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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청과 도청 공무원들이 출근길 꼭 지나치는 중앙로터리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해고노동자들
 춘천시청과 도청 공무원들이 출근길 꼭 지나치는 중앙로터리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해고노동자들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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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모든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각자의 위치에서 노동을 하고, 그 노동의 대가로 가족과 행복한 삶을 영위해 나간다. 그러므로 근로자의 날은 우리 모두를 위한 기념일이다.

그러나 오늘도 아픈 노동자들이 있다. 춘천시청 앞에서 오늘까지 204일째 천막농성 중인 춘천시 환경공원(도시형 폐기물 종합처리시설) 해고 노동자 45명이다. 그 중에는 남편이 암으로 투병 중인 정모(60세)씨, 다음 달 출산을 앞둔 차동석(31세)씨도 있다. 그 외 다른 분들도 실업급여로 근근하게 생계를 유지하는 매우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어서 안타까움이 더 크다.

그들은 왜 가족이 있는 집을 나와 길거리에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일까. 동료들과 함께 일하지 못하고 거리로 쫓겨났을까.

춘천시 혈동리에 위치한 환경공원은 당연히 춘천시의 관리 책임이 있는 공공사업장이다. 지난 6년 동안 70여 명의 노동자가 명절에도 소각장을 멈추지 않고 근무하던 곳이었다.

2011년부터 운영된 환경공원 노동자들은 2016년 10월 열악한 환경 개선과 최저임금, 명절이나 휴일 근무수당도 없이 일하는 근무 조건 개선을 위하여 전체 노동자 69명 중 48명이 노동조합에 가입해 설립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아주 간단합니다.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에요. 겨우 최저임금만 보장받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갖은 위험에 노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는 어떤 관리 감독도 하지 않았어요."

환경공원 노동자들과 연대 투쟁 중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춘천지부장 김영희씨의 말이다.

"아무렇게나 취급받아도 되는 인간쓰레기 아니잖아요"

2017년 10월 11일부터 춘천시청 앞에서 시작된 천막 농성은 204일째 이어지고 있다.
 2017년 10월 11일부터 춘천시청 앞에서 시작된 천막 농성은 204일째 이어지고 있다.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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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병, 주사기 등등으로 다치기도 하고, 각종 피부병과 잦은 부상으로 병원을 수시로 다녀야 했고, 일하다가 다치거나 쓰려져서 응급실에 실려간 동료들이 많았어요. 솔직히 저는 예순이라서 이제 복직이 되어도 일할 날이 얼마 안 돼요. 

그렇지만 제가 일한 지난 5년을 생각해보면 절대 이대로는 안 돼요. 같이 일하는 총각들 어떻게 살라고 그래요. 저도 남편이 암으로 투병중이어서 실직적인 가장입니다. 돈 한푼이 아쉽습니다. 

그렇지만 아닌 것은 아닌 겁니다. 우리가 아무렇게나 취급받아도 되는 인간쓰레기는 아니잖아요.우리 이러다 정말 다 죽습니다." 

환경공원에서 5년 넘게 근무한 정모씨가 말했다.

"아내가 다음 달에 출산을 합니다.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을 못한 아내에게 너무 미안하고요. 얼마 전에는 아내가 울면서 말하더라고요. 우리 아이 너무 힘들 때 태어나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고요. 이럴 줄 알았으면 아이를 갖지 않을 텐데, 하면서 울었어요. 

사실 임대형 행복아파트에 당첨이 되었는데, 보증금이 없어서 최고 작은 평수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어요. 그 돈도 겨우 마련했지요. 계속 일을 하고 월급을 받았으면 그래도 조금  큰 평수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요즘 실업급여로 생활하거든요. 

하지만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는 것도 우리 부부의 똑같은 마음입니다. 그래야 우리 아이가 조금 더 좋은 조건에서 살 수 있을 테니까요." 

강원도립대학에서 환경과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해서 첫 직장으로 근무하다 해고 노동자가 된 차동석씨가 말했다.

