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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친일파 암살 작전을 다룬 영화 암살. 극중 친일파 강인국의 저택은 넓은 정원을 갖춘 화려한 공간으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당시 촬영장으로 쓰인 이 아름다운 저택은 서울 종로구 북촌의 백인제 가옥이다.

백인제 가옥의 높다란 대문간채
 백인제 가옥의 높다란 대문간채
ⓒ 채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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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제 가옥은 1913년 한성은행 전무인 한상룡이 지은 집이다. 한상룡은 이완용의 외조카로 동양척식회사 이사를 지낸 대표적 친일파다. 1906년 가회동으로 이사한 그는 일본 고관들을 접대하기 위한 집을 짓기로 마음 먹고 한옥 12채를 사들인다. 그리고 북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2460㎡(745평)의 넓은 땅에 별당채와 정원까지 갖춘 저택을 새로 지었다.

대문 간채를 지나면 만나게 되는 중문 간채
 대문 간채를 지나면 만나게 되는 중문 간채
ⓒ 채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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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부유층의 저택인 만큼 건축 자재도 최고급이었다. 압록강 흑송(黑松)을 사용했는데 1907년 경성박람회 당시 서울에 처음 들어온 것이다.

가옥에 들어서면 사랑채를 중심으로 넉넉한 안채와 아담한 별당채, 그리고 정원이 펼쳐진다. 사랑채와 사랑채 정원의 면적은 가옥 총 면적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접대와 사교 활동을 위해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복도로 연결된 안채와 사랑채
 복도로 연결된 안채와 사랑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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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전통 한옥처럼 보이지만 시대적 배경을 반영한 부분이 많다. 사랑채와 안채를 복도로 연결해 문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데 이는 전통 한옥에선 볼 수 없는 구조다. 안채의 일부를 2층으로 지은 것, 사랑채의 툇마루와 복도 그리고 사랑 대청에 전통적인 한옥의 우물마루 대신 일본식 장마루를 깐 것도 그렇다. 다다미방을 만들고 붉은 벽돌과 유리 창을 많이 사용한 것도 한옥에 적용한 근대적 요소다.

사랑채에선 사교 활동이 자주 이루어졌다
 사랑채에선 사교 활동이 자주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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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제 가옥 내부의 넓은 정원
 백인제 가옥 내부의 넓은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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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한옥과 달리 2층으로 지은 안채
 전통 한옥과 달리 2층으로 지은 안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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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주인은 여러 차례 바뀐다. 한상룡 이후 한성은행, 언론인 최선익 등을 거쳐 1944년 당시 국내 의술계의 일인자이자 백병원의 설립자인 백인제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1968년부터는 백인제 박사의 부인 최경진 여사가 원형을 거의 보존하며 살아오다가, 2009년 서울시가 최 여사로부터 가옥을 매입해 2015년부터 일반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관람은 무료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자유 관람과 예약이 필요한 안내원 해설 관람으로 나뉘는데 해설 관람을 원하면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예약은 서울시 공공서비스 웹사이트(http://yeyak.seoul.go.kr)나 전화(02-724-0232)로 하면 된다.


태그:#백인제 가옥, #북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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