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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치러지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6·13 지방선거)는 조기 대선 이후 첫 전국 선거로서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갖는 것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구도를 형성하기 위한 중간단계로 여겨지면서 중앙정치의 대립의 장으로 변질·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지방선거는 중앙정부의 중간평가나 중앙 정치의 이슈 논쟁으로 지방선거의 본래 취지를 훼손되는 것을 차단하고, 자치와 분권을 실현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 일자리 등 민생을 살리고, 지역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정책들이 제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방자치 및 분권전문가와 지역경실련이 함께 자치분권의 현안과 현장의 목소리를 매주 1회 칼럼으로 발표하여 지방자치를 다시 생각하고, 현안과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 기자말

헌법개정이 31년 만에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1987년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라는 원포인트 개헌으로서 그 이전의 유신헌법이나 제3공화국 헌법(지방자치를 중단시킨 헌법)의 국가집권적 중앙정부통제적 행정구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회자되고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나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전국의 양극화 및 불평등과 격차문제 등이 초래되는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장치가 헌법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촛불혁명을 통해 한국 시민들이 보여준 성숙한 민주공화의식과 주권재민의 표현은 세계를 놀라게 할 21세기 민주주의 발전의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국민들이 준법적 참여를 통해 헌법가치를 훼손한 대통령을 파면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이끌어내기까지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켰던 것이다.

그럼에도 풀뿌리 지방자치의 현장을 보면, 구습과 구태가 여전히 구조적으로 남아있다. 이러한 관행 속에서 주민자치를 하려다 보니, 관치적 패러다임에 걸려 제대로 된 주민자치가 구현되지 않고, 형식화되고 있다. 오히려 주민자치가 불신당하고 무능한 주민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그리고 주민 스스로도 참여의 효능감을 가지지 못하고, 오히려 자괴감에 빠지는 것을 본다. 이것은 풀뿌리 자치와 행정 구조 및 제도가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통장제도 폐지
 통장제도 폐지
ⓒ 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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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것이 통반장제도다. 도시지역에 동이 있고, 그 밑에 통제도와 반제도가 있다. 이미 반제도는 반상회의 폐지로 무력화됐고, 통제도도 도시의 아파트단지에서는 거의 무력화됐다. 그 이유는 아파트단지에는 구역자치관리를 위한 입주자대표회의와 아파트관리사무소라는 아파트단지의 자치관리를 위한 법제도가 구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파트단지와 같이 자치관리를 위한 법제도가 있는 곳에서는 기존의 동행정기관의 하부통제조직인 통이나 반제도는 생명을 잃은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통장에게는 연간 약 350만 원 상당의 국가예산이 지급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만도 통장들에게 지급되는 예산이 300억 원(추정)정도다. 그런데 서울시의 경우는 이미 50% 이상이 아파트단지에 시민들이 살고 있는 상황으로, 통장들의 기능이 형해화 되고, 서울시예산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통장의 기능은 주로 동장의 지시를 받아서 업무를 처리하는 민간인 행정협력자라고 할 수 있다. 통장의 기능은 반원의 지도, 행정시책홍보, 주민요망사항보고, 주민이동사항보고, 각종시설확인, 새마을사업추진지원, 전시지도, 전시생필품배급 등으로 되어 있다. 또 통장의 기능은 지역에 따라서 난이도의 차이가 크고, 업무가 줄고 있다. 행정의 보조조직으로서 제도의 개선과 폐지에 대해 타당성분석이 필요하다.

주민자치와 풀뿌리민주주의란 관점에서도 자치에 역행하는 제도적 장치다. 지역시민사회의 자치관리의 필요성에 따라 지역에서 자립적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민총회 등을 통해 의사결정과 정관입법에 의한 관리비부담을 집행할 수 있는 자치역량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가능성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바로 통반장제도다.

농어촌지역에서는 통장제도에 상응하는 것이 리장제도인데, 리장은 마을총회를 통해서 선출되고, 지역의 문제해결을 위한 주민대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자치행정기관인 읍면이나 군의 행정에 참여하는 소통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즉 농촌지역의 리단위는 마을공동체단위의 자치와 마을공동체가 총회를 열어서 리장을 선출하게 되면, 공동체기반의 주민자치가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도시지역에서는 공동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고, 도시거주민의 특성이 주로 원자화되고, 개인주의화 돼 이웃문제나 공동의 공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생활공유서비스에 대해 행정기관이 처리해주기를 원하는 상태가 되고 있다. 그래서 도시공간에서 공동체단위의 자치관리가 거의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주민자치의 공백영역을 일제시대부터 존재하였던 행정통제조직의 전형인 통반장제도가 파고 들고 있고, 주민들의 자치적 역량이 함양될 수 있는 씨앗을 막고 있는 셈이다.

이점에서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통반장제도를 전격 폐지하고, 이미 아파트단지에 존재하는 동(棟)대표나 입주자대표가 자치관리의 중심이 되고, 이들이 자치행정기관인 동주민센터나 자치구의 행정과 거버넌스적 참여를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경우 이들은 개인자격이 아니라, 아파트단지 공동체의 대표로 참여하기 때문에 자치구행정과 거버넌스를 할 수 있다. 이때 유념해야 할 것은 비정당적 참여여야 하고, 비정치적 자치참여자는 활동기간의 전후 최소 3년은 정당 활동이 없는 자여야 할 것이다.

김찬동 교수
 김찬동 교수
ⓒ 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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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권시대의 헌법 개정에 있어서 국가주권적 구습과 적폐를 폐지할 수 있어야, 주민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다. 물론 이것도 획일적으로 할 것은 아니고, 지역의 필요와 현실에 부합되게 다양한 참여제도가 만들어지도록 다양성을 부여해야 한다. 풀뿌리민주주의는 자신이 살고 있는 근린구역의 자치관리를 할 수 있는 의결체와 집행체를 형성할 수 있는 주민주권이 있어야 한다.

다른 말로는 근린구역의 주민자치를 할 수 있는 기본권을 헌법의 조문으로 넣어주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보충성의 원칙에 의해 근린정부와 상위정부들 간의 역할배분과 권한배분이 이루어지고, 지역의 공공문제의 최종책임은 광역지방정부가 지도록 하고, 국가는 국가적인 공공문제에만 한정하고, 광역지방정부간의 조정을 하는 역할에 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태그:#경실련, #지방자치, #칼럼, #김찬동, #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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