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다스 비자금 의혹과 뇌물 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검찰 소환된 이명박 전 대통령 다스 비자금 의혹과 뇌물 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피의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머문 시간은 단 1분이었다. 그마저도 미리 준비해온 A4용지 1장짜리 입장만 읽고 떠났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위험하다"라는 딴소리로 응대했다.

110억 원대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이 전 대통령은 14일 오전 9시 22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택에서부터 동행한 경호 차량이 청사로 먼저 진입했고, 이 전 대통령이 탄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이 이어서 들어왔다.

이 전 대통령은 곧장 내리지 않았다. 남성 경호원 한명이 차량 앞에서 수초 간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뒷문을 열어주자 하차했다. 이어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마중 나와 있던 강진구 중앙지검 사무국장과 악수를 나눴다. 그리고는 강 사무국장이 한쪽 팔로 가리킨 방향을 따라 열 걸음 걸어 마침내 포토라인에 섰다.

다스 비자금 의혹과 뇌물 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검찰 소환된 이명박 전 대통령 다스 비자금 의혹과 뇌물 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하고 싶은 말 많지만 참겠다"

이어서 수백 명 취재진을 대표한 기자 한 명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포토라인에 섰는데 국민들께 한 말씀 해달라"라고 요청하자 그는 남색 재킷 안주머니에서 꺼낸 종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펼친 종이를 손에 든 채 정면을 바라보고는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세 번이나 "죄송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었다. "민생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만 사과했다. 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라는 말로 '정치보복'이라는 기존 입장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준비해온 입장을 다 읽은 후엔 고개를 숙였다. 이어서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검찰청사 계단을 걸어올라갔다. 이때 취재 기자가 "국민들에게 사과했는데, 뇌물 혐의는 모두 부인하는 겁니까"라고 물었지만 발밑을 가리키며 "어, 위험해요"라고 답했다. "다스는 누구 겁니까" 등 질문에도 일절 답하지 않고 청사 안으로 직진했다. 국민 앞에서 마지막으로 해명할 기회를 이렇게 저버렸다.

다스 비자금 의혹과 뇌물 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 조사에 앞서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 고개 숙인 이명박 전 대통령 다스 비자금 의혹과 뇌물 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 조사에 앞서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어수선했던 청사 앞... '출발'과 동시에 적막

이날 검찰청사 앞은 이 전 대통령 출석 예정을 1시간 앞둔 오전 8시 30분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포토라인 2~3미터 앞에서 지켜볼 수 있는 '근접취재' 구역에는 이미 100여 명의 취재진이 대기했다. 중앙문을 통제한 탓에 검찰청 직원들도 건물을 반 바퀴 돌아 오른쪽 출입구로 드나들었다.

출석 45분 전인 오전 8시 45분부터는 이 전 대통령 소환 관련 모든 실무를 총괄한 중앙지검 총무부 직원들도 더 분주해졌다. 이들은 포토라인을 중심으로 설치해 둔 접근 금지선을 넘지 않도록 취재진에게 자리 정돈을 당부했다. '경찰'이라고 쓴 검정 조끼를 입은 경찰들은 무전기 3~4개를 들고 이 전 대통령 차량이 들어올 차도를 따라 걸으며 상황을 살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조사를 받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취재기자들이 이 전 대통령의 소환을 취재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 출석 기다리는 취재기자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조사를 받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취재기자들이 이 전 대통령의 소환을 취재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조사를 받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검찰수사관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며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있다.
▲ 검찰청, 이명박 전 대통령 소환 앞두고 외부인 출입통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조사를 받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검찰수사관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며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다소 어수선했던 청사 앞에 일순간 적막이 감돈 건 이 전 대통령이 자택을 출발한 9시 15분께였다. 한 기자가 "출발했다"라고 외치자 취재기자들도 전열을 정비했다. 높이와 길이를 두고 막판까지 검찰 측과 조율한 방송사 붐마이크들도 이때를 기점으로 위치가 고정됐다. 이 전 대통령 차량이 청사로 진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취재기자들도 보고 있던 생중계를 끄고, 녹음 버튼을 눌렀다.

시민들 "오늘은 역사적인 날"... 지지자는 20여 명


비슷한 시각 검찰 청사 밖에서는 시민단체들이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했다. 평화통일시민연대, 시민의눈 등은 법원삼거리에서 지나가는 시민에게 'MB 구속' 서명을 받았다. 송원재 시민의눈 단장은 "토요일마다 광화문에서 촛불문화제를 진행했는데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출입이 통제된 문 앞에선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노동당은 '이명박 구속은 국민의 명령이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은 죄악을 하나하나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그는 많은 불법을 자행했다"라며 "이명박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즉각 구속돼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진 '진보민중단체' 명의의 기자회견에서는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지금 여론조사에선 국민 68%가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며 "국정농단, 뇌물비리를 저지른 이명박의 구속은 너무 당연하다"라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시민이 이 전 대통령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 검찰청에 모인 시민들 "이명박을 구속하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시민이 이 전 대통령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용산참사 유가족 전재숙씨도 "이명박은 피땀 흘렸던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던 장본인"이라며 "국가폭력으로 고통 받은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구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벽 4시부터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김아무개씨는 "일반 시민은 계란 하나를 훔쳐도 구속당한다"라며 이 전 대통령의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원 앞에선 한 시민이 '이명박과 롯데는 롯데타워 거래했나'라고 적힌 버스 위에 올라가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자랑스러운 시민 여러분이 함께해야 한다"라고 소리쳤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그의 구속을 반대하는 시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전 대통령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 이후 9시 50분경 이 전 대통령의 지지자 20여 명이 서울지검 서문 앞에 모여 수사 중단을 촉구했다. 이재오 전 의원도 이 자리에 참석해 "검찰 수사는 표적 수사"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시민단체와 이 전 대통령 지지자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일부 시민은 이 전 의원에게 욕설을 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30여분 가량 머물다 자진해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 발언 전문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무엇보다도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또한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물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습니다.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국민들 여러분들께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전국저축은행피해자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저축은행 사태 진상규명 방해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 저축은행피해자대책위 "이명박을 구속하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전국저축은행피해자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저축은행 사태 진상규명 방해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태그:#이명박, #검찰, #소환, #포토라인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