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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일 문재인 정부가 임기 1년을 맞아 국정과제 추진 현황을 담은 '문재인 대통령 1년 국민께 보고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정부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켰다고 밝힌 항목은 총 35개. 그러나 같은 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완전이행 비율이 12.3%에 불과하다며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이는 박근혜 정부 출범 1년째의 완전 이행 비율(28%)보다도 낮은 것이다.

경실련은 '노동 존중 사회실현'을 위한 세부공약의 경우 완전이행률이 4.9%에 그쳤다고도 밝혔다. 양대노총 위원장들은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일부 긍정할 뿐,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노동법률> 5월호 커버스토리 '새롭게 열린 노사정 대화 시대, 양대노총 위원장을 만나다' 참고)

지난 5월 8일 제20회 국무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의사봉을 들고 있다.
 지난 5월 8일 제20회 국무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의사봉을 들고 있다.
ⓒ 청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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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조 일자리 예산에도 취업자 증가폭 '둔화'

당장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8년 정부 전체 일자리 예산은 지난해보다 12.6% 증가한 19조 2312억 원. 그러나 올해 1분기 고용동향을 보면 전체 취업자 중 상용근로자는 18만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취업자수가 35만3000명 증가했던 지난해 1분기보다 증가폭이 둔화된 것이다.

실업률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 3월 실업자수는 125만7000명, 실업률은 4.5%를 기록했다. 청년실업률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올해 청년 일자리 예산으로 2조 8329억 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3%p 증가한 11.6%를 나타냈다. 2016년 2월 11.8%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경실련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 공약 완전이행률이 24.1%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경실련의 분석과 최근의 고용동향을 종합해보면, 정부 일자리 정책이 이행되더라도 일자리 문제 개선에는 역부족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보고서에서 약속을 지켰다고 밝힌 내용 가운데 '공공부문 고용창출로 일자리 증가, 공공서비스 질도 향상'이라는 항목을 소개했다. 정부는 당초 2022년까지 공공일자리 81만명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까지 경찰ㆍ소방ㆍ사회복지 등 현장민생공무원 3만5000명이 충원됐다. 정부는 또 보육ㆍ요양 등 사회서비스 관련 공공일자리는 같은 기간 1만8000명이 충원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고용동향을 보면 공공서비스 인력 확충이 민간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던 정부의 전망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경실련은 "일자리 창출 공약은 재정지원과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양적인 확대에 치중"하고 있다며 "일자리의 대부분을 만드는 중소기업 분야의 활력과 경쟁력을 키우는 구조적인 정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논평했다.

노동시간 단축 둘러싼 시각차 여전

노동시간을 주당 최대 52시간으로 감축한다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세부 사항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보고서에서 "노동시간 단축과 일ㆍ생활의 균형을 통해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기업은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며, "청년들은 확대된 일자리를 통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시간 단축이 현장에 안착하도록 신규채용 인건비 지원과 기존 노동자 임금감소액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노동계는 노동시간 단축의 구체적인 내용과 후속조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보완책을 주문하고 나선 상황이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노동법률>과의 인터뷰에서 "휴일수당 중복할증이 인정되지 않은 것, 운송과 보건업종이 특례조항으로 남은 것, 5인 미만 사업장이 여전히 제외된 것은 특히 아쉽다"고 평가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같은 날 진행된 <노동법률>과의 인터뷰를 통해 "5개 특례업종을 남길 이유가 없었다"며 "(노동시간 특례업종인) 운수업종이 장시간 노동의 가장 큰 문제였는데 그것을 극복하지 못한 게 한계"라고 말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특례업종 종사자들을 위해 도입된 연속 11시간 휴식시간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인력이 충원돼야 하고 교대제가 바뀌어야 하는데 교대제 논의를 안 하고 있다"며 "교대제 개편, 근무제도 개편과 인력 충원이 따라와야 가능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보고서가 발표된 지난 5월 3일 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실노동시간을 단축시켰다는 점이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노동시간 단축의 후속조치로 △한국적 현실에 부합하는 근로시간 유연화제도 수립 △근로시간의 이면인 휴식제도의 보편성 확립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20만 명 무기계약 전환이 비정규직 대책의 본질"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노동계 일각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4월 10일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한 지 약 8개월 만에 비정규직 10만여 명의 정규직 전환 결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오는 2020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목표치 20만5000명 중 49.3%의 전환 결정이 완료된 것이다.

