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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여성보다 뇌가 크니, 더 똑똑하다고?
 남성이 여성보다 뇌가 크니, 더 똑똑하다고?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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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 과정에서 드러나는 일부 남성의 패륜아적 행태는 남녀가 그 근본이 다른 존재가 아닌가 하는 정도의 의구심을 갖게 한다. 한국 사회적 특성이나 남성우월주의 등이 심각한 상황이라 해도 그들의 행동으로 인한 피해를 생각하면 이런 적폐는 이번 기회에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

이런 점에 입각해서 다시 생각하는 것은 '남녀는 과연 그 종이 다른 존재인가' 하는 점이다. 이는 '남녀의 두뇌가 과연 어떤 구조일까' 하는 의문으로 좁혀진다. 과학적 연구라 이름 붙인 것도 남녀 권력 관계, 부당한 기득권을 챙기려는 음모적 발상 등이 개입되는 경우가 많다. 남녀의 두뇌에 대한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대표적인 엉터리 사례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20세기 초 독일의 한 과학자(Paul Julius Mobius)는 남녀 두뇌의 차이에 대한 책을 펴냈다. 그는 남녀의 해골을 다수 수집해 동일한 신장과 연령을 지닌 남녀의 해골을 골라 해골 안의 면적을 측정했다. 해골 안에 모래를 채워 모래의 양을 비교하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동일한 연령과 신장의 남성 뇌가 여성보다 평균 8% 더 큰 것을 확인했다.

그 과학자는 그런 결과를 놓고 '여성은 생리학적으로 저능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가 뇌의 부피를 측정한 방법은 정확했지만 그의 결론은 오늘날의 과학지식에 비춰 엉터리다<주 1>. 그 과학자는 남녀 두뇌 구조의 다른 차이를 알지 못한 것이다.

남성의 뇌에는 빈 공간이 여성에 비해 많은 사실을 그 학자는 알지 못했다. 측뇌실( lateral ventricles)이라고 불리는 그 공간은 뇌척수액(腦脊髓液 cerebrospinal fluid), 즉 뇌수를 외부의 충격이나 상처로부터 보호하는 물질을 저장하는 곳이다. 이 공간은 남성이 여성에 비해 20%가 더 크다. 이런 차이는 신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여성의 두뇌에는 남성에 비해 백흑질이 더 많다. 복합적인 사고 작용이 이뤄지는 대뇌피질(大腦皮質 cerebral cortex)이 남성보다 여성이 더 두껍다. 남녀 두뇌의 구조적 차이는 남녀의 두뇌가 별도의 원리에 의해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지성적 판단을 하는 작용은 남녀 두뇌에서 서로 다르게 이뤄진다<주 2>.

두뇌 등에 대한 남녀 신체 연구는 남녀의 육체적, 행동적 차이, 남녀 역할과 성적 선호 등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목적이다. 두뇌 연구는 다각도로 실시되고 있지만 아직 남녀 차이가 선천적, 후천적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진행 중이다. 오늘날에도 학자들의 연구가 상반된 결과를 제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두뇌의 일부 구조는 생활 속에서의 경험 차이에 의해 변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 혼란스러워졌다. 인간 유전자 지도인 게놈, 호르몬 연구 등이 행해지면서 인간의 두뇌에 미치는 유전자의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등 새로운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주 3>.

남녀의 두뇌는 그 모양이나 구성의 특성 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능력에는 차이가 없다. 남녀는 각각 상이한 두뇌 구조를 지니고 있다 해도 인식 작용에서 전반적으로 동일한 능력을 발휘한다. 이는 IQ 테스트 등에서 확인된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남녀의 두뇌가 서로 다른 진화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는 추정을 제시한다. 즉 유전자와 호르몬은 남녀가 태어나기 전 두뇌의 형성은 물론 태어난 뒤 성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선천적인 남녀 두뇌의 차이가 남녀 행동의 차이를 낳는 것으로 추정된다.

차이를 차별로 만드는 사회, 과학의 야만

백여 년 전만 해도 남녀 차이는 남녀 우열의 차이와 같은 의미로 통용되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열등하다는 주장이 당연시 되었다. 남성들이 주로 앞장서 만들어낸 남녀 차이에 대한 비과학적 주장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여성에 대한 차별적 제도로 구체화되었다.

