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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유력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 지방선거 앞두고 정치공세 도 넘어...“금도는 있어야!” 차기 유력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 권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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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경기도시자는 금수저이고 저는 흙수저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복수의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어 이 후보는 "남 지사와 제가 선명하게 대비가 돼 유권자들이 선택하기 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의 말대로 두 사람은 정말로 선명하게 대비된다. 우선 출신부터 다르다. 남 지사는 버스회사를 운영한 넉넉한 집안 아들이다. 대학을 마친 뒤 유학을 했고, 그의 아버지 남평우 국회의원 지역구를 물려받아 30대 초반의 나이에 국회의원이 돼 내리 5선을 한 인물이다. 경기도지사 자리에도 올랐다. 남경필 지사가 '금수저'로 불리는 이유다. 남 지사도 '금수저 정치인', '오렌지 정치인'이라는 평가에 대해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남 지사는 지난해 출간한 에세이집에서 "그 큰 금수저로 다른 사람들을 떠먹이면 어떨까. 대표적인 사람이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라고 설명했다.

남 지사에 비교해 이 후보는 전형적인 '흙수저'다. 초등학교를 마치자마자 노동자 길로 들어설 정도로 힘든 성장기를 거쳤다. 공장에서 일하다 팔을 다치기도 했다. 주경야독해서 검정고시를 거쳐 사법고시에 합격했고, 그 뒤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를 거쳐 성남시장이 됐다. 시민운동을 하면서는 감옥까지 경험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닮은 점도 많다. 우선 나이가 1살 차이로, 서로 비슷하다. 두 사람 모두 자기 진영을 대표할 만한 거물 정치인이다.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것도 닮았다. 자기가 속한 정당에서 정치 성향상 가장 좌측에 있다는 것도 닮은 점이다.

이처럼 다른 듯 닮은 두 사람이 이번에 경기도지사 자리를 놓고 링에 올라 맞대결을 펼친다. 링에 오른 선수가 두 명 더 있지만,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이재명-남경필 양강구도로 치러질 게 거의 확실하다. 언론에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이홍우 정의당 후보와 홍성규 민중당 후보 지지율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남 지사는 탄탄대로를 걸어온 금수저답게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자유한국당 후보로 결정됐다. 반면 이 후보는 험난한 길을 헤쳐 온 흙수저답게 '네거티브 공세'까지 펼쳐진 치열한 경선을 뚫고 민주당 후보로 결정됐다.

각을 세우면서도, 서로를 칭찬한 두 사람

이재명 후보가 경선 승리 직후 선거 사무실을 방문, 선거 사무소 관계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경선 승리 직후 선거 사무실을 방문, 선거 사무소 관계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이재명 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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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모두 이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듯 그동안 여러 가지 문제로 각을 세웠다. 심지어 법정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서로를 인정하는 '대인배 같은' 모습도 보였다. 이 모습이 링에 올라가서 한번 붙어보고 싶다는 '제스처'로 비치기도 했다.

법정 싸움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 때 추진한 3대 무상복지(청년 배당과 무상교복, 공공산후조리원)로 인해 벌어졌다. 경기도가 대법원에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예산안 무효소송을 하자, 이재명 시장(현 경기도지사 후보)이 이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취하'를 요구했다. 그러나 남 지사는 이를 거절했다.

이것 외에도 두 사람은 많은 문제로 부딪쳤다. 최근에는 광역버스 준공영제 문제로 각을 세웠다. 남 지사가 추진한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이 후보는 "버스회사에 돈을 줘서 회사 배만 불려주는 임기 말 졸속정책"이라 비난했다.

이 후보는 이어 "버스 준공영제를 해야 하지만, 버스 회사 적자 보전이 아닌 노동자 임금인상이나 처우 개선비로 지원해야 한다"라며 자신의 버스 준공영제는 흙수저 지원 정책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남 지사는 "광역버스 운전자의 근로여건 개선으로, 안전한 버스 이용의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며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강행했다.

광역버스 준공영제 문제로 두 사람은 지난해 말 방송인 김구라가 진행하는 JTBC <썰전>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후보(당시 이 시장)가 "공적 책임을 담보할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하면) 퍼주기식 정책이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영생 흑자기업이 탄생하게 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남 지사는 "공적 책임을 담보할 장치는 이미 마련돼 있다. 부정이 일어나면 벌금 먹이고, 지원금은 환수하면 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나?"라고 반박했다.

흙수저 손을 들어줄지, 금수저 손을 들어줄지

남경필 경기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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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치열한 공방을 벌이면서도 두 사람은 서로를 '좋은 라이벌'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 지사는 상당히 장점이 많은 훌륭한 정치인이다. 경기도지사로 출마한다면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는 남경필 지사가 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남 지사 또한 올해 초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아주 훌륭한 정치인이다. 특히 이슈를 만들어 내고 그것을 국민에게 알리는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는 것 같다"라고 치켜세웠다.

앞에서 이미 언급했듯 두 사람은 출신부터 정책까지 선명한 차이를 보이면서도, 서로 닮은 점이 많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두 사람이 서로를 좋은 라이벌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두 사람이 펼칠 맞대결이 무척 흥미진진하리라 전망되는 이유다. 또한,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두 사람이라, 이번 선거가 다음 대선 전초전이 될 수 있다는 점도 흥행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뉴시스>의 의뢰로 리서치뷰가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56.8%)가 남경필 후보(24.8%)를 앞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이 후보가 남경필 현 지사를 앞서는 모양새다. 그러나 16년간 보수진영이 경기도를 집권한 사실은, 인구 1280만 경기도가 진보 진영에 그리 친절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후보가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결정되면서 대진표는 완성됐다. 흙수저 대 금수저, 진보대 보수의 한판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16년 보수의 아성을 지켜 줄 것인지, 진보에 기회를 줄 것인지. 결정권은 경기도민에게 넘어왔다.  


태그:#경기도지사, #이재명, #남경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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