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감리를 완료하고 조치사전통지서를 회사와 감사인인 삼정·안진 회계법인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난 3월 시행한 특별감리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적 분식 회계'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 상태다. 한마디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기업가치를 '뻥튀기' 했다는 말이다.

많은 언론들이 이 사실에 대해 보도를 쏟아냈지만 그 내용은 주로 '삼성이 어떻게 분식회계를 했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어떻게'가 아니라 '삼성이 왜 분식회계를 했느냐"는 것이다.

사실 이번 금감원의 판정이 이재용 부회장이 가진 삼성그룹 지배력 자체를 뒤흔들수 있는 '핵폭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승계하는데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이 부회장이 가진 '삼성전자'의 지분이 너무 적다는 것이었다. 삼성전자가 그룹 전체 가치의 3/4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을 확보하지 않고는 승계작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삼성그룹 일가가 찾은 해법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것이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삼성물산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추고 제일모직 가치는 의도적으로 높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등장한다. 제일모직의 자회사 중 하나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2016년 11월 상장한 바이오로직스가 2011년 설립이후 계속 적자를 내다가 상장 전년도인 2015년 1조9천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갑자기 흑자전환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회사인 제일모직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는 부분이다.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은 1:0.35 였다. 즉, 삼성물산 3주를 제일모직 1주와 교환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삼성물산의 자산 가치는 제일모직의 두배가 넘는 상황이었다. 이는 지금 진행 중인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의 한 축인 '국민연금공단의 삼성 합병 찬성 재판'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금융감독원의 판정이 결국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분식회계'와 '정경유착'을 자행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이상한 점은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금감원의 판정과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감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금감원의 판단이 문재인 정부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 금융감독원 수장으로 '개혁 성향'의 외부 인사인 '윤석헌 서울대 교수'가 내정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 총수를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변경했지만 새 삼성그룹 총수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뇌물'과 '정격유착' 혐의로 상고심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혐의를 입증할 또 다른 핵심 증거가 등장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