사회적 고위직은 남성이 독차지하면서 여성에게는 투표권도 주어지지 않을 정도로 여성은 남성의 노예로 인식되었다. 당시 그런 부당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남녀를 불문하고 사회적으로 매도 또는 처벌당했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받고 동일한 법적 권리를 지녀야 한다는 주장이 현실화되는 데는 많은 희생과 노력이 필요했다.

남성이 남녀 연구에서 남녀를 우열의 관계로 구분한 것은 편 가르기를 통해 부당이득을 챙기려는 인간의 못된 속성이 발동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간은 부족한 자원을 손에 넣기 위해 약탈, 독식 또는 부당 점유 등의 방식을 개발해 냈고 그 결과 국가를 만들고 민족이나 인종 단위로 편을 가르거나 같은 공동체 안에서도 지역으로 가르고 성씨로 경계선을 만들었으며 남녀도 갈라놓았다. 가족 내에서도 그 구성원 간에 애정의 강도가 차이가 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18세기 서구 사회는 식민지 강탈과 약탈을 합리화하기 위한 이념적 무기로 백인우월사상을 내세우고 흑인 등을 야만 종족으로 낙인찍었다. 인간이 인간을 노예로 부리는 논리는 인종차별주의에 의해 뒷받침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이러한 논리는 다 무너졌다. 그런데도 국제사회에서는 도처에서 여전히 인종차별주의가 독기를 뿜고 있고 한국의 경우도 영호남 편 가르기, 남북 분단 상황에서 남북 편 가르기가 횡행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뿌리 깊은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이 폭로의 대상이 된 것은 SNS 시대의 특성이 인권과 정의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 된다.

미투 운동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남녀 관계가 갑과 을, 지배와 복종의 권력 관계 속에서 여성들이 부당한 피해를 강요당하는 쪽으로 구조화되었으며 그런 남성 지배적 사회를 합리화시키며 강행된 추악한 적폐의 형태가 적나라하게 폭로 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가장 완강했던 적폐의 하나가 깨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남녀의 차이는 선천적인 측면이 있지만 그것이 남녀 우열로 연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남녀의 두뇌는 서로 다르게 구성되어 있지만 그 차이는 남녀 차별적 제도와는 무관하다. 사과와 오렌지가 서로 다르다고 해서 사과가 오렌지보다 더 좋은 것은 아니다. 난소와 고환은 분명히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고환이 난소보다 좋다는 것은 아니다.

남녀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차이로 인해 남성이 여자보다 더 훌륭하다거나 그 반대의 논리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조상들이 존재하지도 않는 남녀 차이를 앞세워 남녀를 차별하는 계급 구조를 만든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

남녀 차이에 대한 연구는 인류의 긴 역사를 통해 남녀 차별, 남존여비와 같은 가부장적 지배를 합리화하기 위해 조작된 여성을 비하하는 낙인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오늘날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과거로부터 당연시 되어왔던 여성에 대한 잘못된 지식이 전혀 근거 없는 허구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남성지배적 관념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으려 한다. 21세기 과학 시대 속에서 야만의 시대가 아직도 독기를 뿜고 있다고 할까.

오늘날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과거 일부 몰지각한 과학자들이 했던 것처럼 남녀의 차이를 억지로 가려내서 어느 것이 더 좋고 나쁘다는 식으로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도 남녀 차이를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식으로 억지 해석하려는 극소수 전문가들이 등장해 비판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이런 사이비 학자들의 설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는 것은 인간 사회가 좀 더 합리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남녀 차이에 대한 연구의 목표는 명백하다. 그것은 남녀의 명백한 차이를 확인하고 검증해서 남과 여의 관계를 평등한 관계, 행복한 관계로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주 1> http://www.education.com/reference/article/Ref_Sex_Differences/
<주 2> http://www.education.com/reference/article/Ref_Sex_Differences/
<주 3> http://en.wikipedia.org/wiki/Biology_of_gender



태그:#남녀 두뇌 차이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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