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고근산은 서호마을, 혁신도시, 호근동 뒤에 나 있는 중산간 도로를 건너서 오를 수 잇다. 중산간도로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 서호마을 입구에서 바라보는 고근산 고근산은 서호마을, 혁신도시, 호근동 뒤에 나 있는 중산간 도로를 건너서 오를 수 잇다. 중산간도로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 김광철

관련사진보기


서귀포의 혁신도시 뒤를 막아서서 병풍 역할을 해 주는 산이 고근산이다. 한라산의 360여 개 되는 기생화산들 중 하나이다. 이 산은 화산산이라서 밑에는 자연동굴이 자리잡고 있다. '강생이궤'('강아지굴'이라는 뜻의 제주어)가 이를 잘 말해준다.

서귀포시 서호동에서 태어나 지금도 그 마을에 살고 있는 김광익씨는 말한다.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동네 어른이 이 굴이 얼마나 깊은지 몸통에 밧줄을 묶어서 내려가 보았다고 한다. 굴의 입구는 좁지만 굴안은 둥그런 방모양이라고 한다. 밧줄의 길이로 보아 약 20m 쯤 깊이가 될 거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말을 이었다.

"굴 안으로 돌을 떨어뜨리면 한참 지나서 물에 돌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그 굴에 몽둥이가 빠져 들어가면 범섬 주변에서 솟아 올라온다는 말도 전한다. 강생이궤도 이 일대의 자연동굴들과 다 연결이 되어 있을 것이다."

고근산에서 바라보는 범섬과 제주월드컵경기장, 강정해군기지 등이 손에 잡힐 듯이 들어온다.
▲ 범섬과 해군기지 고근산에서 바라보는 범섬과 제주월드컵경기장, 강정해군기지 등이 손에 잡힐 듯이 들어온다.
ⓒ 김광철

관련사진보기


서귀포 앞 바다에는 범섬, 문섬, 섶섬 등 화산암의 일종인 조면암 바위들로 이루어진 섬들이 떠 있다. 이 섬들은 사람이 살지는 않는다. 그 중 제일 서쪽에 위치하여 범의 모양을 하고 있는 섬이 범섬이다.

원이 고려를 지배할 당시 제주에는 몽골인들인 목호들을 두어 말과 소를 키우게 하였다. 원이 기울고 명이 일어날 때 명에서 제주 말들을 진상할 것을 요구하자 목호들은 이에 반발하여 난을 일으켰다. 고려 조정에서는 최영 등을 보내 이들을 토벌하게 하였다. 이들이 고려군과 싸우다 전세가 불리하자 '범섬'에 올라 마지막까지 저항을 했지만 결국 고려군에게 토벌이 되었다.

서귀포 혁신도시를 개발하면서 지하에서 굴이 나온 것으로 보아 고근산 '강생이굴'과 연결되어 있는 자연 동굴이 이 일대에 널려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굴이 범섬까지 바다밑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강생이굴에 빠진 몽둥이가 범섬 주변에서 발견되었다는 것도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만 치부해 버릴 수는 없다. 서귀포 혁신도시를 개발하면서 일대의 자연동굴 보전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하였다.

많은 설화들을 간직하고 있는 오름

고근산이라는 지명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옛날부터 고근산 아래에 있는 중산간 마을 이름이 호근리(好近里)다. 600여 년 전에 들어선 굉장히 오래 된 큰 마을이다. 호근리는 그 후 호근리와 서호리로 행정구역상 분리가 되었고, 지금은 서귀포시가 되면서 호근동, 서호동으로 불리고 있다.

원래는 한 마을이고 지금도 어디가 경계인지 모를 정도로 마을이 붙어있다. '고근산'이라는 지명은 '호근산'이라는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그런가 하면 주변에 산이 없이 외롭게 혼자 있다고 하여 '고근산(孤近山)'이라는 지명이 생겼다고도 하지만 정설은 없다. 지금은 '고근산'으로 불리고 있다.

고근산 동남사면에는 '머흔저리'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은 옛날 국상을 당했을 때 곡배(哭拜)를 하던 곡배단이 있던 곳이다. 고근산과 관련하여서는

"설문대 할망('할망'은 '할머니'의 제주어)이 한라산을 베개로 배고, 고근산에 엉덩이를 받치고 범섬에 발을 걸쳐 물놀이를 했다."

는 설화도 전해온다.

