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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을 전후로 한 문재인 정부의 외교 행보가 놀랍다. 올림픽 개막 한 달여 만에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추진이라는 성과를 연이어 내놓으며 전 세계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 끼어 아무것도 못하던 한국 외교는 미국의 외교 정책이 곧 한국의 외교 정책이라던 씁쓸한 농담이 무색할 정도로 파격적이고 획기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외교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남북간 대화를 최우선에 두되 북미 관계를 중재하고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을 설득하는 협상자로서의 위치를 찾았다. 이를 두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다자간 외교"의 운전석에 앉았다고 읽어낼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헤스가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평화 외교"가 한층 더 어울린다.

구테헤스 사무총장은 취임 직후부터 "평화 외교의 부흥"을 강조하며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층위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이는 2015년 합의된 지속가능발전목표와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82의 "지속적 평화(Sustaining peace)"와 같은 최신 국제적 합의와 방향이 같다.

2018년 봄, 한국발 평화 외교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서훈 국정원장. 오른쪽은 조윤제 주미대사.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서훈 국정원장. 오른쪽은 조윤제 주미대사.
ⓒ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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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이 아닌 신뢰구축과 협상을 기반으로 한 관계전환과 정치적 해법에 기반하여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들어 가는 것, 이것이 평화외교의 핵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남북한-미·중·일·러에서 문재인 외교가 만들어내고 있는 프로세스는 21세기 평화외교의 대표적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평화 외교는 국제 정치에서 힘의 논리에 순응하는 숙명론과 우리의 삶에 대한 결정은 우리가 하겠다는 자기결정권이 충돌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탄생한다. 백악관 앞에 나란히 섰던 대북특사단의 모습은 낯설었던 만큼 반가웠다. 포박 의식에 사로잡힌 목소리가 아닌, 당사자이자 중재자로서의 당당한 목소리는 남과 북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자기결정권을 대변하는 목소리로 들렸다.

기존의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인 구조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 문화혁명으로서의 '미투'와 한반도 평화외교가 동시에 일어나는 현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거대한 억압의 힘 앞에서 폭력을 단호하게 거절하겠다는 미투운동은, 전쟁수행력으로 유지되는 억압적 질서에서 갈등을 비폭력적으로 전환해 가려는 평화 외교와 무척이나 비슷한 맥락에 있다. 그렇기에 2018년 봄, 한국발 평화 외교의 시작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대전환'을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강원도 강릉 호아재에서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과 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 유엔 사무총장과 악수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강원도 강릉 호아재에서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과 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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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평창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구테헤스는 평화가 한반도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힘주어 말했다. 시리아 동구타에서는 10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도, 미얀마 로힝야의 문제도 해결될 기미가 없는 지금, 세계 평화는 여전히 요원한 듯 보인다.

하지만 끝날 것 같지 않던 냉전이 끝나고 두텁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내린 것처럼, 군비경쟁과 힘겨루기의 시대에 종언을 고할 수 있는 평화 외교의 가능성이 지금 촛불혁명의 주체들의 손에 쥐어져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마침내 탈분단 평화를 실현해 낸다면 그 모든 과정은 평화외교의 상징이자 모델로서 '세계 평화'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킬 것이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했듯 "세계사적 변화"가 일어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그 세계사적 변화는 한반도에, 국제관계에 국한되지 않으며 정치·안보·외교의 남성중심성을 넘어 다양한 존재들의 자기다움과 자기결정권이 존중받는 세상으로의 대전환이기를 열망한다. 그 변화 이후의 세상에서는 타인의 고통과 공포를 담보로 이익을 챙기는 행위가 결코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의 촛불로부터 평화외교는 이미 시작됐다.


태그:#평화외교, #남북대화, #북미대화, #문재인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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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모모 대표, 평화와 교육에 관련한 활동을 하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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