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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다음으로 큰 도시 바르셀로나. 나는 바르셀로나하면 1992년 하계올림픽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리고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우리나라 마라톤 역사를 새롭게 쓴 황영조 선수의 투혼이 빛났던 가우디의 고향 바르셀로나에 입성하였습니다.

바르셀로나의 첫인상

여행의 시작점이 된 항구도시 바르셀로나는 우리나라 부산과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베리아반도 북동쪽 지중해와 접한 무역의 중심지이고, 위대한 문화유산이 곳곳에 산재된 관광도시로서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바르세로나. 파란 하늘과 푸른 지중해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바르세로나. 파란 하늘과 푸른 지중해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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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륙 직전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르셀로나의 하늘은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지중해의 푸른 물결과 파란 하늘이 어우러져 말 그대로 환상적입니다. 절로 탄성이 나옵니다. 맑은 하늘에 그림 같은 하얀 뭉게구름이 떠다닙니다. 미세먼지와는 거리가 먼 스페인 하늘이 부럽습니다.

바르셀로나의 거리. 고풍스런 건물이 즐비합니다.
 바르셀로나의 거리. 고풍스런 건물이 즐비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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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독이 풀리기도 전, 우리 일행은 바르셀로나 시내로 나왔습니다. 습하지 않은 맑고 깨끗한 날씨가 피곤함도 잊게 합니다. 내리 쪼이는 강렬한 태양이 싫지 않습니다. 스페인을 왜 '태양의 나라'라고 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여행 첫날. 전세버스 안에서 우리 일행을 안내할 서글서글하고 인상 좋아 보이는 가이드가 마이크를 잡습니다.

"바르셀로나에 와서 '가우디 투어'를 빼놓을 수가 없지요! 너무도 유명한 안토니 가우디가 남긴 찬란한 유산의 숨결을 찾아갑니다. 가우디를 알아야 여러분 가슴 속에 바르셀로나가 들어오게 될 거예요."

자칭 베테랑 가이드는 이동하는 버스 속에서 안토니 가우디에 대한 설명을 대학에서 강의라도 하듯 이어갑니다.

가우디는 지중해 연안 카탈루냐에 태어나 그의 일생을 바르셀로나와 그 근처에서 살았습니다.

평생 결혼도 하지 않은 가우디는 가톨릭 고딕양식과 이슬람의 무어 건축양식을 조합하여 독창적인 건축세계를 선보였습니다. 19세기말 고전주의 건축기풍에서 벗어나 자연물에서 모티브를 얻은 장식과 그 유기성을 건축에 반영하려는 시도를 하였습니다. 자유분방한 형태, 풍부한 색채와 질감 등 가우디 만의 독특한 양식을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그의 노력으로 곡면과 곡선이 반영된 요소들을 독창적인 기법으로 건축을 하게 됩니다.

그가 남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비롯하여 구엘공원, 까사 바뜨요, 까사 밀라 등과 같은 일곱 개의 작품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까탈라나 음악당과 람블라스 거리

우리 일행은 '가우디 투어'에 앞서 까탈라나 음악당을 찾았습니다. 음악당은 1905년에서 1908년에 '꽃의 건축가'라 불리는 몬타네르에 의해 설계된 것으로, 이 역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습니다.

'꽃의 건축가' 몬테네르에 의해 설계된 까탈라나 음악당
 '꽃의 건축가' 몬테네르에 의해 설계된 까탈라나 음악당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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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모자이크 타일과 스테인드글라스로 화려하게 장식된 까탈라나 음악당입니다.
 형형색색의 모자이크 타일과 스테인드글라스로 화려하게 장식된 까탈라나 음악당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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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는 가우디만 있는 게 아니고, 그와 같은 시대 활동한 모더니즘의 건축가 몬타네르가 있어요. 까탈라나 음악당의 벽과 천장을 보면 그가 '꽃의 건축가'로 불리는 이유를 알 것입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보니 형형색색의 모자이크 타일과 스테인드글라스로 화려하게 장식된 공간이 아름답습니다. 몬타네르는 장미, 백합과 같은 꽃무늬를 주제로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였습니다.

음악당에서는 유럽 전통음악에 카탈루냐 지방색을 입힌 음악들이 주로 공연되고, 스페인 정열의 춤 플라맹고를 이곳에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음악당 실내관람을 하고, 연주공연까지 관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카탈루냐광장에 도착합니다. 바르셀로나 중심광장인 카탈루냐 광장은 크고 작은 행사와 집회장소로도 유명합니다. 광장에서 남쪽으로는 우리나라 명동거리와 비슷한 람블라스거리가 이어집니다. 1km의 차 없는 거리에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야외 카페와 레스토랑, 그리고 행위예술을 하는 사람들로 거리는 활기가 넘칩니다.

바르셀로나의 활기찬 람블라스 거리.
 바르셀로나의 활기찬 람블라스 거리.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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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소매치기가 많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특히, 백팩을 많이 노려요. 여권이나 현금, 신용카드 같은 걸 잃어버리면 낭패입니다."

