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저는 80년대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해외사업과 외국 소재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했습니다. 2007년 귀국 후 9년째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정교사 2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영어 강사입니다. 학생들을 지도하며 느꼈던 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자 영어교육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쳤습니다.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수도 아니고 학교에서 정교사로 담임을 맡아본 적도 없는 신분이지만 제가 그동안 지도하며 현장에서 느꼈던 경험, 대학원에서 이론을 배우며 습득한 영어 교육 관련 지식과 무역현장에서 체득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4회에 걸쳐 우리나라 영어 교육의 문제점과 그 해결방법을 연재하고자 합니다. 우선 그 첫 번째로 입력의 부족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문제점 1. 입력 부족

우리말을 익히는 과정을 간단히 돌아볼까요. 누구나 우리말은 익숙하니까요. 유아기에는 우선 들을 수밖에 없지요. 그러다 어느 시점이 되면 말문이 터져 옹알이를 시작으로 조금씩 우리말을 익혀 나가는데, 주변의 언어생태 환경이 잘 갖추어진 덕택이 아닐까요. 귀로 들어오는 언어의 양이 많아질수록 그만큼 언어가 습득되는 과정입니다.

언어는 입력이 먼저입니다. 듣는 입력이 먼저 이루어지고 어느 시점에 옹알이가 터지는 출력으로 단계적으로 발전합니다. "엄마"라는 한 단어를 아이가 입에서 출력하기 위해 무려 2000번 이상을 먼저 듣는다고 하는 게 바로 이런 과정입니다. 듣는 것이 입력이라면 말하는 것은 이에 연계된 과정의 출력인 셈이지요.

다음은 읽기와 쓰기 관련입니다. 글을 읽는 것이 입력이라면 글을 쓰는 것은 출력입니다. 출력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학자들도 많이 있으나 우리말 배우는 과정을 돌아보아도 읽기가 우선임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듣기와 말하기"의 위계와 "읽기와 쓰기의 위계"는 이렇듯 두 부분 모두 단계를 거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방향을 조금 틀어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영어를 외국어로 학습하는 환경이라서 영어 학습은 거의 학교에서만 이루어집니다. 사교육 시장이 별도로 형성되어 있으나 학교 학습의 보조 역할에 그치거나 입학시험만을 위한 특수한 목적을 가진 곳이 대부분입니다. 사실상 학교에서만 실시되는 영어 교육에서 우리 학생들이 듣는 영어와 읽는 영어가 외국어를 습득하는 데 도움이 될 정도일까요.

여기까지 이 글을 그래도 읽어주신 분들은 어쩌면 또 뻔한 얘기다 싶어 고개를 돌릴 듯싶습니다.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가 맞습니다. 입력되는 양이 적다는 얘기를 하고 싶으니까요. 들을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될 기회가 없으니 듣기는 예외로 하겠습니다. 자연스럽게 말하기 기능을 발전시킬 기회가 없는 셈이지요.

그럼 읽기는 어떨까요. 학교에서 받는 영어수업으로 초·중·고 공교육 10년은 충분할까요. 아니면 거기에 10년의 사교육을 추가한다면 정말 충분할까요. 대답은 다들 알고 계시죠. 아주 많이 불충분하다는 것을. 고등학교 3년간 영어 교과서 본문 내용 단어 수를 다 더해도 코리아헤럴드 2개 면을 합친 내용보다 그 수가 작다고 할 정도입니다.

우리말 신문 2면을 읽는데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아마 한 시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한 시간 분량의 읽기 내용을 3년간 배우니 입력의 양이라고 할 수도 사실은 없는 것이지요. 영어교육학자들이나 교육당국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을까요. 아니면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우리 영어 교육의 환경이 있는 건가요.

이제 오늘 글을 마쳐야 할 시간입니다. 우리가 영어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기꺼이 투자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입력이 부족하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망가진 교육 시스템"을 교육현장을 예로 들어 간략하게 올리겠습니다. 그다음에는 "원어민과 같은 수준 가능하다"와 또 그다음에는 "잘못된 학습 방법"까지 짚어본 다음 다섯 번째 마지막 순서로 그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제시할 생각입니다.


태그:#영어교육, #입력가설, #영어독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영어독서연구소 - 어린이도서관 - 어학원 운영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