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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현관 벽에 붙은 교육감 선거 공보를 살펴보는 광주 충장중 학생들.
 학교 현관 벽에 붙은 교육감 선거 공보를 살펴보는 광주 충장중 학생들.
ⓒ 징검다리교육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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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성인들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평소 반장 투표 같은 것도 가볍게 했는데, 오늘 교육감 모의투표를 하니 좀 더 무게 있게 느껴졌다."(A학생, 경기 분당 정자중)

"내가 (교육감을) 뽑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이 뽑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B학생, 서울 휘봉고)

모의선거에 뛰어든 16개 중고교의 실험, 그리고 변화

 모의선거에 창여하고 있는 서울 휘봉고 학생.
 모의선거에 창여하고 있는 서울 휘봉고 학생.
ⓒ 징검다리교육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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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이 선거를 계기로 학생들이 바뀌었다. 전국 중고교 학생들이 직접 모의투표에 참여한 뒤 생겨난 일이다.

민주시민교육 활성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징검다리교육공동체는 이번 선거기간에 학교와 손을 잡고, 모의선거판을 펼쳤다. 대상은 전국 16개 중고교 3238명의 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은 2~8시간의 계기수업에 참여한 뒤 교육감과 시도지사를 직접 뽑았다.

이는 우리나라 교육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해 5월 대선을 앞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학교 안에서 하는 모의투표는 투표가 아니라 여론조사라 상관이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가능하게 됐다. (관련기사 : 교육선진국은 학교 모의투표 '대박', 한국은 '쪽박' )

교육선진국은 학교 모의투표가 '대박'인데, 한국만 교사직을 걸고 남몰래 하던 '쪽박' 모의투표가 드디어 올해 지방선거를 계기로 '광명을 찾게 된 것'이다. 김영복 서울 휘봉고 교사(역사)는 "26년 교직 생활 중에서 이처럼 모의선거를 학교 공식 활동으로 진행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2일, 이번 모의투표에 참여한 중고교 학생들이 직접 쓴 소감문을 살펴봤다. 이 소감문엔 투표를 잘해야겠다는 '다짐', 그리고 투표권을 달라는 '호소', 정치참여 자유가 없는 선생님도 생각하는 '배려'와 당선자들에게 던지는 '경고'까지 담겨 있었다.

이 학생들은 모의선거 기간에 '공정선거를 위한 제도', '교육감(시도지사) 공약 비교표 만들기', '내가 교육감(시장)이라면' 등의 학습활동에 참여한 뒤 모의투표를 한 것이기에 소감문의 내용이 더 무게가 있었다.

학생들의 다짐....관심 없던 그들이 마음 설렌 이유

"지방선거에 사실 관심이 없었다. 이제는 엄마 아빠와 누구를 뽑는 것이 좋을지 토론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이 활동을 하여 내가 투표권이 있다면 투표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는데 그 사람이 교육감이 됐으면 좋겠다. 모의선거를 할 때라도 그 분께 한 표를 투표해야겠다."(정자중 학생)

"다음에 이런 (투표) 기회가 또 있다면 관심을 가져 기회를 잡고 싶고, 나중에 커서도 나의 소중한 한 표를 좋은 곳에 쓰고 싶다."

"난 개표를 하면서 우리 학년 친구들이 원하는 후보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는 너무 막 찍지 않고, 정중히 투표해서 무효표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서울 영림중 학생)

"실제 선거에 참여하는 느낌이 들어 사회에 관심이 생기고 신중하게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도 기회가 있어서 좋았다. 모의 선거지만 선거를 하려니 설렌다. 빨리 성인이 되어서 투표하고 싶다."(휘봉고 학생)

 교육감 후보들의 공약을 정리한 경기 분당 정자중 학생들의 전시물.
 교육감 후보들의 공약을 정리한 경기 분당 정자중 학생들의 전시물.
ⓒ 징검다리교육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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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모의선거 프로젝트수업을 벌인 이봉학 경기 의정부공고 교사(역사)는 "부당한 대우를 많이 받은 학생들일수록 벽을 치든가, 화를 내는 것에서 분출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학생들이야말로 민주시민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주먹을 쥐었다.