제주의 많은 기생화산들은 산 정상부가 움폭하게 파인 '굼부리'('분화구'의 제주어) 형태를 띄고 있다. 고근산도 마찬가지로 분화구의 형태를 하고 있는 기생화산들 중의 하나이다. 고근산은 해발고도는 396m이며 비고(高)는 그 절반에 가까운 171m이다. 노인들이 오르기에는 힘이 들지만 젊은 사람들이 오르기에는 그렇게 힘이 들거나 높은 곳이 아니다. 산의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르면 30분 ~ 1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제주 산남의 풍광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오름 '고근산'

서귀포 시가와 함께 문섬(사진의 오른쪽 섬), 섶섬(왼쪽), 제기봉 등의 모습이 그림 같다.
▲ 고근산에서 볼 수 있는 서기포 시가지 서귀포 시가와 함께 문섬(사진의 오른쪽 섬), 섶섬(왼쪽), 제기봉 등의 모습이 그림 같다.
ⓒ 김광철

관련사진보기


고근산에 오르면 우리나라 최남단 섬인 마라도를 볼 수 있고, 가파도, 산방산, 군산 등이 잘 보인다.
▲ 고근산에서 바라보는 마라도 고근산에 오르면 우리나라 최남단 섬인 마라도를 볼 수 있고, 가파도, 산방산, 군산 등이 잘 보인다.
ⓒ 김광철

관련사진보기


고근산에 올라서 보면, 뒤로는 한라산이 떡 버티고 있고, 앞에는 태평양의 망망대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군산, 산방산, 형제도, 가파도, 마라도가, 동쪽으로는 월라봉, 제기봉, 지귀도를 넘어 표선 앞바다까지 눈길이 닿는다.

서귀포 앞 바다에 자리잡고 있는 범섬, 문섬, 섶섬, 새섬 등의 섬들의 모습도 빼 놓을 수가 없다. 산 밑에는 서귀포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혁신도시 호근, 서호동 마을들이 눈에 들어오고, 제주월드컵 경기장과 강정 해군기지도 손에 잡힐 듯이 가깝다.

혁신도시와 바다에 떠 있는 어선들의 집어등 불빛 등이 또 이색적인 야경을 드리운다.
▲ 고근산에서 보는 서귀포 혁신도시 야경 혁신도시와 바다에 떠 있는 어선들의 집어등 불빛 등이 또 이색적인 야경을 드리운다.
ⓒ 김광철

관련사진보기


맑은 날 아침에 동쪽 바다에서 붉은 해가 바다를 가르며 솟아오르고, 저녁 때는 그 해가 산방산 너머의 바다로 떨어진다. 팔월 대보름 때 동쪽 바다에서 떠오르는 둥근 보름달을 보기 위하여 옛날부터 호근, 서호마을 사람들은 이 산에 올라 달맞이를 했다. 그 전통이 지금도 남아있다. 요즘은 해마다 팔월 대보름날에는 이 산의 정상에서 풀미끄럼타기, 노래자랑, 민속놀이 한마당 등 마을 축제가 열린다.

어릴 적 추억을 잔뜩 간직하고 있는 정겨운 산

내가 초등학교 1학년인 1961년 이후에는 고근산에 오르는 일이 많았다. 당시는 5.16 직후라서 범정부적으로 국가 재건과 잘살기 운동을 벌였다. '나무심기 운동', '송충이잡기 운동', '쥐잡기 운동', '퇴비 증산 운동', '기생충 퇴치 운동' 등.  당시 군사정권은 이런 운동들을 통하여 과거 민간정부보다 잘 살게 하기 위하여 노력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 이상 고학년이 되면 식목일에는 이 산으로 올라가 나무를 심었다. 삼나무, 측백나무, 소나무 등이다. 해마다 산불로 심어놓은 나무들이 타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과거 제주에는 산불이 자주 일어났다. 한라산 중산간에 소들을 방목을 하는 '캐'라는 방목장들이 있다. 또한 '촐왙'이라 하여 목초를 키우는 밭들도 많았다. 이런 캐와 촐왙에서 묵은 풀들을 태워서 생기는 재가 거름이 되기도 하지만 이듬해에 보드랍고 싱싱한 풀들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소들이 이런 풀들을 좋아했다. 당시 소나 말 등 가축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수입원인 제주도에서는 겨울이나 이른 봄에 초지에 불을 많이 놓았다. 그 불이 잘못하여 다른 곳으로 번져 산불이 된다. 고근산은 이러한 산불이 연례 행사처럼 일어나던 곳이다.