그러나 고용부 발표가 있던 날, 곽승용 서비스연맹 공공사업국장은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20만 명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대책의 본질"이라며 "오늘 고용부가 10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발표해서 (청와대는) 성공하고 있는 줄 알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자리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결정하는 '전환심의위원회'의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전환심의위원회에 반노조 성향의 인사가 위원으로 선임되거나, 전환 예외 규정을 임의로 해석해 전환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황선웅 부경대 교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있어 문재인 정부는 소극적이었던 과거 정부와는 확연히 대조된 모습"이라면서도 "여전히 절반 이상의 인원은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또 "적용 예외 사유 자체의 모호성과 자의적 확대 해석, 정책 추진 주체의 의지 부족, 관리ㆍ감독 소홀 등이 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은 정책 과제로 남아

지난 3월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2차 고용정책심의회를 주재했다.
 지난 3월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2차 고용정책심의회를 주재했다.
ⓒ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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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ㆍ연초를 뜨겁게 달궜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지난해보다 16.4% 인상됐다. 이는 역대 최대 인상폭이다. 정부는 보고서에서 "전체 노동자 중 23.5%에 달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정책인 최저임금 인상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ㆍ영세기업인들의 경영상 부담을 완화하고자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을 초과하는 임금 인상분만큼 인건비를 지원해주는 정부의 후속대책이다. 이를 통해 30인 미만 고용 사업자에게 월 보수 190만 원 미만 노동자 1명당 월 13만 원을 지원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위축되는 후폭풍을 차단하고자 마련된 보완책이다.

이 같은 후속조치에도 영세 사업장의 우려는 말끔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서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매출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최저임금이 인상된다는 소식에 원래 있던 알바생들 대신 가족들이 십시일반으로 일을 돕고 있다"며 "정부가 근로시간을 단축한다고 하는데 우리 같은 사업주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오히려 더 많이 일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에 노동계는 소상공인ㆍ영세 자영업자들과의 연대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실제 민주노총은 최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한상총련)과 정책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김명환 위원장은 이를 노동자와 소상공인의 연대라는 뜻의 '노상연대'로 명명하고, 한상총련과의 대화를 지속해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때마침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기조를 뒷받침할 만한 국책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지만, 이내 섣부른 분석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서 말한 한국노동연구원 주최 토론회에서 "고용형태에 상관없이 고용량에 대한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경제학계 일각에서는 "이미 결론을 생각해두고 급하게 작성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관련기사: <노동법률> 노동연구원 발표 두고 경제학계, ""저임금 인상 영향력 평가하기 아직 이르다")

'ILO 핵심협약 비준' 임기 1년 보고서 어디에도 없어

노동기본권과 관련된 현안은 앞으로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노동 존중 사회실현의 세부 공약 중 노동계가 유심히 살펴보는 내용은 바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이다. 정부가 비준하지 않은 ILO 핵심협약 가운데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단결권 및 단체교섭에 관한 협약은 전교조 등을 둘러싼 법외노조 논란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정부가 약속을 지켰다고 밝힌 35개 항목 중 이 같은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정부가 노력해야 할 과제들을 담은 보고서 뒷부분에서도 ILO 핵심협약 비준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정부는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4월 12일 국제노총(ITUC)과 양대노총ㆍ국회 헌법33조위원회가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아직까지 비준하지 못한 결사의 자유 협약과 강제노동 협약의 비준을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로 채택해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심협약의 비준을 위해 협약 내용과 국내법의 상충 여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토대로 핵심협약에 반하는 국내법 개정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출범 1년을 맞아 발표한 정부 보고서에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된 내용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가 이 내용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핵심협약 비준 여부를 두고 양대노총은 각각 성명과 논평을 통해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양대 노총 "문재인 정부, 이전보다 진일보했지만 여전히 부족"

한편, 한국노총은 지난 5월 9일 성명에서 "노동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그러나 아직 부족한 점도 많다"고 평가했다. 한국노총은 특히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 △원하청 불공정거래 근절 등의 부문에서 정부가 부족한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의 평가는 한국노총보다 다소 수위가 강했다. 같은 날 민주노총은 "노동존중을 위한 긍정적 조치와 신호가 있었다"고 언급한 뒤 "거기까지였다"고 논평했다. 이어 "1년을 맞은 지금, 노동정책 공약을 이행할 의지와 계획, 정책과제 추진을 위한 로드맵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공약 이행률을 점검한 경실련은 노동분야 공약 이행률 제고를 위해 국회를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다수의 노동정책이 국회 입법을 필요로 하는 만큼 국회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5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초심을 지켜가자"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심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공약이 현장에 잘 안착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5월 10일 기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76.1%를 기록(리얼미터,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1명 응답, 응답률 5.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김대영 월간 <노동법률>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5월 10일 월간 <노동법률> 6월호 인터넷판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www.worklaw.co.kr/)



태그:#노동공약, #노동정책, #공약평가, #임기1년, #노동존중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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