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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설움 알랑가 몰라

18.06.22 06:09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얼마 전 대전무역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2018 방위산업 부품.장비 대전 및 첨단국방산업전> 구경을 갔다. 각종의 첨단무기와 부품, 장비들이 눈길을 끌었다.

150개사(社) 300개 부스에서 열린 이 행사 중 개인적으로 큰 관심을 모았던 분야는 지금 이 시간에도 묵묵히 국방에 전념하고 있는 국군장병들의 급식시스템에 맞춰 제품을 만든다는 모 회사의 주방 제품들이었다.

HACCP 관련 위생소독기와 손 소독기, 주방배식대 외에도 세미기(洗米器)와 캐스터 등이 취사 담당 장병들 맘에도 쏙 들 듯 싶었다. 과거 군에 입대하여 3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을 받을 때의 해프닝이다.

하도 배가 고프기에 아까 밥을 먹었지만 뒷줄에 서서 다시 배식을 받아 두 번이나 밥을 먹는 만행(?)을 자행했다. 사람은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수중에 돈이 없으면 길거리서 파는 붕어빵도 사무치게 먹고 싶다!

이런 정서의 연장에서 신병교육대를 회상하자면 지금도 당시의 '악몽'이 선연하게 그려진다. 그건 훈련을 마치고 밥을 먹고자 줄을 선 신병들의 두런두런, 그러면서도 강한 불만에서 기인했다.

"아니! 밥이 떨어졌다고? 세상에 이런 일도 있나. 그럼 취사병은 오늘 식사를 할 장병들의 숫자도 파악 못했다는 겨?" 그건 나 같이 도둑고양이처럼 밥을 두 번씩 훔쳐 먹은 신병들로 말미암아 빚어진 어쩌면 필연적 귀결의 대소동(大騷動)이었다.

장병들이 밥을 못 먹어 불만이 고조되면서 설왕설래의 파장과 사달이 확산되자 중대장까지 나섰다. 취사 담당 장병으로부터 사태의 현황을 파악한 중대장은 부아가 활화산으로 치솟아 우리 신병들을 모두 집합시켰다.

"니들 중에서 양심불량으로 밥을 두 번이나 처먹은 놈들은 빨리 손 들어! 안 들면 모조리 적발해서 죽는 줄 알아라!!" 밥을 두 번씩이나 몰래 먹은 신병은 나 말고도 열댓 명이 넘었다.

쭈뼛쭈뼛 손을 드는 장병들에게서 양심의 가책을 받아 나 역시도 마지못해 손을 들었다. 중대장의 엄중한 일장훈시가 이어졌다.

"니들은 참 나쁜 놈들이다! 세상에 동료 전우들이 먹어야 할 밥을 두 번씩이나 처먹어? 밥은 새로 지으라고 했지만 밥이 다 되도록 기다려야 하는 시간 동안 저 배곯은 전우들의 아픈 심정은 무엇으로 보상할 거냐? 여기가 신병교육대였기에 망정이지 만약에 전장이었다면 니들은 모두 총살감이야, 알았어?"

"네..." "복창 소리 봐라! 알았어?" "네~~~~~" 그렇게  꼬리가 잡혀서 연병장을 몇 바퀴나 도는 얼차려를 받아야 했다. 땀이 비 오듯 죽어라 뛰어야 했기에 배가 아파 죽을 지경이었던 건 당연한 징벌(懲罰)의 과정이었다.

사람에겐 각자 참을 게 있고, 참을 수 없는 어떤 한계가 존재한다. 이 중 나에게 있어 후자는 단연 배고픔이다. 너무도 일찍 어머니를 잃었다. 그래서 같은 동네서 혼자 사셨던 할머니께서 핏덩어리였던 나를 키워주셨다.

생전에 할머니께선 유독 밥을 밝히는 날더러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이고, 불쌍한 것~ 엄마 젖을 제대로 못 먹어서 배고픈 걸 못 참는구나! 쯧쯧~" 세월이 한참 더 흘러서 아들이 군에 입대했다.

신병교육을 마친 뒤엔 의무소방원으로 군복무를 하였기에 지역의 모 소방서에서 복무했다. 첫 면회를 가는 날 아내는 죽 전문점에서 전복죽을 2인분 샀다. 그걸 가지고 아들을 만나니 아들이 헤벌쭉 웃었다.

"죽을 왜 2인분이나 사셨어요?" "우리 아들 배고플까 봐서." "하하~^^ 요즘 군대는 밥도 참 잘 나와요. 먹을 수 있을 만큼 맘껏 먹을 수도 있고요." "......!!"

경비원이란 직업의 특성 상 주근보다 야근이 더 많다. 야근을 하면서 가장 힘들고 견딜 수 없는 건 바로 배고픔이다. 오늘도 야근이다. 출근하기 전 마트에 들러서 컵라면과 빵 따위의 먹을 걸 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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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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