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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30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화예술계 미투 폭로와 함께 대구시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30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화예술계 미투 폭로와 함께 대구시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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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로 주목 받고 싶은 여성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성폭력 사건의 관심 대상은 피해자가 아닙니다. 관심은 가해자를 향해야 합니다. 피해자를 향한 지나친 관심도 2차 가해입니다. 저는 2차 가해를 단호히 거부하며 강력하게 대응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전반에서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대구 미술계에서도 성추행을 당했다는 증언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관련기사 : "미술가 A씨로부터 성폭력" 대구문화계 미투(Me_Too) 폭로)

대구경북 인터넷매체인 <뉴스민>은 지난해 6월 12일 전 대구현대미술가협회장이던 A씨가 B씨의 작업실을 방문해 술자리를 가진 후 만취한 상태에서 B씨를 성추행했다고 보도했다.

B씨는 "A씨의 작품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차에 A씨가 작업실에 찾아와 동료작가 한 명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면서 "동료 작가 귀가 후 A씨가 만취 상태를 보여 택시를 타고 인근 호텔로 데려다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텔에 도착해 엘리베이터까지만 안내하려 했으나 낯선 지방에서 안전사고를 당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방에까지 데려다 주었다"며 "방에 들어서자마자 술 마시기를 강권했고 문밖으로 나지가 못하도록 완력을 행사하며 성추행을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B씨는 그동안 정신적 고통을 느껴오다 언론을 통해 '미투'가 확산하자 <뉴스민>에 사건을 제보했으며 "저의 미투 제보로 대구문화예술계에 드러나지 않지만 만연하게 자행되는 성폭력이 근절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언론을 통해 대구 미술계의 '미투'가 알려지자 대구경북여성단체들로 구성된 '#미투대구시민행동'은 30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시는 문화예술계 성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문화예술계는 조직이나 기업의 고용구조 안에서 고용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인맥에 의해 인사가 이뤄지고 일용직 고용, 각종 기금 수령, 수상, 심사 등이 개인적 관계 안에서 이뤄지기 쉽다고 현장에서 말하고 있다"며 "이러한 특수성에 기반해 성폭력근절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B씨 "수없이 많은 밤을 넘기며 고민 끝에 용기 냈다"

미술가 A씨의 성추행을 고발한 화가 B씨도 참석해 "수없이 많은 밤을 넘기며 깊은 고민 끝에 큰 용기를 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면서 "저의 미투 공개로 대구문화예술계에 드러나지 않지만 만연하게 자행되는 성폭력이 근절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30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화예술계 미투 폭로와 함께 대구시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30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화예술계 미투 폭로와 함께 대구시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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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숙희 대구여성의전화 부설 성폭력상담소장은 "이미 미투는 시작되었지만 아직 멀었다"면서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오늘 이 자리에서도 피해 경험자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녀의 용기에 박수와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양 소장은 이어 "유난히 조직과 서열, 사람과의 관계가 촘촘히 짜여져 있는 문화예술계에서는 더욱 더 자신의 피해 경험을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문화예술계 피해경험자가 용기내어 말하는 '미투'에 이젠 대구시가 '위드유'로 응답해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경산시립극단 객원배우인 최영희 경산여성회 회장도 "연출가 이윤택 사건 이후로 문화계 성폭력 '미투'는 한국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며 "수면에 떠오르는 사건보다 드러나지 않는 일들이 일상에서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민뎅 나쁜페미니스트 대표는 "오늘 이 자리는 어떤 한 사람의 피해 경험을 만나는 지리가 아니라 서로에게 용기가 되고 지지가 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기억나지 않는다, 술에 취해 있었다, 만취해 있었다는 말은 이미 너무나 익숙하고 진부한 수사"라고 비판했다.

미투대구시민행동은 대구시에 문화예술계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 구성, 문화예술계 성폭력 특별실태조사 실시, 문화예술계 성폭력 신고 창구 개설, 예술인에 대한 성폭력 예방교육 실시, 문화예술계 권력집단 내 여성할당제 시행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대구시에 '문화계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 요청서'를 전달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성추행 가해자로 알려진 A씨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당시 술이 취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다음날 오전 잠에서 깨어서 호텔인 줄 알았다. 기억이 없어 B씨에게 수십 차례 통화를 하려고 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B씨가 아픔을 겪었다면 책임을 느끼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태그:#미투, #대구 미술계, #미투대구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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