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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부터 울산 동구 화정동 울산과학대학교 동부캠퍼스 정문앞에서 파업농성 중인 청소노동자들의 비닐천막 농성장.
 2014년 6월부터 울산 동구 화정동 울산과학대학교 동부캠퍼스 정문앞에서 파업농성 중인 청소노동자들의 비닐천막 농성장.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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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6월 16일, 대부분 여성인 20여명의 울산과학대학(울산 동구 화정동캠퍼스)청소노동자들이 '생활임금'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시작했다.

29일 김순자 울산과학대 지부장은 "당시 시급이 5210원이었는데 이 돈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살 수 없다며 시급 6000원을 요구했다. '힘든 일을 하는 청소노동자는 왜 가장 낮은 시급을 받아야 하나' 하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법정시급이 7530원이며 1만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격이다.

하지만 만 4년 하고도 보름이 더 지난 2018년 6월 29일, 8명의 청소노동자들은 여전히 울산과학대 정문 앞에서 비닐로 천막을 치고 농성중이다. '시급을 올려 달라'던 요구사항은 '복직시켜 달라'는 것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측은 묵묵부답이다.

그동안 지역사회환경도 바뀌었다. 자유한국당과 보수정치인이 휩쓸어온 울산시장과 울산시교육감이 모두 더불어민주당 정치인 또는 개혁정치인으로 교체됐다. 학교 관할 동구청장도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바뀌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역적폐청산'을 내건 인사들의 당선이 그동안 지역의 최대 적폐로 불리어 온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박해 해소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순자 지부장은 "신임 민주당 정천석 동구청장이 얼마 전 농성장을 다녀갔고 임기를 다한 권명호 구청장도 농성장을 방문하는 등 뭔가 해결될 듯한 느낌이 온다"고 말했다.

청소노동자들에 따르면, 8전 9기로 당선된 민주당 송철호 울산시장과 전교조 출신으로 교육개혁을 내건 노옥희 울산시교육감도 그동안 농성장을 수차례 방문하고 당선 후에도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노동계 "노동인권 척도,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사안"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과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6월 25일 오후 2시 울산시청 기자실에서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과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6월 25일 오후 2시 울산시청 기자실에서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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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노동계도 이번 지방선거 이후 첫번째 해결 과제로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문제를 들고 있다. 이들 청소노동자들이 소속된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지난 25일 청소노동자 고용보장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울산시청 기자실에서 열고 지역사회 관심을 환기시켰다.

울산과학대지부와 민주노총울산본부가 주관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은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 민주노총이 지역사회와 함께 나서겠다"면서 "울산시민들이 함께 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역정가에서는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의 파업농성이 3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는 근본 이유가 이 대학의 전 이사장 정몽준 전 의원과 청소노동자(노조)와의 감정싸움에 바탕이 있다고 분석한다.

양측은 임금인상 등을 두고 갈등을 빚어오다 지난 2014년 정몽준 전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갈등이 절정에 달했다.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은 정몽준 전 의원을 향한 피켓시위를 서울까지 찾아가 펼쳤고, 이때 정몽준 전 의원이 '서울시민에게 창피를 당했다'고 격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파업농성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조건은 실질적 이사장격인 정몽준 전 의원과의 화해와 오해 해소가 선결 요건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 기간 내내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힘 있는 시장'이라는 슬로건으로 시민들에게 기대감을 준 송철호 시장의 역할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또한 이 문제 해결 여부가 송철호 시장의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묵묵히 일만 하던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자의 도시 울산에서 민주노총의 노동자 권익향상 기치에 영향을 받아 지난 2007년 2월 노조를 결성했다. 하지만 청소노동자들은 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느닷없는 해고(집단계약해지)를 당했고, 결국 3개월간 파업투쟁한 끝에 고용보장 합의서를 쓰고 전원 복직한 바 있다.

이어 꾸준히 노조활동을 해온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2014년 6월 16일 생활임금(시급 1000원 인상과 상여금 100% 지급)을 요구하며 다시 파업을 벌였지만 지난 4년간 문제 해결은커녕 일자리를 잃은 채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 사이 학교측은 청소노동자들에게 학교 출입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한편 4번의 강제철거를 하고 2015년 6월 1일부로 업체계약을 해지했으며 한 사람 당 천막철거 강제이행금 8200만원도 청구한 상태다. 이들 청소노동자들의 평균연령은 66세다.

민주노총울산본부측은 "촛불혁명 이후 대통령도 바뀌고 이제 울산지역의 시장,구청장 그리고 교육감도 바뀌었다"면서 "촛불혁명이 요구하는 노동존중사회가 문재인 대통령 집권 1년차 들어 최저임금 개악 등에서 매우 후퇴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울산과학대 문제도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 노동인권의 척도로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울산과학대측은 "청소노동자들은 하청업체 소속으로 하청 업체와의 계약이 만료된 상황에서 학교측이 책임을 져야 하는 의무는 없다. 하지만 학교측은 3개월 계약연장, 새로운 업체로 고용승계 제안 등 다양하게 노력했다"면서 "노조측에서 이를 거부해 와 이제는 학교측에서 책임을 질 의무도 없으며, 상황도 여건도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태그:#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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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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