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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리 공원에서 북한이탈주민과 같이 답사를 마치고 찍은 단체사진
 망우리 공원에서 북한이탈주민과 같이 답사를 마치고 찍은 단체사진
ⓒ 배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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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따뜻해지면서 여기저기 답사팀들이 움직이기 시작 했습니다. 일주일 내내 미세먼지로 공기가 좋지 않아 망설이고 있었는데 토요일 그나마 야외활동이 가능하다는 소식에 남편과 망우리공원 답사에 합류를 하였습니다. 망우리공원 답사는 사회적기업인 SE&T SOFT의 문화나눔팀에서 주관하는 행사인데요. 특이하게도 북한이탈주민들과 함께하는 답사입니다.

오전 10시가 가까워지자 망우리공원 관리사무실 앞으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망우리공원은 1933년부터 1973년까지 공동묘지로 사용된 곳입니다. 그래서 저도 망우리공원이라는 말보다는 망우리공동묘지라는 말이 더 익숙하고, 명절이면 늘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3만여 기의 묘들이 가득 차 있던 공동묘지가 지금은 공원으로 탈바꿈되어 둘레길, 인문학길 등이 조성되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되었습니다.

'망우리'라는 이름의 유래는 태조 이성계가 자신의 묏자리를 둘러보고 환궁하는 길에 고개에서 '근심을 잊었다'라고 말했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라고 해요. 이름에 담긴 의미가 참 좋습니다. 공원을 산책하면 가지고 있는 제가 가지고 있는 근심도 잊을 것 같습니다. 이름만 좋은 것이 아니고 이곳에는 근현대를 치열하게 살다 가신 50여 분의 위인들이 계십니다.

망우리의 '망우'는 근심을 잊는다는 뜻이다. 망우리공원을 거닐며 나도 근심을 잊었다.
 망우리의 '망우'는 근심을 잊는다는 뜻이다. 망우리공원을 거닐며 나도 근심을 잊었다.
ⓒ 배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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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한국사람보다 더 사랑한 일본인 아사카와 다쿠미의 묘소에서
 한국을 한국사람보다 더 사랑한 일본인 아사카와 다쿠미의 묘소에서
ⓒ 배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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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고기밥과 찹쌀 도넛으로 간식을 나누며 서로 소통하고 있는 답사팀
 인조고기밥과 찹쌀 도넛으로 간식을 나누며 서로 소통하고 있는 답사팀
ⓒ 배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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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규 선생의 묘소에서 안창호 선생과 유상규 선생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답사팀
 유상규 선생의 묘소에서 안창호 선생과 유상규 선생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답사팀
ⓒ 이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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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으로 창을 내겠소'라고 노래한 시인 김상용 선생을 비롯하여 우두법의 지석영, 한국사람 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아사카와 다쿠미, 독립운동가 유상규 선생, 어린이들의 방정환, 시인이며 독립운동가 한용운, 간송 전형필의 스승 오세창, 법이란 이름으로 자행된 살인 조봉암 선생을 만났습니다. 영화감독 노필과 화가 이중섭, 시인 박인환 그리고 최학송 선생도 만났습니다. 치열하게 살다 가신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마음 따뜻한 인문학 산책이었습니다.

오래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꼭 방문해야 하는 필수 관광코스에 국립묘지가 있었어요. 국립묘지에 묻힌 'Don`t cry for me, Argentina'로 유명한 에바 페론의 묘를 참배하기 위한 코스였습니다. 물론 저도 에바 페론의 묘소에 다녀왔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망우리공원에서 우리의 독립을 위하여 희생하신 분들과 나름의 삶을 살다 가신 예술가들을 만나면서 이곳이야말로 인문학 여행을 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란 생각을 하였습니다. 먼저 가신 분들이 살아 있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자신들의 삶으로 이야기를 건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과 북의 차이를 체험하다

방정환 선생의 묘소에서 설명을 듣는 답사팀. 북한의 어린이날은 6월6일이라고 한다.
 방정환 선생의 묘소에서 설명을 듣는 답사팀. 북한의 어린이날은 6월6일이라고 한다.
ⓒ 배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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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환 선생님 묘소에서 어린이를 위해 선생님이 하신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오신 분들은 방정환 선생님을 알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5월 5일 어린이날은 만드신 분인데 모르세요?"라고 물었습니다.

북한의 어린이날은 6월6일이고 방정환 선생님은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한용운 선생님 묘소에서는 민족대표 33인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3.1운동은 알지만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3인에 대해서는 배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런 사소한 차이들이 쌓이게 되면, 세대가 거듭 지나게 되면 우린 어쩌면 서로 다른 길 위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요즘 남과 북의 평화 행보가 참 좋습니다. 이 커다란 걸음이면에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좁히기 위한 노력들이 시작되어야 하는 시점이란 생각을 하였습니다.

인조고기밥은 콩기름을 짜고 남은 대두박을 이용해 만든 북한 주민의 단백질 공급원이다.
 인조고기밥은 콩기름을 짜고 남은 대두박을 이용해 만든 북한 주민의 단백질 공급원이다.
ⓒ 배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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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고기밥은 콩기름을 짜고 남은 대두박을 이용해 만든 북한 주민의 단백질 공급원이다.
 인조고기밥은 콩기름을 짜고 남은 대두박을 이용해 만든 북한 주민의 단백질 공급원이다.
ⓒ 배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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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휴식 시간에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준비해 온 간식을 먹었습니다. 인조고기밥과 찹쌀 도넛을 준비해 왔는데요. 인조고기밥은 한국의 콩고기라고 생각하면 될 듯해요. 콩에서 기름을 짜내고 남은 '대두박'을 이용해서 만든 음식인데 고기를 먹을 수 없는 북한주민들이 만들어 단백질 공급을 위해 먹는 음식이라고 해요. 유부처럼 속에 밥을 넣은 후에 양념을 묻혀서 먹는데 아주 맛있었습니다. 다이어트 식품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찹쌀 도넛은 우리의 그것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말을 사용하는 한민족이 벌써 70년째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게 참 슬펐습니다. 서로 다른 길 위에 서기 전에 하나 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고 이런 민간차원의 노력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답사였습니다.


태그:#망우리공원, #남과 북이 하나되는 답사, #인문학 사잇길, #문화나눔, #SENT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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