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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술 발전은 사회 다양한 영역을 변화시키고 있는데, 만화계도 예외가 아니다. 상용 만화 전문 제작 프로그램인 클립스튜디오(Clip Studio)나, 그래픽 아티스트들이 폭 넓게 사용하는 액정 태블릿인 신티크Cintiq는 오늘날 웹툰 작가에게 필수품처럼 여겨지고 있다. 또한 3D 모델링 프로그램인 '스케치업skechup'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작품의 배경 제작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 웹툰에서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스케치업. 간단한 사용법으로 효율적인 공간 구성이 가능해, 많은 웹툰 작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 스케치업(트림블사) 홈페이지 최근 웹툰에서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스케치업. 간단한 사용법으로 효율적인 공간 구성이 가능해, 많은 웹툰 작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 트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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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업'은 '만화'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건축'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사용법이 비교적 간단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웹툰 작가들 또한 웹툰 배경을 제작을 목적으로 스케치업을 활발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 만화가들은 매 컷 마다 일일이 배경을 그려야만 했다. 하지만 최근 만화가들은 스케치업으로 한 번만 3D 리소스를 만들어두면, 필요한 장면을 추출하여 배경을 완성할 수 있다. 스케치업을 사용하면 작업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는데, 이는 매주 60컷 이상이라는 강도 높은 작업량을 소화하는 웹툰작가에게 큰 이점이었다.

만화계에서는 이런 스케치업 활용이 널리 알려졌고, 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스케치업 활용의 장단점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이런 논의들을 살피다가, 건축가들에겐 만화계의 스케치업 활용이 어떻게 비춰질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한국과 독일을 오고가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신규하 건축가를 인터뷰하여, 웹툰작가와 건축가의 콜라보에 대해 대화를 나눠보았다.

독일 뮌헨의 PRR 건축 설계사무소 소속. 병원을 주제로 한 건축을 설계하고 있다. 한국의 웹툰 스케치업을 주제로 하는 소셜벤처를 자문하고 있다.
▲ 건축가 신규하 독일 뮌헨의 PRR 건축 설계사무소 소속. 병원을 주제로 한 건축을 설계하고 있다. 한국의 웹툰 스케치업을 주제로 하는 소셜벤처를 자문하고 있다.
ⓒ 신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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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최근 웹툰에서 스케치업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런 활용을 본 소감이 어떤지 궁금하다.
건축의 영역에서 기술 발전은 결과물을 생성하는 보조도구의 역활을 넘어 새로운 양식의 공간을 창조하는 주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엘리베이터가 그러하다. 음식을 나르던 도르레의 진화는 20세기의 고층건물을 가능하게 하였다. 오늘날 볼 수 있는 고밀도의 메가시티는 엘리베이터의 도움 없이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항공설계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CAD(computer-aided design) 또한 새로운 형태의 건축과 가상공간(건축분야에서)을 가능하게 한 기술이다. 기술의 발전은 다른 분야와의 콜라보와 융합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건축설계의 도구로 만들어진 CAD 프로그램 중 하나인 스케치업은 손쉬운 조작법으로 인해 건축영역을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만화의 영역에서는 작업의 효율성과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스케치업을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스케치업 만이 아니라, 또 다른 기술이나 진화된 프로그램이 등장 할지도 모른다. 앞서 이야긴 한 것처럼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며 진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Q : 공간을 만드는데, 웹툰과 건축은 어떻게 다를까?
웹툰의 경우 '주인공'을 비롯한 인물과 그들이 겪는 '사건'이 작품에서 중요한 요소이며, 배경이 되는 공간은 상황에 따라 부각되기도 하고 배제되기도 한다. 반면 건축에서는 '공간' 그 자체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건축가는 공간을 다루는 사람인데, 인간의 특정한 목적을 위해 관련 장소를 구조적(tectonic)으로 변형하여 기능을 부여하는 행위를 한다.

이런 변화의 과정을 거쳐, 공간은 아이텐티티를 갖게 된다. 물론 웹툰 작가들도 작품에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 할 것이며, 둘 다 상상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접점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건축가가 다루는 공간은 그 자체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웹툰작가들이 사용하는 공간과 차이가 있을 것 같다.

Q : 웹툰과 건축은 어떤 시너지를 기대 할 수 있을까?
현재 나는 웹툰의 배경에 사용되는 스케치업 리소스를 낮은 가격에 시장에 공급하여, 작가들의 창작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소셜벤처에 자문을 하고 있다. 취지 자체가 좋다고 생각했고, 사업을 하는 파트너들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선택한 일이다.

자문을 하면서 현재 웹툰에서 다뤄지고 있는 다양한 공간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내가 파악한 바로는 현재 웹툰에서 다루는 공간은 건축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긴 힘들 것 같다. 시너지는 각기 다른 영역이 동등한 입장에서 협력 할 때 발생하는 것인데, 현재 웹툰에서 공간은 작품의 보조적인 역할이 강하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건축가에게 주인공은 '공간'이지만 웹툰작가에게 주인공은 공간이 아니다. 건축가가 다루는 공간은 현실에서 구현되었을 때, 시각만이 아닌 공감각적인 체험을 염두하여 설계된다. 하지만 웹툰에서 다뤄지는 공간은 프레임 안의 시각정보에 국한되기 때문에, 건축가가 극대화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제작하기 어려운 공간을 제작 할 때 건축가와 협력를 한다면, 보다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를 제작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최종결과물은 결국 만화, 혹은 웹툰의 일부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웹툰에서 다루는 공간은 건축의 테마라 보기에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작품에 공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 건축가에게도 가상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 할 수 있다면, 자신들의 작업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호기심을 갖고 참여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건축가는 현실에서 필요로 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을 설계할 일이 드물지만, 콘텐츠 산업에서는 장르에 따라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런 부분에 호기심을 갖고 있는 건축가도 많으며, 실제 영화에서는 SF나 공포 영화에서처럼 공간 자체가 작품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장르에서 건축과 영화가 시너지를 만든 사례가 있었다.

특히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이슈는 가상공간인 VR이나 증강현실 AR과 같은 기술이다. 이런 가상의 기술들은 건축의 입장에서도 상당히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은데, 웹툰계에서도 관련된 실험이나 시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실험을 다른 영역의 창작자들이 함께 한다면, 분명 뚜렷한 시너지를 기대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나의 경우처럼 건축가가 사회참여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때, 많은 건축가가 호기심을 갖고 프로젝트에 참여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전문 역량으로 사회 참여에 기여하고자 하는 건축가는 많다. 이 같은 테마들이 더욱 많이 발견 된다면 다른 건축가들도 관심을 갖고 만화가들과 시너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한다.


태그:#웹툰스케치업, #스케치업, #웹툰배경, #건축웹툰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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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문화를 통한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습니다. 글로써 많은 교류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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