서호, 호근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산

고근산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긴 굼부리(분화구)이다. 깊지는 않다. 주변에 억새, 새, 철쭉, 편백, 소나무 등이 자생하고 추석대 풀미끄럼타기를 한다.
▲ 고군산 분화구 고근산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긴 굼부리(분화구)이다. 깊지는 않다. 주변에 억새, 새, 철쭉, 편백, 소나무 등이 자생하고 추석대 풀미끄럼타기를 한다.
ⓒ 김광철

관련사진보기


어렸을 때 제주는 집들이 거의 초가집이다. 제주도에서는 지붕을 덮는 풀과 그 풀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묶어주는 동아줄을 만드는 재료가 새(띠)였다. 사람들은 새를 재배하기도 하였지만 가을이 되면 산과 들로 나가 길게 자란 새들을 베어서 모았다.

고근산에는 억새나 새들이 많이 자랐다. 그것들을 베어 말려서 땔감으로 이용하거나 소나 돼지 우리에 깔아주기도 하였다. 봄에는 산기슭에서 고사리를 꺾기도 하고, 소를 방목하거나 말뚝에 줄을 묶어 풀을 뜯도록 하기도 하였다. 산비탈의 가시덤불이나 솔밭에 나 있는 꿩과 같은 야생동물들이 지나다니는 길에 철사로 올가미를 놓아 꿩을 잡기도 하였다.

아이들은 산기슭에서 많은 산열매들을 따 먹었다. 보리수, 산딸기, 까마귀머루 등과 같은 열매나 청미레덩굴, 찔레 등의 순과 새의 꽃대인 삐리 등을 따먹기도 하였다. 간식이 귀한 시절이니 약간이라도 단맛이 나는 것은 다 좋은 간식거리인 것이다.

화산지역이라 산에 널브러져 있는 돌 밑에는 지네들이 많이 살았다. 아이들은 용돈이 없던 시절이라 약재로 쓰이는 지네를 잡아서 팔아서 용돈을 하기도 하였다. 고근산은 이래 저래 이 지역 사람들의 중요한 삶의 터전이었다.

고근산의 상록수 군락 밑에 자생하는 관목이다. 빨간 열매가 많이 달리 모습이 백량의 엽전을 달고 있다는 것과 비유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 '백량금' 열매 고근산의 상록수 군락 밑에 자생하는 관목이다. 빨간 열매가 많이 달리 모습이 백량의 엽전을 달고 있다는 것과 비유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 김광철

관련사진보기


70,80년 대에 들어서면서 적극적인 산불방지 노력에 힘입어 고근산 비탈에는 당시에 심어놓은 40, 50년 생인 삼나무와 소나무, 편백나무, 상수리나무, 서어나무 등이 울창하게 잘 자라고 있다. 굼부리를 둘러싸고 있는 능선에는 소나무와 편백나무가 우거져 있고, 봄에는 분화구 주위 능선에 자생하는 철쭉꽃들이 봄을 활짝 밝히기도 한다.

그렇게 식재를 한 나무들 사이로는 자연스럽게 사스레피나무, 참식나무, 굴거리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아왜나무, 주목 등의 상록수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 밑의 음지에는 고사리, 발풀고사리, 별고사리, 도깨비고비, 줄고사리 쇠고비 등의 양치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백량금, 자금우, 콩자개난, 마삭줄, 송악 등과 같은 식물들이 터를 잡고 있다. 이런 나무 숲에 지금은 나무계단을 설치하여 산에 오르기 좋게 만들어 놓았다.

8월말~9월말 제주의 억새밭에서 볼 수 잇는 기생식물이다. 억새의 가랑이 쪽에 서식한다. 우리나라에는 제주에만 자생한다.
▲ 억새의 기생 식물 '야고' 8월말~9월말 제주의 억새밭에서 볼 수 잇는 기생식물이다. 억새의 가랑이 쪽에 서식한다. 우리나라에는 제주에만 자생한다.
ⓒ 김광철

관련사진보기


고근산 풀밭에서 여름철에 볼 수 있는 초롱꽃과 잔대의 한 종류다.
▲ 나리잔대 고근산 풀밭에서 여름철에 볼 수 있는 초롱꽃과 잔대의 한 종류다.
ⓒ 김광철

관련사진보기


분화구나 산비탈에 자라고 있는 억새의 가랑이를 들쳐보면 '야고'라고 하는 억새 기생식물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주에만 서식하는데 보라색 꽃이 수줍게 피어있다. 그 풀밭에는 여름과 가을에는 엉겅퀴라든가 잔대, 삽주 등이 꽃을 피운다. 그외에도 댕댕이덩굴, 새콩, 새팥, 청미레덩굴, 찔레, 사위질빵, 칡, 으름, 멀꿀 등 다양한 덩굴식물들도 자리를 잡고 있다.

