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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 50주년 홀에서는 '민주노총, 페미니즘을 외치다' 행사가 열렸다.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 50주년 홀에서는 '민주노총, 페미니즘을 외치다' 행사가 열렸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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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동자들이 모여 일터에서 겪는 성차별에 대해 털어놓고, 이에 맞서는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 50주년 홀에서는 민주노총 주최로 '민주노총, 페미니즘을 외치다'라는 제목의 청년 여성 집담회가 열렸다.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지회의 김민지·홍신애씨, 영화산업노조 김다민씨, 서울대병원지부의 우지영씨, 파리바게트 지회의 임종린씨가 모여 여성이 겪는 임금 차별·승진 차별·성폭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민주노총은 "노동 정책에서도 여성노동과 성평등 정책은 부차화 되고 있지 않느냐"며 "민주노총 조합원 80만 명 중 25만 명이 여성이다. 청년·여성·비정규직의 교차성을 가진, 우리 사회 여성 청년노동자들이 겪었던 노동과 삶의 이야기를 직접 말하고자 한다"며 행사의 취지를 전했다.

'자기 소개' 시간부터 여성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이 잘 드러났다. 김민지씨는 대기업 자회사에 다니다가, 출산을 하면서 일을 그만뒀다. 둘째 아이 출산 이후 11군데 사무직을 지원했는데 전부 불합격이었다. 불합격 이유 중에는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안된다"도 있었다. 회사들은 시어머니, 시할머니가 아이를 돌봐줄 수 있다는 데도 거부했다. 현재 다니는 회사는 면접에서 또 떨어질까봐 '가족 사항'을 빼고 이력서를 작성했다.

임종린씨는 파리바게뜨 노조의 지회장이다. 11년 동안 파리바게뜨 기사 일을 하며 '모범 사원', '핵심 인재' 등으로 인정 받았지만, 성차별 때문에 진급이 어려웠다고 한다. '여자라는 이유로' 연차가 낮은 남자 직원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는 상황에 항의도 해봤다. 그러나 나중에는 자신이 관리하고 있던 남자 기사가 승진해서 자신의 상관이 되는 것을 보면서 큰 회의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어서 '여성 노동자이기 때문에' 경험하는 부당함에 대한 패널들의 토로와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오는 어려움, 관습처럼 이뤄지는 남직원과 여직원의 임금차별, 여성의 역할을 제한하는 편견과 고정관념 등이 주제였다.

"미투는 여성 때문이 아니라 가해자 때문에 일어난 것"

최근 이슈가 되는 페미니즘과 미투, 불법촬영 문제 등도 화제에 올랐다. 우지영씨는 "병원에서 불법촬영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나 병원 측이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했고, 결국 피해자가 퇴사해야 했다"고 밝혔다.

우씨는 "지하철 불법촬영으로 처벌을 받은 전직 병원 의사가 불법촬영을 찍은 당사자일 거라는 심증은 있었으나, 결국 가해자도 못 잡았다"며 "충격적이고 잊을 수 없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민지씨는 "상사가 장난스럽게 '미투 공화국이야'라고 말해서 화가 났다"며 "미투는 여자들 때문에 일어난 게 아니라 가해자 때문에 일어난 거 아니냐. 사회가 여성을 억압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므로 개선을 위해 여성들이 뭉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종린씨는 이번 행사에 대해서 알리니 남자 노조원들 사이에서 약간의 반발이 있었다며 "앞으로 남성 노조원들이 페미니즘을 천천히 알아갈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도 고민을 해야겠다"고 밝혔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노조 내에는 성평등 문화가 정착됐는지", "남성중심의 문화에 맞서는 방법"등에 대해 질문이 이어졌고, 한 웹툰 작가는 "어떻게 프리랜서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패널들은 마무리 발언에서 '든든한 백',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문' '학교' 등 각자가 생각하는 '노조'의 정의에 대해서 말한 뒤, 노조를 통해서 여성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자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태그:#페미니즘,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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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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