가이드는 날치기를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합니다.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스페인이지만, 이곳은 소매치기가 많다고 합니다. 날치기가 많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날치기 범죄에 대한 처벌이 미약하기 때문이랍니다. 거기다 청년실업률이 30%가 넘는다고 하니, 좀도둑이 극성을 부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내는 내 크로스백을 한사코 앞으로 당겨놓습니다.

람블라스거리는 많은 꽃가게들이 거리를 형형색색 화려하게 장식합니다. 키가 크게 자란 플라타너스로 빽빽하게 수놓아진 가로수가 복잡한 도시의 삭막함을 덜어줍니다. 플라타너스는 넓은 잎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어 태양의 나라와 어울리는 가로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우디 남긴 위대한 건축물들

이제 본격적인 '가우디 투어'에 들어갑니다. 먼저 찾은 곳은 까사 바뜨요와 까사 밀라. 까사(Casa)가 집이라는 의미이니 '바뜨오의 집', '밀라의 집'인 것입니다.

바르셀로나 그라시아 거리에 마주보고 있는 까사 바뜨요와 까사 밀라는 가우디 건축의 걸작으로 꼽힙니다.

까사 바뜨요는 가우디가 1877년 바르셀로나 직물업자 바뜨요를 위해 지은 저택이라 합니다.

아내가 한참을 건물을 뚫어져라 보더니 가이드에게 묻습니다.

"건물 장식이 좀 특이하네요. 무슨 해골과 생선뼈 같은 게 느껴져요."
"맞아요. 잘 보셨습니다. 까사 바뜨요를 '뼈다귀의 집'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까사 바뜨요 건물 외관 테라스 장식이 참 특이합니다. 창틀과 창의 창살은 뼈가 연상되고, 발코니는 해골의 눈 부분을 닮았습니다.

일명 '뼈다귀의 집'으로 불리기도 하는 까사 바뜨요.
 일명 '뼈다귀의 집'으로 불리기도 하는 까사 바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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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 생선뼈 등 여러 가지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외관과 타일 장식이 있는 까사 빠뜨요
 해골, 생선뼈 등 여러 가지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외관과 타일 장식이 있는 까사 빠뜨요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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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형 지붕에다 타원형 창문, 구불구불한 곡선이 특히 강조되고, 지중해를 주제로 한 가우디만의 독특한 색채가 드러났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까사 바뜨오는 건축과 디자인 그리고 빛과 색, 예술과 기능 등이 완벽하게 조합한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제 가우디의 또 하나의 역작 까사 밀라로 눈을 돌립니다. 까사 밀라는 바르셀로나의 거부(巨富) 밀라 부부의 의뢰를 받아 가우디가 1916년 공사를 시작하여 4년 후인 1920년에 우여곡절 끝에 완성했다는 것입니다.

"까사 밀라에서는 채석장 같은 분위기가 나죠? 여기 사람들은 까사 밀라를 '라 페드레라(La Pedrera)'라고도 부르는데, 채석장이라는 의미가 있죠."

가우디가 몬세라트 바위산에서 영감을 받아 자연미를 살려 지었다는 까사 밀라.
 가우디가 몬세라트 바위산에서 영감을 받아 자연미를 살려 지었다는 까사 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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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미역을 연상시키는 까사 밀라의 전경.
 바다와 미역을 연상시키는 까사 밀라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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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의 설명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정면에서는 암벽을 깎아 놓은 듯, 옆에서는 파도가 일렁이는 것 같은 듯 느낌이 듭니다. 가우디는 바르셀로나 인근 몬세라트의 거대한 바위산에서 영감을 얻어 부드러운 파도 같은 건물, 까사 밀라를 탄생시켰다고 합니다.

까사 밀라는 멀리서 보면 시멘트나 회반죽을 칠해 바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면 돌을 깎아 만든 건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돌을 깎았지만 부드러운 찰흙을 주물러 우그러뜨려 놓은 것 같으니 기기묘묘합니다.

까사 밀라를 짓는 과정에서 가우디는 많은 논란에 휩싸였다고 합니다. '고물상과 채석장을 옮겨 놓은 듯하다', '기괴하다', '엄청나 건축비용에 비해 볼품이 없다'는 등의 비판에 직면하게 됩니다. 건축을 의뢰한 밀라부부와 소송까지 벌이며 공사 중단과 재개를 거치면서 5년 만에 완성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완성된 까사 밀라를 보고 부드러운 곡선에 강렬한 리듬과 강한 역동성이 표현된 건축물로 가우디의 독창성이 마음껏 발휘되었다고 평가를 합니다.

보고 또 보며 사진을 찍는 우리에게 가이드 수신기 소리가 들립니다.

"여러분, 까사 바뜨오와 까사 밀라를 보고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는 가우디가 남긴 말이 가슴으로 느껴지나요? 이젠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는 그의 말이 생각나게 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갑니다."

우리는 가우디 건축의 최고의 걸작이며 바르셀로나의 랜드 마크가 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6월11일부터 18일까지 다녀온 스페인, 포르투칼 여행기입니다. 몇 차례 나누어 연재합니다.



태그:#가우디, #바르셀로나, #까사 밀라, #까사 바뜨오, #까탈라나 음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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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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