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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동래구 충렬사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 당선자들이 엄지 손가락을 추켜 들고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14일 동래구 충렬사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 당선자들이 엄지 손가락을 추켜 들고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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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줄을 서는데도 한참 걸리네요."

14일 오전 동래구 충렬사 앞은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들로 북적였다. 참배를 위해 줄을 서는 당선자를 바라보던 정종민 부산시의원 비례대표 당선자가 웃으며 말했다. 80여 명의 당선자들 표정은 밝았다. 민주당은 부산의 각 선거에서 159명의 당선자를 냈다. 절반밖에 안 모인 셈이었지만 여느 때보다 달라진 위상을 당선자들은 체감하는 듯했다.

부산에서 압승한 민주당의 당직자들은 "이제 시 당사에 다 모이지 못하는 거 아니냐"면서 "당사를 옮겨야 하나"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한 프레임에 담지 못하는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당직자의 발걸음이 연신 뒷걸음질을 쳤다.

오거돈 시장 당선자를 필두로 참배를 위해 당선자들이 이동하는 길. 견학을 마치고 나오는 초등학생들이 "시장님께 인사하자"라는 선생님의 말에 따라 "안녕하세요"하고 합창하듯 배꼽 인사를 했다. 당선자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시장뿐 아니라 보궐선거의 승리로 부산 국회의원 18석의 1/3에 해당하는 6석이 민주당 의원 지역구가 됐다. 윤준호 해운대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자는 "당과 부산시가 일체감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당과 혼연일체하는 가교 구실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민주당의 독주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 최인호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부산시민들께서 이렇게 큰 기회를 주신 것은 부산을 제대로 한 번 바꾸고 발전시키라는 엄중한 요청"이라면서 "겸손하게 그러나 철저히 준비해서 시민 기대에 부응하도록 부산시당이 제대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달라진 정치 지형... 쇄신 필요성 커진 한국당

서병수 자유한국당 부산시장 후보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서병수 자유한국당 부산시장 후보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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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당 대표가 선거 막판 "부산까지 무너지면 당 문을 닫아야 한다"면서 읍소했던 자유한국당의 표정은 침울하다. 1995년 지방선거 이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자유한국당의 전신 정당 출신만이 하던 시장을 내준 것뿐 아니라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회까지 대부분 민주당에 내주었다. 그야말로 참패다.

14일 오후 열린 서병수 후보의 선거 캠프 해단식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한국당 부산시당은 "부산시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 분발하고 환골탈태해서 시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면서 "선거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긴 했지만 지지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부산시민들께 약속한 공약정책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합심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수의 텃밭이라 불리던 부산의 변화에 한국당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쇄신이 필요하지 않겠나"라면서 "진정성 있는 쇄신이 없다면 시민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선거 이후 혁신을 위한 지역 정치권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철현 경성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 집권할 수 없다는 인식을 해야 하고, 보수 정당은 지금처럼 지리멸렬한다면 다음 총선에서 의회 권력까지 민주당이 싹쓸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그:#부산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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