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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작구에 위치한 한국지엠의 한 판매 대리점.
ⓒ 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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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분도 그만두고 나가는 겁니다."

지난 23일 한국지엠이 국내 판매 회복의 첫 단추로 스파크를 부분변경한 '더 뉴 스파크'를 공개했다. 회사는 이날부터 스파크의 사전계약에 돌입했으며 본격 판매는 오는 6월 5일부터다. 더 뉴 스파크 발표 직전인 21일과 22일, 한국지엠 판매 대리점을 찾아 영업 직원들의 현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관련기사:  실적 바닥 한국지엠, 반전 카드는 '더 뉴 스파크')

신차 출시 이틀을 앞두고 찾은 서울 서초구의 한 대리점에서는 그날도 한 직원이 일터를 떠나고 있었다.

별다른 짐도 없이 가벼이 떠나는 직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김아무개 부장은 "올해까지는힘들 것 같다"고 예상했다. 대개 판매 전시장에서는 신차 출시를 앞두고 소비자들로부터 문의가 이어진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약 3개월에 걸친 지난한 경영 정상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시장의 신뢰를 잃었고, 소비자들은 더 이상 회사의 제품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급한 불을 꺼야 하는 회사는 제품에 대한 별다른 마케팅 활동을 펼치지 못했다.

신차에 대한 관심 예전만 못해... 철수설 해명하느라 바빠

그는 "기업 이미지가 안 좋은 상태에서 신차가 나오니까 예전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스파크의 경우 부분변경이다보니 주목도는 더욱 낮다. 이어 그는 "(부분변경이라도) 아는 분들은 아셨는데 확실히 요새는 스파크를 문의하는 분들은 부분변경 소식 자체를 모른다"고 덧붙였다.

본사인 제네럴모터스(GM)로부터 완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이쿼녹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 부장은 "(경영 정상화)사태 이전에는 이쿼녹스 언제 나오냐는 문의가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고 힘들어 했다. 이전만 해도 출시'설'뿐임에도 매장을 직접 찾아오거나, 예약 의사까지 밝히는 소비자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이 마저도 없다. 그는 "(기업) 이미지 때문에 (소비자들이) 관심 자체를 안 갖는 것 같다"고 영업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부장에 따르면 대부분 소비자는 아직도 한국지엠의 철수설 소식에 머물러 있다. 영업을 나가면 상품 소개가 아닌 철수설과 정상화 합의에 대한 설명부터 해야 한다. 그는 "언론에서도 철수 가능성에 대한 보도는 굉장히 많이 한 반면, 합의된 사항은 부각하지 않아 후속 소식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판매가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김 부장은 "마무리가 잘 됐다고 하니까 기대하는 건 있지만, 대리점에서 실감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이전에 비해 제품 문의가 조금 늘어난 듯 하나 피부로 느낄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추락한 기업 이미지가 경영 정상화에 합의를 봤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돌아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김 부장은 "부산모터쇼 공개 이후 반응이 있길 기대 중이나, 회사 차원의 신뢰성 있는 마케팅이 전제돼야 이쿼녹스 판매도 가능할 것 같다"고 회사에 당부했다. 앞서 회사에서는 지난 14일, 산업통상자원부의 권유로 경영 정상화 최종 합의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마련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기습 시위로 무산됐다. 이후 별도의 공식 발표 자리를 마련할 계획은 없다고 전해졌다.

"스파크는 약하고 이쿼녹스 나와야 회사가 돌아간다고 생각할 것"

동작구의 한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이아무개씨도 더 뉴 스파크보다는 이쿼녹스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분위기 전환의 진짜 카드는 이쿼녹스라는 것. 그는 "지금 (소비자들에게) 정상화됐다고 말하면 모른다"면서 "스파크는 조금 약하고, 이쿼녹스가 나와야 (회사가) 돌아가는구나 생각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가 놀란 부분은 구매를 결정하고 온 소비자들조차 경영 정상화 소식을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는 "물론, 당연히 바로 (판매 정상화)될 거란 생각은 안 했지만, 철수설은 대문짝 만하게 1면에 실려서 여파가 바로 왔는데 경영 정상화 체결은 당장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실적 개선 및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이쿼녹스의 경쟁력 있는 가격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이쿼녹스 발표하고, 가격이 잘 나와야 판매 정상화 시작되는 시점으로 본다"면서 "마케팅만 조금 더 잘하면 10% 언저리의 시장 점유율이 20%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씨는 2014년에 수입했던 대형 세단인 임팔라 때처럼 재고 부족 현상에 시달려서는 절대 안된다고 경고했다. "영업 사원이 아무리 잘해봐야 회사 정책이 90%를 좌우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 회사에서 실시한 인센티브 인상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비판하며 차를 잘 팔 수 있는 판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판매 정상화 궤도까지 버티기 힘든 대리점들 많아"

한국지엠의 신차 15종 출시 계획에도 향후 상황을 더 비관적으로 보는 이도 있었다. 광진구에서 대리점을 직접 운영중인 정아무개씨는 "이쿼녹스도 크게 요동 치지 못할 것 같다"면서 가격이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씨도 무너진 시장의 신뢰를 우려했다. 정씨는 "이쿼녹스 기다리는 사람 있는데 예전처럼 기다리다가 뒤통수를 맞을까봐 걱정들 한다"고 시장 상황을 전했다.

또, 정씨는 앞으로 수개월 동안 문을 닫는 곳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봤다. 정씨는 "많은 대리점들이 대출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현재 사정들이 판매 회복까지 기다리지 못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쉐보레 주요 소비층의 소비 심리가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 판매 정상화를 위해서는 시장의 신뢰 회복만큼이나 줄어든 영업망 재건도 중요하다. 한국지엠 관계자에 따르면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폐점한 판매장은 전체 310개 중 15개다. 그는 판매 증가에 따라 자연스레 대리점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월 판매 실적 또한 올 하반기부터 2017년 상반기 수준으로 회복 가능하리라고 보고 있다.

취재에 응한 영업직원들과 대리점 대표는 하나같이 회사 측에 이쿼녹스의 현실적인 가격 책정을 주문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쿼녹스는 경쟁 차종인 현대자동차의 싼타페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오는 6월 7일 '2018 부산모터쇼' 언론 공개날 국내에 이쿼녹스를 정식으로 소개한다.



태그:#한국지엠, #이쿼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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