그러면서 이 교사는 "교육감 모의선거 수업 며칠 뒤 학생회장 선거를 했는데 학생들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 전까지는 '누가 더 잘 생겼네'식의 인기투표를 했는데 이번엔 공약을 보더라"는 것이다.

학생들의 호소....'19금 선거법' 그리고 교육감에 대한 경고

"사실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은 16세부터 완성된다고 한다. 투표의 결과는 미래세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우리도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경기 양주 옥정고 학생)

"나도 투표해보고 싶다 생각도 하고 SNS에 투표 인증샷 올리는 것도 부럽고 했는데 선생님께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좋았다. 이제야 사회 구성원의 한 부분이 된 것 같다."(정자중 학생들)

"비록 모의선거지만 처음 투표를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교육감만은 학생들과 직접 연결된 것이므로 학생들에게 교육감 선거권을 줬으면 좋겠다."(정자중 학생)

경기 옥정고에서 모의투표를 진행할 때 한 학생이 고은영 교사(사회)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선생님은 누구 찍어요?"

고 교사는 "선거의 4대 원칙 가운데 하나가 비밀투표"라면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민주시민교육의 세계적 지침인 보이텔스바흐 합의에 따르면 '교사도 자신의 생각을 숨기는 것보다는 얘기하는 게 더 좋다'. 하지만 이 때 자신의 생각을 강압하거나 주입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사회 논쟁이 되고 있는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교실 안에서도 '논쟁성을 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 교사의 얘기를 들은 한 학생은 소감문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고 한다.

"교사에게도 자기가 지지한 후보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국민 누구나 지지자에 대해 발언하며 정당에 가입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데 교사는 참정권만 갖고 다른 권리는 가지지 못해요. 교사도 국민입니다."

다른 학교 한 학생은 당선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교육감에게 바란다'는 모의투표 소감문에서다.

"당선시켜달라고 고개 숙이다가 당선되고 나서, 고개 빳빳이 들고 학교에 관심도 안 두고 맨날 휴가나 가지 말고, 학교에 더욱 가까이 다가와 주세요."(의정부공고 학생)

"담장 밖은 선거 축제인데"...학교의 '직무유기'

 후보들을 살펴보는 충북 청주 서원고 학생들.
 후보들을 살펴보는 충북 청주 서원고 학생들.
ⓒ 징검다리교육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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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대선 때마다 기자들이 한 초등학교에 모여든다. 벤저민 프랭클린 초등학교의 모의투표 결과를 취재하기 위해서다. 1968년부터 대선 모의투표를 줄곧 벌인 이 학교. 한 번도 초등학생들의 예측이 틀린 적이 없는 '족집게'였다. 하지만 2016년 11월 벌어진 트럼프의 당선은 예측이 빗나갔다.

이번 우리나라 학생들의 투표 결과도 실제선거와 당선인이 일치했다. 하지만 미국과 다른 점은 우리나라는 선관위의 권고에 따라 그 결과를 선거 뒤에나 발표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 결과를 보면 독일은 교육부가 나서 1999년부터 연방의회 선거 직전 모의투표를 벌이고 있다. 모의투표 때마다 독일 전역 100만 명의 학생들이 참여한다. 일본 가나가와현 교육위원회도 이미 2010년부터 이 지역 144개교 학생 3만 1200명을 대상으로 모의투표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올해 모의투표 첫발을 뗐다. 하지만 교육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훼방만 놓지 않았을 뿐 뒷짐을 지고 있었다.

곽노현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은 "모의투표는 교육선진국이라면 거의 모든 나라가 다 학교에서 하고 있는 교육행사"라면서 "앞으로 우리나라 교육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라는 절호의 민주시민교육 기회를 져버리지 않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올해도 여전히 모의투표와 같은 선거 계기수업을 벌인 학교는 많지 않다. 학교 담장 밖에서는 '민주주의 축제'라는 선거가 진행되는데도 학교가 여전히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직무유기'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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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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