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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콜트콜텍 노동자 방종운씨.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콜트콜텍 노동자 방종운씨.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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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나

눈 내리는 날 방종운씨.
 눈 내리는 날 방종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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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나

여름날의 방종운씨.
 여름날의 방종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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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더운 날이나

겨울날 방종운씨.
 겨울날 방종운씨.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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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에도.

변함 없이 국회 앞을 지키는 이가 있다. 콜트·콜텍 해고노동자 방종운씨다.

출근 시간이나 점심 시간, 국회에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면 어김없이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 복직'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던 방씨가 며칠째 모습이 안 보였다. 28일, 전화를 걸어봤다.

- 요즘 통 안 보이더라.
"안 보이는 게 아니라 조금 다른 일이 있어서 그랬어요. 대법원에 있었습니다."

- 대법원엔 왜?
"사법 적폐가 너무 심하잖아. 이번에 콜트·콜텍도 법원 '재판 거래' 리스트에 올라갔어요. 화가 너무 나 정말... 국회도 또 가야죠. 이미 여의도 천막이에요."

최장기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콜트·콜텍. 2007년 집단 정리 해고와 이어진 일방적인 공장 폐쇄에 반발하며 농성을 시작한 방씨는 11년 넘게 길거리에서 싸우고 있다. 최근 불거진 사법부 재판 거래 의혹 명단에 콜트·콜텍 재판도 이름을 올리면서 방씨는 더 바빠졌다.

"국회도 계속 간다"는 그에게 매일 같이 국회에 출근 도장 찍는 이유를 물었다.

"나는요, 다른 사람들하고는 틀려요. 다들 자기 문제 해결하려고 국회에서 1인 시위 하잖아요. 나도 예전엔 그랬어요. 근데 지금 난 그 차원을 좀 지난 거예요. 국회의원? 나는 그런 놈들한테 우리 문제 해결해달라고 하고 싶지도 않아요. '국회의원들아, 날 좀 한번 봐라. 날 보면서 내가 여기 11년 넘게 있는 동안 늬들이 뭘 했는지 한번 생각해봐라 이놈들아' 하는 거예요. 양심이 있으면, 한번 생각해보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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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 가소롭다... 아직도 우릴 공돌이·공순이 취급하는 것"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 방종운씨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 방종운씨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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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콜트콜텍 노동자 방종운씨.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콜트콜텍 노동자 방종운씨.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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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씨는 아침마다 국회 앞에서 두 귀에 이어폰을 꽂고 대형 피켓에 양팔을 기댄 채 시위한다. 피켓엔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이게 법이냐, 국회가 책임져라!'라고 적혀 있다.

- 아침마다 이어폰으로 뭘 그렇게 듣나.
"노래를 듣지. '그날이 오면'이랑 '민들레꽃' '직녀에게' 같은 노래들... 옛날에 노찾사가 부른 노래들이나 대학가, 운동가들이에요."

- 국회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어떤가.
"막말로 얘기하면 진짜 가소로워요. 국회의원이고 뭐고, 다들 가소롭다고요. 옛날에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 한다면서 얼마나 멋있어 보였던 사람들인데, 지금 보세요. 김문수나 이재오는 저 꼴 났지, 홍영표는 또 어떤가요? 입만 열면 노동자 위해 싸웠다고 떠드는 사람이 이번에 민주당 원내대표 되고 한 게 뭔가요? 최저임금 개악? 아이고... 아직도 우릴 만만한 '공돌이' '공순이' 취급하는 겁니다."

그는 그런 국회의원들이 불쌍해 보이기까지 한단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솔직히 말해서 여기 정치인들이 다 불쌍해 보여요. 다 아집만 남고 욕심만 남았지, 옛날에 존경스럽던 면들은 다 없어지잖아요. 죽으면 하늘에 돈 가져가나요? 남는 건 명예고 평가뿐인데 쯧쯧쯧..."

- 그간 국회 앞 시위가 효과가 있었나.
"없었으니까 아직도 나오는 거 아닌가요. 국회가 뭘 했나요. 감시를 잘 했나, 조사를 하길 했나... 근데 그냥 여기서 1인 시위만 하고 있으면 국회의원은커녕 언론에서도 한 줄도 안 나옵니다. 나도 압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단식이라도 하고 죽기 직전까지 가야 그제서야 겨우 주목을 받습니다. 예전에 김무성이 '뻘소리' 한 것 사과 받을 때도 40일 넘게 단식했다. 그때도 사람들이 말렸어요. 말린다고 중간에 그만뒀으면 김무성이 사과했겠습니까."

방씨는 지난 2015년 9월 콜트·콜텍을 향해 "강경노조 탓에 회사가 문을 닫았다"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킨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사과를 받아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사실과 다른 발언에 사과를 요구하며 단식 투쟁에 돌입한 터였다. 이후 이어진 소송에서 법원도 방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김 의원은 1년여 만에 콜트·콜텍 노동자들에게 사과했다.

[관련 기사] 327일만에 사과한 김무성 "오보 확인없이 발언해"

"사망한 쌍용 노동자 심정 이해해... 돈이 다가 아니다"

오랜 농성에 방씨는 빚더미에 앉았고 파산했다. 이혼했고, 자식들 볼 면목도 없다고 했다. 함께 싸우는 노동자도 이제 4명뿐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얼마 전 쌍용차 해고노동자 중 또 한 명이 자살했어요. 나는 그 사람 심정을 잘 알아요. 해고당해서 빚만 늘지, 그렇다고 돈 나올 데는 없지, 은행에선 전화 오지, 사람들도 찾아오지... 그럼 환장하는 거예요.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결국 돈 때문에 이렇게 다들 나앉게 되는 거 아닙니까. 하지만 돈은 필요한 거지 소중한 건 아니거든요. 콜트·콜텍의 박영호 사장도 오로지 돈 몇 푼 아끼려고 이렇게 노동자들을 버린 거예요. 잘나가는 회사를 망했다고 사기 치는 바람에 이렇게 길에서 보낸 세월이 12년째예요. 싸움도 싸움이지만 저라고 집에 미안하지 않겠어요? 특히 아들딸에게 얼마나 미안한지... 아버지 역할도 제대로 못 해주고...

그런데도 아이들이 이젠 다 커서 저를 응원해줘요. 제발 건강만 하시라고 하고, 혹시나 감방에나 들어가지 말라고 걱정해줘요. 자기들도 사회 나가서 생활해보니까 아버지 하는 일이 잘못이 아니란 걸 알겠대요. 얼마나 고마워요. 그렇지 않으면 못하죠. 그러니 계속 할 거예요. 돈이 다가 아니라는 걸 보여줄 거예요."


방씨는 오늘밤에도 여의도 천막에 누워 잠을 청한다.


태그:#콜트콜텍, #방종운,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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