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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한동안 교육 당국이 그동안 몰랐거나, 무심했거나, 아니면 더 높은 차원에서 설계했던 교육 과정에 대해, 다행히 수요자의 입장까지 수렴하는 기간이라기에, '하루살이 학부모' 입장에서 느낀 교육 현장의 모순을, 고3 학부모의 '단순한 수준'에서 제기해 보고자 한다. 교육에 대한 온갖 미사여구를 걷어내고. 거칠게 제기된 의문이나 사례가 지나친 일반화가 될 수는 있지만, 그 사례가 교육 현장에서 단 한번도 벌어진 적이 없는 허구라면 책임을 감수하겠다.

의문 - 도대체, 아이를 교육시키는 주체와 목표를 알 수 없다

학교인지, EBS인지, 학원인지, 개인적 재능의 발현인지, 그 목표가 인성인지, 대학인지, 의문시 된다. 교육 당국과 학교가 주체라면 왜 고 3아이들 대부분은 중간고사 기간에 이른바 한 방송국 교재에 불과한, EBS 수능 특강 교재로 내신을 치르는지, EBS 교재가 우리 사회의 교육 방향을 수렴한 교과서인지. 이 교재에 대해, 학원은 학교별 반 편성을 해서 순식간에 해설집을 펴낸다.

대학의 서열화는 과연 해체되었는지. 어른들은 명문대를 가지 않고, 인성과 노력으로 제몫을 해가며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과연 잘 만들어가면서, 봉사활동이나 수행평가를 요구하는지. 아이는 여기에서조차 점수를 부여받으면서, 사회의 위선을 내면화하고는 있지 않은지. 이 과정에서 학부모는 끼어들지 않고 차분히 바라보며, 아이의 내면을 키워내는 공정한 후견인인지.

수능공부를 해야하는지, 내신을 해야하는지, 아니면 두 가지에 더해 인성까지 완성하며 성숙한 고3이 되어야하는지, 자소자기소개서(자소서)는 자신의 진솔한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평가받는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과연 얼마나 있는지. 자소서를 자기 아이가 스스로 쓰지 않고, 아무리 사소한 부분이더라고 이런저런 도움을 받아 완성받은 뒤, 자녀가 대학에 합격했다면, 기쁨에 앞서 죄의식을 느끼는 대한민국 학부모가 단 한 분이라도 있는지(죄의식이 있다면, 애초부터 그러지 않겠지). 그런데 버젓하게 자소서를 자소설이나 타소서로 만드는 모순적인 유료 컨설팅이 성업중인 현실은 무엇인지. 과연 평가위원들은 이것을 다 구분하는 능력을 갖추고 계신지.

사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올해부터 고 1학생들이 학교 현장에서 배우는 국어 교과서는 일상적인 글들을 무척 많이 담고 있다. 어렵고 무거운 글들이 적지않게 추출되고, '글은 삶의 일부'라는 '훌륭한' 편성 방침을 한번 쯤 눈여겨 보면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일부 단원에서는 '음악실 사용'을 둘러싼, 학생들간의 토론이나, 학생의 SNS 글과 댓글이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 읽는데 5분도 걸리지 않는 단원들이다.

물론 학생들은 이 글을 둘러싼, 수많은 내신 문제를 풀어야한다. 그것은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수능문제나 이를 예고하는 학평은 이른바 교과서 차원에서만 본다면, '넘사벽' 수준이다. 인문학도, 사회과학도, 의대생. 철학도, 화학도, 그리고 문학도가 한 학기 교양시간에 배우는 지문을 모조리 80분에 구겨 넣는다. 심지어 내가 전공을 포기하고, 취업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한 비트겐슈타인 철학이 현재 고3아이들에게는 '껌'에 지나지 않는단다(이 지문을 잘 풀어 낸다면 왜 구태여 대학에 갈까하는 의문이 든다).

점수를 위한 변별에 대해 토를 달고 싶지 않다. 공정하다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이 기준인지 혼란스러워 묻고 싶다. 학생은 '내신'과 '수능'은 별도라는 삶의 무게와 이중성을 배운다. 정식의 교육과정에 수능 국어는 없다. 아니 교과서에 수능이 없다. 따로 배우든, 혼자하든, 자신과 부모의 몫이다. 그래서 고3학생이 법학적성시험 국어영역(LEET) 문제로 수능을 틈틈이 연습하고, 대학을 졸업한 로스쿨 응시생이 평가원의 학평시험일에 관심이 많다. 세대를 거스르는 영재 교육이 목표인지 의문이다.

여기에 또 다른 교재가 끼어든다. 고3에 올라가면, 이제 교재가 없다. 다양성 교육이라면 정말 바람직하다. 그런데 시험 기간에 EBS 교재가 서점 입구에 즐비하고, 고3 학생은 잠시 동안, 이 방송국의 '시청하지 않는 시청자'가 된다. 아이들은 EBS교재를 들고, 'EBS 전문 학원'으로 간다. 학부모는 시청료 없는 EBS를 멀쩡하게 눈앞에 두고 주머니를 털린다. 학부모 주머니를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채널이 주머니를 턴다.

하반기에는 컨설팅과 논술이 열기를 더한다. '무당' 컨설팅과, '로또' 논술이 더해지면서, 아이들은 내신과 수능을 동시에 감당해간다. 부모는 아이에게 이거라도 해줘야 직성이 풀인다. 정말 무한 책임감이다. 쌍둥이가 있다면, '1+1 자소서'가 가능한 시장이다. 여하튼 입시 전형의 자료로 활용된다.

정글같은 우리 입시를 피해갈 수 있다면, 노벨상을 많이 받았다는 외국 대학 입학은 정말 목가적인 분위기이다. 물론 대학에 목 매달 필요 없는 잘사는 나라들 이야기이다. 외국의 명문 대학들이 한국 학생의 입시 에세이를 보면, 다들 감탄한다. '한국은 정말 창의적 인재의 보고(寶庫)구나'라고. 한국에서 특수한, '부모의 창의적 지출'를 그들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마침 - 이상과 현실의 직시. 왜 아픈지, 먼저 들여다 보아라

고장 난 하드웨어를 외면하고, 당장 소프트웨어를 고치면 해결된다고 외치는 사람도, 결국 한번도 성공하지 못한  제 기술을 과신하는 엔지니어 불과하다.

참고 - 로스쿨 지문에 등장한 해밀턴 경로이다. 이미 사설 모의에 등장했다. 참으로 선진적인 이중성을 배우는 교육이다.
해밀턴경로
▲ 자료 해밀턴경로
ⓒ 조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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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자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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