도 살았는데 못 타겠더라고요. 전주에 와서도 마찬가지였고요. 주변에서 말리더라고요. '자전거 타면 위험해요~'라고 말이죠. 그런데 가만히 보니 자전거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띄고 그래서 저도 용기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타기 시작한 게 4년쯤 되는 것 같아요."

- 어떤 경위로 이 일을 함께 하시게 되었는지요?
"처음에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자전거 타는 모임'이 있다고 소개를 해준 거죠. 저는 동호회같이 자전거 자체를 즐기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뭐라고 해야 할까... 시민운동 같은 느낌이 납니다. 그래도 나쁘지 않아요. 이렇게 해가는 게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니까요. 요사이 전주에서 하나씩 바뀌고 있잖아요. 자전거 횡단도도 만들어지고 자전거 신호등도 생기고 그러는데 작지만 하나씩 바뀌고 있다고 봅니다. 차량 운전자를 비롯해 도시가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전거에게도 길이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수용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 전주와 자전거는 어울리는 집합일까요?
"택시 요금으로 만 원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는 규모의 도시라고 생각하고요. 오늘 달린 예수병원처럼 언덕길이 다소 있지만 저로서는 탈만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살던 일본과 여기가 날씨나 지형이나 비슷한 것 같아요. 일본 사람들도 아주 많이 비가 내리는 날이 아니면 우산을 쓰고 타기도 하거든요. 전주와 자전거는 딱 어울리는 두 개의 단어라 생각합니다."

- 전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서울이나 부산과 같이 큰 도시였으면 제가 오래 살지 못하고 일본으로 돌아갔을 것 같아요. 한데 느낌이 참 좋고 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아마도 전주에서 오래 살 것 같습니다."

3월에 진행했던 전주 시민 자전거행진에서 함께 행동하는 자전차 행동 회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미코씨.(맨 우측) 미코씨는 요코하마 인근에서 전주에 온지 8년째 경과하고 있으며 '전주와 자전거는 어울리는 조합'이라 말했다.
▲ 자전거 행진에서 만난 나카무라 미코씨 3월에 진행했던 전주 시민 자전거행진에서 함께 행동하는 자전차 행동 회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미코씨.(맨 우측) 미코씨는 요코하마 인근에서 전주에 온지 8년째 경과하고 있으며 '전주와 자전거는 어울리는 조합'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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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기의 대결, #생태교통 시민행동, #자전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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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한의사,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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