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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가 학내 인권센터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 내 불평등한 권력 구조에서 일어나는 성희롱·성폭력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학내 구성원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현재 숙명여대 안에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곳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학생처 부설기관으로 '성평등상담소' '학생생활상담소' 등이 있다.

하지만 총학이 요구하는 것은 '성희롱·성폭력을 비롯한 다양한 인권문제를 다룰 수 있는' '학생 참여가 가능한' 학내 인권센터 설립이다.

학내 인권센터 설립을 촉구하는 건 숙명여대 총학만이 아니다. 서울시립대학교 총학생회도 마찬가지다. 현재 시립대 내에도 '양성평등상담실' '학생상담센터' '장애학생지원센터' 등이 존재한다. 이화여자대학교는 올해 7월 인권센터 출범을 앞두고 있다.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가 학내 인권센터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가 학내 인권센터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 숙명여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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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권센터'일까?

내용을 종합해보면, 인권센터가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학내에 각각 흩어져 있는 상담 조직을 한데 통합해, 창구 일원화를 통해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되면 인권 문제 해결의 기능성·수월성·전문성 등을 높일 수 있다. 나아가 인권 관련 논의와 연구 등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인권센터는 보호할 수 있는 인권 대상의 확대를 가져온다. 학내에는 인권을 보호받아야 할 다양한 구성원이 존재한다. 성소수자·장애학생·학생 노동자인 조교 등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각 대상을 위해 따로 존재하는 상담소는 학내 모든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하지 못할 수 있다.

왜 설립하지 못하는 것일까?

학교 내 조직 설립 근거는 '고등교육법'에서 찾을 수 있다.

고등교육법 제19조(학교의 조직)를 보면, 학교의 조직에 관한 기본적 사항은 국립학교는 대통령령과 학칙으로 정하고, 공립학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와 학칙으로, 사립학교는 해당 학교법인의 정관과 학칙으로 정한다.

여기에 인권센터 설립 의무는 없다. 결국 '자율'이다. 그러니 숙명여대처럼 학생들이 직접 대학 측에 인권센터 설립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인권센터 설립을 '의무화'하자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해 대표발의했다. '제19조2(인권센터)' 신설을 통해서다.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뿐 아니라 조교 노동력 착취 등 각종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문적인 전담기구로 학내 인권센터 설립을 의무화 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교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하고 권익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지난해 발의된 이 법안은 현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심사 단계에 있다.

해당 의안원문을 보면 전국 237개 대학을 상대로 인권센터 설치현황을 조사한 결과, 설문에 응답한 학교는 97곳이고 이 가운데 인권센터가 설치된 학교는 19곳이다.

대학 산하 기구, 인권센터의 한계

서울 주요 대학 홈페이지에 들어가 인권센터가 설립된 곳을 찾아봤다.

인권센터가 설립된 지 꽤 오래된 곳이 서울대학교와 중앙대학교다. 두 곳 모두 처음에는 각각 '성희롱·성폭력상담소'와 '성평등상담소'로 문을 열었다가 '인권센터'로 확장했다. 인권센터 설치 규정을 만든 것도 두 곳 다 2012년이다.

오래된 만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대와 중앙대 인권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인권 문제 관련 상담 및 신고를 위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권 관련 온라인 및 오프라인 교육과 연구 등의 정보도 찾을 수 있다.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홈페이지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홈페이지
ⓒ 서울대 인권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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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인권센터 홈페이지
 중앙대학교 인권센터 홈페이지
ⓒ 중앙대 인권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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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인권센터가 있는 대학에도 '한계'는 있다.

인권센터가 대학 산하 기구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즉 독립기구가 아니다. 인권센터장도 해당 대학 교수들이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규정'을 보면 '인권센터장'은 성희롱·성폭력 상담소장과 인권상담소장 중에서 총장이 임명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성희롱·성폭력 상담소장'과 '인권상담소장'도 부교수 이상 전임교원 중에서 총장이 임명한다.

'중앙대학교 인권센터 운영 시행세칙'을 봐도 '인권센터장'은 본교 전임교원 또는 4급 이상의 직원이어야 한다.

운영위원 가운데 외부위원이 있다 해도 학내 성희롱·성폭력·인권침해 등의 문제가 '학내 불평등한 권력 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일이 많다는 점에 비춰볼 때, 독립기구가 아닌 '학내 산하 기구로 존재하는 인권센터'를 구성원들이 믿고 찾을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

그 외 몇몇 대학에도 인권센터가 있지만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대부분 숙대와 시립대처럼 성평등 혹은 학생 상담소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성평등상담소'가 아닌 '양성평등상담소'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는 대학도 있는데, 여기에는 '양성'만을 인정하고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따른다.

이처럼 학내 '독립적인 인권센터의 부재'는 최근 대학 내 구성원들의 '미투 운동(#Metoo)'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태그:#미투, #대학, #인권, #위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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