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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전쟁 중인 1952년 4월에 경북 구미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때 내 고향 구미는 1950년 8월, 9월 약 50일간 낙동강전선 다부동전투의 배후지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었다. 그래서 그때까지도 대부분 건물들은 전란으로 불타거나 폭격으로 파괴돼 있었다. 구미초등학교도 전란으로 거의 파괴됐으나 복구하기 전이라 1, 2학년 저학년들은 한동안 야외수업을 받다가 급조된 초가 교실에서 책걸상도 없이 맨땅에 가마니를 깔고 수업을 받았다.

당시 전란을 치른 대부분의 고장 상황도 이와 비슷했다. 하지만 부모들의 교육열은 대단해 학교에서는 교실이 모자라 2부제, 심지어는 3부제 수업까지도 시행했다. 전후 서울의 한 초등학교 경우는 한 학급의 학생 수가 100명 내외로 전교 학생 수가 1만 명 가까워 당시 세계 최대라는 불명예 기록을 보유하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 옛 친구들 초대로 모처럼 고향 구미에 가서 그들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정담을 나눴다. 고향에 사는 한 친구는 "대통령까지 배출한 모교 구미초등학교가 입학 학생이 없어서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라고 이야기했다. 그 얘기에 동창들은 모두들 넋을 잃었다. 대도시로 변한 내 고향조차도 그렇다니, 오늘날 우리 사회의 인구 감소 절벽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이 기사를 쓰면서 인터넷으로 구미초등학교 학생 현황을 검색해 봤다. 전교생이 105명으로, 지난날 1개 학년의 학생 수에도 훨씬 미치지 못했다. 비단 구미초등학교만의 현황이 아니다. 이즈음 웬만한 시골학교는 폐교됐거나 폐교 직전의 상태다.

이번 [박도 기자의 사진 근현대사] 38회에서는 전란 중에도 왕성했던 교육 현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로 꾸며 봤다. - 기자의 말

1953. 10. 22. 서울, 전란으로 학교 교실이 잿더미가 되자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불탄 교실 터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1953. 10. 22. 서울, 전란으로 학교 교실이 잿더미가 되자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불탄 교실 터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 N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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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 10. 서울 은평, 전쟁으로 학교 교실마저도 불타버렸다. 엄마가 일터로 가자 소녀는 하는 수 없이 동생을 데리고 학교로 가서 운동장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1950. 10. 서울 은평, 전쟁으로 학교 교실마저도 불타버렸다. 엄마가 일터로 가자 소녀는 하는 수 없이 동생을 데리고 학교로 가서 운동장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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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 11. 1. 전쟁 중이었지만 원산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천진난만하게 학교운동장에서 뛰놀고 있다.
 1950. 11. 1. 전쟁 중이었지만 원산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천진난만하게 학교운동장에서 뛰놀고 있다.
ⓒ N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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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11. 1. 원산, 한 초등학교 학생들과 담임선생님
 50. 11. 1. 원산, 한 초등학교 학생들과 담임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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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 부산, 한 초등학교 어린이 대표가 교과서 용지를 원조해준 미국의 원조기관에게 감사의 인사말을 하고 있다(오른쪽 끝은 당시 백낙준 문교부장관)
 1951. 부산, 한 초등학교 어린이 대표가 교과서 용지를 원조해준 미국의 원조기관에게 감사의 인사말을 하고 있다(오른쪽 끝은 당시 백낙준 문교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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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 미국의 원조로 만든 교과서를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읽고 있다.
 1951. 미국의 원조로 만든 교과서를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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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 미국의 원조로 만든 초등학교 각종 교과서들
 1951. 미국의 원조로 만든 초등학교 각종 교과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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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 7. 전쟁 중 한 피란지 임시 초등학교의 운동장 조회시간이다. 동구 밖 밭에다가 임시로 천막을 치고 학교를 열었다.
 1952. 7. 전쟁 중 한 피란지 임시 초등학교의 운동장 조회시간이다. 동구 밖 밭에다가 임시로 천막을 치고 학교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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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 11. 24. 마산의 한 중학교 교실.
 1952. 11. 24. 마산의 한 중학교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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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 11. 25. 마산, 미군의 원조를 받고 있는 한 여자중학교 수업시간.
 1952. 11. 25. 마산, 미군의 원조를 받고 있는 한 여자중학교 수업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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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 6. 5. 서울, 초등학교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1953. 6. 5. 서울, 초등학교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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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 3. 9. 경기도 문산. 한 중학교 임시 교실.
 1954. 3. 9. 경기도 문산. 한 중학교 임시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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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 5. 13. 한 초등학교의 수업시간
 1954. 5. 13. 한 초등학교의 수업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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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국전쟁,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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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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