50m 높이의 엉또폭포와 호근 마을의 제주올레 7-1코스

고근산은 제주 올레길 7-1코스에 위치한다. 서귀포 천지연 폭포 위 쪽에 자리잡고 있는 '하논'과 봉림사와 천주교 성당터, 호근동 마을 등을 지나면 고근산에 오를 수 있다.

역사가 오랜 호근, 서호 마을에는 돌담길과 고목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 호근, 서호 마을의 돌담길 역사가 오랜 호근, 서호 마을에는 돌담길과 고목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 김광철

관련사진보기


호근동은 조선이 건국할 당시와 비슷한 시기인 1394년 경부터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마을이라 아름드리 검팽나무, 조록나무, 동백나무, 팽나무, 참식나무 등의 고목들과 삼나무 등이 방풍림으로 잘 조성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지금도 남아있는 좁은 마을길에 쌓아진 높은 돌담들과 동백나무 꽃, 빨간 참식나무 열배 등의 먹이를 찾아드는 동박새, 직박구리, 제주휘파람새, 산비둘기, 꿩 등 온갖 산새들의 천국이다. 이런 이색적이고 고즈넉한 풍광에 푹 파묻혀 올래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서귀포 호근동이 고향인 김광협 시인은 제주도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천지연폭포 입구와 호근동 마을회관에 그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 김광협 시비 서귀포 호근동이 고향인 김광협 시인은 제주도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천지연폭포 입구와 호근동 마을회관에 그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 김광철

관련사진보기


호근마을은 1965년 '강설기'라는 시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강설기',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등 6권의 시집을 내어 1974년에 현대문학상, 1981년에 한국문학상을 수상한 제주도를 대표하는 김광협 시인의 고향마을이기도 하다. 천지연폭포 입구와 호근동 마을회관 뜰에는 그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제주 고향을 많이 노래했던 시인은 가서 없고 그의 흔적들만 남아있다.

50여 년생 나무 숲 밑에는 나무 계단, 데크, 운동기구 등이 설치되어 등산하고 운동하기에 좋게 시설되어 있다.
▲ 고근산의 나무 계단길 50여 년생 나무 숲 밑에는 나무 계단, 데크, 운동기구 등이 설치되어 등산하고 운동하기에 좋게 시설되어 있다.
ⓒ 김광철

관련사진보기


고근산은 정면으로 오르는 것이 제일 짧은 코스다. 그렇지만 시간 여유가 있다면 고근산을 왼쪽에 두고 약 2km 쯤 돌아 올라가면 산 뒤쪽으로 올라갈 수 잇다. 좀 멀기는 하지만 엉또폭포로 연결된 악근천의 중류인 너럭바위가 널려 있는 '빌레냇도' 등을 가 볼 수도 있다.

옛날에 소들을 방목했던 너른 초원과 과수원 등을 만날 수 있다. 그곳으로도 고근산 정상까지 올레길 이정표들이 잘 설치되어 있어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끼면서 걷기에 좋을 것이다.

고근산 정상에 오르면 굼부리를 빠른 걸음으로는 약 15분 정도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그렇지만 좀 여유있게 굼부리 능선을 돌면서 한라산 남쪽 풍광을 맘꼇 감상한 다음 엉또폭포로 나 있는 제주 올레7-1코스를 걸어보라. 이 또한 특별하고 남다른 체험이 될 것이다.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서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시 한 편으로 정리해 보았다.

불타던 고근산/김 광 철

온산이 뻘겋게
타들어가던 날
4학년 꼬맹이
손에 들린 솔가지 이리 휘두르고, 저리 휘두르며
펄쩍필쩍 콜록콜록
숨은 차올라 오고
눈은 메콤하여 찔찔거리고
사방에 불기운은 넘쳐나니
땀과 그을음과 눈물로 얼굴은 이내 범벅이 되어온다
숨 넘어 가고
몸도 넘어가고
산이 타들어가니 마음마저 넘어간다
애고, 애고, 이 일을 어쩌나?
심고 태우고, 또 심는
산불과 식목
장년이 되어 서 있는
이 겨울
청록의 무게가 온산을 뒤덮고 있으니
마음은 이미 천년을 살고 있다


태그:#고근산, #제주 올레 7-1코스, #호근마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교조 초등위원장,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을 거쳐 현재 초록교육연대 공돋대표를 9년째 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의 혁신학교인 서울신은초등학교에서 교사, 어린이, 학부모 초록동아리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 초록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