춘천 시민과 단체가 다 모여도 꼼짝 안하는 춘천시

새로 지은 청사로 이전을 앞두고 있는 춘천시청(구 춘천여고)앞에서 피켓시위 중인 환경공원 노동자와 김영희 지부장 및 정의당 춘천시의원 지은희 예비후보
 새로 지은 청사로 이전을 앞두고 있는 춘천시청(구 춘천여고)앞에서 피켓시위 중인 환경공원 노동자와 김영희 지부장 및 정의당 춘천시의원 지은희 예비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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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 19개 시민사회단체(춘천경실련, 춘천나눔의집, 전태일노동대학영서학습관, 춘천생명의숲, 춘천시민연대, 춘천두레소비자생협, 춘천민예총, 춘천역사문화연구회, 춘천환경운동연합, 춘천YWCA, 춘천YMCA, 노동자연대춘천모임, 민주노총춘천시협의회, 춘천여성회, 춘천여성민우회, 영상공동체미디콩, 노동당 춘천시당원협의회, 민중당 춘천시지역위원회, 정의당 춘천시위원회)는 지난해 11월 17일 춘천시청 열린공간에서 '춘천시 폐기물 처리시설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폐기물 처리시설 민간위탁으로 인해 발생된 춘천시 청소행정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해결을 촉구했다.

그 전 환경공원 노조는 지난해 10월 11일 중부지역일반노동조합 춘천지부와 춘천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었다. 이들은 춘천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열고 춘천시에 환경사업소 민간위탁을 철회하고,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직접 고용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중부일반노조 춘천지부는 "그동안 시가 동부건설에 위탁 운영해 오던 춘천시환경공원은 불법과 비리의 온상이었음이 감사원의 감사결과로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면서 "지난 5년 간 발암독성폐수를 1차 처리작업 없이 무단방류했으며, 재활용품 불법매립 및 발암성분의 지정폐기물 등을 불법으로 관리해왔다"고 밝혔다.

또한 "각종 농약병 및 주사제, 바늘 등등의 위험 물질이 다량으로 검출돼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협해 왔음에도 관리감독의 책임을 회피해 온 춘천시는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민간위탁을 맡은 동부건설이 직접노무비로 책정돼 있는 임금을 정당하게 지급하지 않고 착복했음을 확인했음에도 시는 아무런 제재조치 없이 오히려 처벌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수수방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민간위탁의 병폐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가 환경공원을 직접 운영하고 노동자들을 직접 정규직으로 고용을 전환해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춘천시는 지난해 10월 27일 동부건설과의 민간위탁 기간이 끝나 위탁업체를 새로 선정했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환경공원 위탁업체로 선정된 한라산업개발은 근로자 전원 승계 조건을 교묘한 수법으로 빠져나간 후 재고용 근로자들을 선별적으로 받았는데, 노조가입 노동자 48명을 배제시킨 것이다.

새로 지은 춘천시청사 입주를 알리고 있는 현수막 앞에서 천막 생활을 하는 환경공원 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새로 지은 춘천시청사 입주를 알리고 있는 현수막 앞에서 천막 생활을 하는 환경공원 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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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5일 시민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최동용 시장에게 폐기물처리시설 문제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시민대책위는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춘천시폐기물 처리 사업장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춘천시민 대상 서명운동을 시작했으며, 5일 만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시행된 결과 1만405명이 서명에 참여해 목표치였던 1만 명을 넘겼다.

시민대책위는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환경사업소 노동자들의 집단해고와 관련해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시민대책위는 1차 서명을 춘천시장실에 전달하고 빠른 해결을 촉구했다.

또한 숙련 노동자들의 집단해고 이후 재활용선별작업장의 부실운영 제보와 관련해 시민대책위는 지난해 12월 26일 환경공원 폐기물처리 사업장 방문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시민대책위는 재활용선별장 파행운영에 대한 제보를 받고 그날 현장을 기습 방문했다는 것이었다.

중앙로터리에서 환경공원 노동자들이 피켓 및 현수막를 통해 억울함을 춘천시민께 알리고 있다.
 중앙로터리에서 환경공원 노동자들이 피켓 및 현수막를 통해 억울함을 춘천시민께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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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는 이후 한라산업개발과 협상을 벌여 '조건부 전원 고용승계'를 협의하고 성실근로 동의서를 내놓았지만, 노조는 한라산업개발이 제시한 성실근로 동의서에 고용승계에 적합하지 않은 독소조항이 있다며 이를 전면 거부했다.

김영희 민주노총 춘천 지부장은 "춘천시가 성실근로 동의서의 내용을 살펴보고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조항들을 춘천시장이 파악하고 내린 결정인지 직접 묻기 위해 면담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천막농성 204일째를 맞는 근로자의 날 아침, 그들은 여전히 천막에서 붙인 눈을 비벼 뜨고 일어나 피켓을 들고 춘천시청 앞과 중앙로타리 앞에 서 있을 것이다.

지난 4월 29일 일요일, 천막농성장을 방문했다. 농성을 시작한 지 202일이 지나고 있다.
 지난 4월 29일 일요일, 천막농성장을 방문했다. 농성을 시작한 지 202일이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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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춘천환경사업소, #천막농성, #해고노동자, #춘천시장, #최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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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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