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페름(Maria Ferm)은 1985년생인데,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으로는 32세입니다. 2010년 선거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되었고 2014년에 재선된 후 동료 요나스 에릭손과 더불어 국회 원내대표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주 담당 분야는 이민 정책입니다.
스웨덴엔 젊은 정치인들이 많습니다.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목적으로 영입되는 인기있는 청년들이 아니라 이미 10대부터 정치에 관심을 갖고 별도의 청년, 학생 조직에서 활동하면서 훈련이 제대로 된 프로 정치인들입니다. 마리아는 청년조직에서 대변인(språkrör. 스웨덴 녹색당은 남·여 각 1인씩의 대변인이 당대표 역할) 역을 맡을 정도로 뛰어난 정치인입니다.
지난 수요일 저녁에 이웃 지역인 발렌투나의 녹색당 지부에서 마련한 이민정책 발표회에 다녀왔습니다. 강연자로 초청된 마리아는 현 국회 임기(2014-2018)동안에 펼쳐지고 있는 당의 이민정책에 대한 소개를 했습니다. 녹색당은 사민당의 연립정부 파트너인데, 함께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당이라 하더라도 의견 조율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특히 이민정책은 사민당과 의견이 많이 다른 분야입니다.
시리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기에 증가한 난민으로 인해 유럽의 정치권은 난민문제라는 어려운 문제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진 것 같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는 난민 문제, 예를 들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서 유입되는 기후난민(기후변화에 따른 식수와 식량 부족이 원인이 되어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이 때문에 각국의 극우정당을 (난민 유입을 막아줄 거라는 기대로) 지지하는 층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스웨덴도 예외가 아니어서 극우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이 349석의 국회에서 49석이나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당을 제외한 진보, 보수 어느 진영도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데 국회 운영에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스웨덴민주당과 같은 극우정당은 굳이 찾아 본다면 반이민정책 말고는 뚜렷한 것이 없는데 이들이 하는 가장 큰 역할은 민주주의의 걸림돌 역할인 것 같습니다.
녹색당의 이민정책은 휴머니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법안(단신으로 입국한 미성년이 망명허가를 기다리는 도중에 만 18세가 되면 강제출국을 당했었는데, 학업을 계속하는 동안에는 체류를 허가하는 법안)에는 보수진영의 중앙당이 진보진영과 뜻을 같이 하기로 해 곧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보수진영의 최대 정당인 온건당과 중앙당 사이의 마찰이 있었습니다.
수요일 행사는 저녁 여섯 시부터 여덟 시 정도까지 진행되었는데, 마리아의 이날 일정은 아침 여섯 시에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마리아는 담당 분야 일이 많기도 하고 녹색당의 원내대표까지 맡고 있어서 일을 많이 하는 축에 속하지만, 스웨덴 국회의원들 대부분은 보좌관도 없고 심지어는 경비가 발생하면 영수증을 붙이는 일도 스스로 해야 할 만큼 일이 많습니다.
마리아가 정책 발표 도중에, 2015년 난민 위기 때(자세한 내용은 위키페디아 '유럽 난민 사태' 참조) 마침 육아휴직 중이어서 일을 하지 못했다는 말을 했는데,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그해 5월부터 12월까지 육아휴직을 했다고 합니다. 마리아의 육아휴직 기간동안은 22세의 마그다 라스무손(녹색당 청년조직 대변인)이 국회에서 역할을 대신했습니다. 법정 18개월의 육아휴직기간 중 나머지 11개월은 마리아의 남편이 사용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정책 발표를 마친 후 마시며 얘기하는 시간에, 기후난민뿐 아니라 시리아의 분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난민 문제도 지구의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다음 날 일찍부터 수행해야 하는 일정이 있어 미안하지만 먼저 가야겠다고 해서 아쉬웠습니다. 녹색당 국회 원내대표 마리아가 스톡홀름으로 가기 위해 이용한 교통수단은 '물론' 전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