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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페이스북 타임라인 올라온 사진. 비슷한 게시물은 여러 건 올라왔다.
 지난 19일, 페이스북 타임라인 올라온 사진. 비슷한 게시물은 여러 건 올라왔다.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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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와 블로그를 중심으로 공유와 확산을 거듭하는 한 장의 사진이 있다. 오늘도 페이스북 친구의 타임라인에는 같은 사진이 여러 건 올라왔다.

사진이 보여주는 요지는 이렇다. 1960년대 건설현장으로 보이는 배경의 굴착기 앞에 두 남자가 누워 있다. 그리고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은 손팻말을 들고 늘어서 있다. 사진 아래에는 다음과 같은 사진 설명이 붙어 있다.

"부유층의 전유물인 고속도로 결사반대, 공사현장에 몸소 드러누워 진보, 개혁, 민주화운동을 몸으로 실천하신 '움직이는 양심'"

이어지는 설명에는 사진의 배경이 경부고속도로 건설현장이며, 굴착기 앞에 누워 있는 두 사람은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당시 김영삼 신민당 총무라며 직접 설명까지 달았다. 또, "정치하는 자들은 이처럼 귀한 사진을 교과서에 싣자는 소리 한마디 없는가?"라며 유치원부터 노인대학 교재에까지 싣고 가가호호 벽에 붙여서 후손에게 물려주자고 주장했다.

과연 이 사진은 사실일까? 일단 사진만으로는 경부고속도로 건설현장인지 확인이 어려웠고 누워있는 사람들의 신원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사진의 진위를 추정해봤다. 결론적으로 이 사진은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 사진이 처음으로 유포된 것은 지난 2010년이었다. 당시 4대강 공사를 강행하며 국민의 70%가 반대하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누리꾼 등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며, 예전 경부고속도로 공사 때도 이렇게 반대했다는 사례로 제시하던 사진이다. 당시 사진 설명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만 등장한다.

 위클리경향 862호(2010년 2월 9일 자) 박스 기사에서는 이 사진이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조목조목 증거를 제시했다.
 위클리경향 862호(2010년 2월 9일 자) 박스 기사에서는 이 사진이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조목조목 증거를 제시했다.
ⓒ 위클리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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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위클리경향(2010년 2월 9일 자, 862호)은 당시 유포된 이 사진과 관련, <경부고속도로 반대 '일리 있는 논리'>제하 기사의 박스 기사로 '경부고속도로 반대' 야당 시위 사진은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조목조목 증거를 제시했다(관련 기사).

기사에 따르면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되던 1960년대 후반부터 완공되던 1970년, 김 전 대통령은 신민당 국회의원이었지만, 사진 속 인물은 김 전 대통령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손팻말의 '끝까지 결사반대'라는 글씨와는 달리, 결정적으로 경부고속도로와 관련된 사진이라고 주장이 가능한 '고속도로 반대'라는 글씨는 누군가가 사진에 가필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특히 누워 있는 사람의 옷차림이나 체형도 김 전 대통령과 다르다는 김대중도서관 연구원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8년이 지났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보수적인 인터넷 커뮤니티를 비롯한 SNS에는 또다시 이 사진이 무분별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굴착기 앞에 누워 있는 사람이 김 전 대통령이라는 설명이, 김영삼 전 대통령까지 슬며시 추가되어 새롭게 가공됐다.

실제로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50년이 지난 상황이라고 보기엔 허술한 부분이 많다. 누워있는 두 사람은 농민으로 보이는 옷차림을 하고 있으며, 체격도 매우 다르다. 결정적으로 시위대의 팻말에 등장하는 구호의 폰트와 인쇄 상태가 어색하다.

왼쪽에 등장하는 '끝까지 결사반대'는 직접 손으로 써넣은 것처럼 보이지만, '고속도로 반대'라는 팻말은 요즘에 쓰는 고딕 계열의 폰트로 조잡하게 사진 위에 써넣은 것으로 의심된다.

 사진에 등장하는 굴착기에 보이는 위험경고 표지나 유압배열까지는 오히려 2000년 전후에 두산(구, 대우)에서 출시된 140W 모델과 흡사하다.
 사진에 등장하는 굴착기에 보이는 위험경고 표지나 유압배열까지는 오히려 2000년 전후에 두산(구, 대우)에서 출시된 140W 모델과 흡사하다.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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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사진에 보이는 굴착기는 50여 년 전에 사용한 모델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인다. 오히려 필자가 보기에는 2000년 전후에 두산(구, 대우)에서 출시된 140W 모델과 더 비슷하다. 위험경고 표지나 유압 배열까지도 거의 일치하다.

실제로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 야당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한 것은 맞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역 편중과 우선 순위의 문제를 먼저 제기했고, 법적 절차 등을 문제 삼았을 뿐이다.

이를 '반대를 위한 반대'였다고 표현하긴 힘들다. 1968년 제63회 국회 건설위원회에서도 서울-부산 간에는 철도망과 도로가 잘 갖추어져 있으므로 오히려 서울-강릉 간 고속도로를 먼저 건설한 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호남 차별정책을 거론하며, 경부선 복선과 비교하면 호남선 철도는 단선이고 노후화됐는데도 경부고속도로를 우선 추진하고 있다며 지역 간 불균형 성장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출처 : 한상진, '고속도로와 지역불균등 발전', <논쟁으로 읽는 한국사 2 근현대 편>, 역사비평사, 350쪽)

확인되지 않은 사진으로 전직 대통령까지 끌여 들여 비난하는 건 문제적인 행동이다. 오늘도 여전히 재생산되며 많은 네티즌을 낚고 있는 많은 이 조작 사진. 선거철을 앞두고 SNS에서 무분별하게 떠도는 자료들은 반드시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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