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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그룹 서초사옥의 모습.
 서울 삼성그룹 서초사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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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당시 검찰이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사장)의 동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고위 간부로 만드는 데 일조하려고 '유력 경쟁자'를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오마이뉴스>는 삼성이 '모바일 헬스케어' 등 삼성의 핵심 현안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인 식약처 차장 자리에 최 전 실장의 동서를 앉히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미르재단 출연금' 등을 건넨 의혹에 관해 보도했다(관련 기사: 박근혜, 식약처 차장도 삼성 뜻대로... "최지성 동서 임명").

청와대 국무조정실 → 식약처 → 검찰... 안종범 수첩대로

지난 2016년 3월 말. 유무영 당시 서울식약청장과 조기원 전 식약처 기획조정관은 차기 식약처 차장 자리의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여기서 유 청장이 최지성 전 실장의 동서다. 그리고 한 달여 뒤, '국정농단' 사건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됐던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수첩에는 두 사람의 이름이 등장했다.

"장충기 유무영 식약처 차장" (2016년 4월 ~ 5월 사이)
"식약처 조기원 기획조정관 비리" (2016년 5월 8일)


식약처 차장은 식약처장 대신 식품의약품, 바이오, 의료기기 등 각 대표 산업의 안과 밖 실무를 모두 담당하는 중요 자리다. 당시 '모바일 헬스케어 사업'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새로운 주력 분야로 삼았던 삼성으로선 식약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2015년엔 식약처가 의료기기 규정을 완화한 덕분에 갤럭시S5에 심박도 측정앱을 탑재할 수 있었다(관련 기사: 박근혜, 삼성 갤럭시 '심박도 어플'도 직접 챙겼다).

2016년 5월 10일, 삼성의 현안과 밀접한 이 자리에 '가장 확실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 최 전 실장의 동서 유 청장이 임명됐다. 국무총리 직속기관인 청와대 국무조정실이 직접 '유력 경쟁자' 조기원 전 기획관의 개인 비리 혐의를 조사하면서 조 전 기획관의 직위가 해제됐기 때문이다. 

국무조정실은 2016년 4월 조 전 기획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5월 13일 부인과 관련한 의혹을 식약처에 통보했다. 식약처는 6일 뒤 검찰총장에게 조 전 기획관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혐의는 뇌물수수였다.

조 전 기획관의 부인 이아무개씨는 2012년 의약품 제조회사 A를 운영하는 박아무개씨의 주선으로 포장회사인 하청업체 B에서 4개월 동안 영업사원으로 일했고, 이후 다시 박씨의 소개로 C 회사에서 1년 동안 일하며 매달 급여 300만 원을 받았다.

검찰(청주지검)은 조 전 기획관이 당시 의약품안전국장이었고, 의약품회사를 운영하는 박씨가 조 전 기획관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이씨의 일자리를 주선해준 것으로 봤다.

1심 무죄 판결... "재산 이익이라고 보기 어려워"

그러나 결론은 무죄였다. 지난 5월 17일, 청주지방법원은 "포장박스 회사 관계자들을 소개한 것 자체를 재산적 이익이라고 하기 어렵다. 피고인에게 뇌물수수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며 조 전 기획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 전 기획관이 공직자로서 처신에 소홀했던 점은 지적할 수 있지만, 불법적인 이익을 취득하지는 않았다고 본 것이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이 지난해 8월 25일 오후 1심 선고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 1심 선고 받는 최지성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이 지난해 8월 25일 오후 1심 선고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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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이씨가 원래 박씨와 친분이 있었고, B 회사와 C 회사 대표가 독자적 판단으로 이씨를 고용했다가 실적이 나지 않자 해고했다는 점도 인정됐다. 실제 B 대표는 경찰에서 "이씨 남편이 식약처에 다닌다는 얘기는 했지만, 국장 사모님이라는 말은 퇴사 후에 들었다. 영업실적이 기대와 달라 4개월 만에 해고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법원은 이씨를 채용한 회사들이 포장박스 제조회사로 식약처 업무와 무관해 뇌물 요건인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이런 사건도 기소하나 의심"... 검찰 "표적수사 아냐"

이로 인해 검찰이 삼성의 '최지성 동서 식약처 차장 만들기'에 동조하기 위해 조 전 기획관을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전 기획관 측 또한 최후 변론에서 이런 점을 강조했다.

조 전 기획관의 변호인 손차준 변호사는 법원에 제출한 변론요지서를 통해 "처음 이 사건을 담당하면서 어떻게 검찰이 이런 사건도 기소할까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밝혔다. 또, "조기원에 대한 수사는 식약처 차장 자리를 두고 유무영과 경쟁 관계에 있던 피고인을 인사에서 낙마시킬 의도로 삼성 간부들과 접촉하던 청와대 비서관이 부당하게 인사 개입 차원에서 막후 조종해 수사가 개시됐고, 그 결과 법리상으로도 무리한 사안이 (검찰의) 기소에까지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조 전 기획관 측은 피고인이 진술하지 않은 부분 또한 피의자신문조서에 의도적으로 기재돼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측은 표적수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식약처가 수사의뢰한 사건으로 저희는 표적수사할 이유도 없다"라며 "절차에 따라 수사를 했고, 법대로 처리했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법리적으로 다퉈볼 이유가 있다며 대전고등법원에 항소한 상태다.


태그:#삼성, #이재용, #최지성, #장충기, #식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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