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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평양에 문을 연 청각장애인 센터에서 어린이들이 교육받고 있는 모습. 해당 센터는 청각장애인들이 직접 건설에 참여했다고 한다. 북한 전문 여행사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YPT)가 직접 센터를 방문해 촬영, 인터넷에
 공개한 영상이다.
 2015년 평양에 문을 연 청각장애인 센터에서 어린이들이 교육받고 있는 모습. 해당 센터는 청각장애인들이 직접 건설에 참여했다고 한다. 북한 전문 여행사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YPT)가 직접 센터를 방문해 촬영, 인터넷에 공개한 영상이다.
ⓒ 유투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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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사상 처음으로 패럴림픽 동계대회에 참가하기로 하면서 북한의 장애인 정책 및 장애인 인권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2016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을 비준하고, 지난해 유엔 장애인인권 특별보고관의 방북을 허용하면서 장애인 인권 분야가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통일부는 27일 남북공동보도문을 내고 "북측이 평창 동계패럴림픽대회에 장애인올림픽위원회 대표단과 선수단을 파견하기로 했다"면서 "대표단과 선수단은 경의선 육로를 이용해 왕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대회 시작 이틀 전인 "다음달 7일 북측 대표단과 선수단이 남쪽으로 이동하고, 귀환은 양측이 합의에 따라 편리한 시기에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예술단 및 응원단 파견 계획은 취소됐다.
 
7일 북측 대표단 선수단 경의선 육로로 방남

북한의 동계패럴림픽 대회 참가는 처음이다. 북한은 이전에 2012 런던·2016 리우 여름패럴림픽, 2014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적이 있다. 

북한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로부터 와일드카드를 받은 마유철(27)·김정현(18) 선수가 노르딕스키 좌식경기에 출전할 예정이다. 두 사람 모두 다리 절단 장애인으로, 현재 열심히 훈련 중으로 알려졌다.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현정화 선수(현 대한탁구협회 전무)와 함께 남북단일팀을 이뤄 우승한 리분희 조선장애자체육협희 서기장의 합류 여부도 관심거리다.

한동호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장은 남북이 합의하고 실천해 나갈 수 있는 북한인권 정책에 있어서 '평창 패럴림픽 대회'를 적절한 계기로 삼아 활용할 것을 강조했다.

한동호 센터장은 지난 12일 발표한 <미국의 북한인권 문제 접근과 북미관계 전망>에서 "미국의 북한인권 접근이 다소 공세적이고 자유권 중심의 '창피주기(naming and shaming)' 전략에 치우쳐 있다면, 한국의 경우 보다 균형 잡힌 북한인권 정책의 기본틀을 구축하고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3월에 개최될 패럴림픽 대회가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그동안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의제화는 대북 압박의 지렛대로 활용되면서 북한 당국의 반발을 샀다. 

한 센터장은 "그동안 장애인, 여성, 아동 등의 취약계층 인권 사안에 대해선 북한 당국도 어느 정도 협력적 모습을 보여준 것이 사실"이라며 "북한 내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 사안을 중심으로 남북간 대화의제를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간 교류협력의 큰 틀에서 남북 장애인 협력사업 추진, 북한 내 장애인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장애인 인권 특별보고관 방북 수용 연장선?

북한은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방북은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장애인 인권 특별보고관의 방북은 지난해 5월 초 한 차례 수용했다. 지난 22일 '2018 연례인권보고서'를 공개한 국제 앰네스티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임명한 독립 전문가의 최초 북한 방문이었다"고 평가했다.    

카타리나 데반다스 아길라 유엔 장애인인권 특별보고관은 북한을 방문해 장애인 시설을 돌아본 뒤 "대부분의 사회기반시설에 장애인들의 접근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목격했다"며 "2015년 건설된 과학기술단지와 2016년 문을 연 평양 순안국제공항 입국장, 2017년 2월 전면적인 보수공사를 마친 평양 제1기숙학교와 같은 신축 건물들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장애인들이 계속 사회에서 배제·격리되고 있다"며 "왜소증과 정신장애 등을 가진 장애인들이 별도의 시설에서 고립된 채 살고 있다는 의혹을 접수했지만, 이것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특별보고관의 방북 이후 북한은 장애인 인권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전달했다. 이번 평창 패럴림픽 참가 결정도 이와 같은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리흥식 북한 외무성 대사(인권 담당)는 지난해 6월 미국 뉴욕에서 아길라 특별보고관을 만나 "우리를 도와주려는 입장에서 제기하는 인권 보호·증진을 위한 대화와 협력에 언제든지 응할 용의가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리 대사는 당시 장애인권리협약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북한의) 해당 기관들에서 아길라 특별보고관이 조선 방문 시 제기한 권고들과 관련한 대책적 문제들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길라 특별보고관도 최근 BBC에 "북한이 스포츠와 예술 분야에서 장애인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계획을 많이 세웠다"고 밝혔다.

한동호 센터장은 "북한은 유엔과의 협력에서도 전략적 틀의 범위 내에서 '인권'에 기반한 접근을 수용하고, 지속적이고 유연성 있는 인간개발 의제를 천명한 바 있다"면서 "북한이 2016년에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하고, 2017년 장애인인권 특별보고관의 방북을 허용하는 등 유의미한 일련의 정책적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남북관계 측면에서도 이에 호응할 명분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북한이 어느 정도 호응할 수 있는 이슈부터 신중하고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관여 없이는 근본적 차원에서 북한인권을 개선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평화 정착, 북한주민 삶의 실질적 개선이라는 정책목표를 상정했기 때문에 협상 가능하고 실행 가능한 남북간 의제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제안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1월 30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연두교서에서 북한인권 사안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이날 탈북민 지성호씨가 목발을 들어 화답하는 장면은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리·손 절단 장애인인 지씨는 사망한 부친이 만들어준 목발을 짚고 수만 킬로미터를 걸어서 탈북에 성공했다. 이어 2월 2일엔 백악관에 초청된 탈북민 8명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 한 센터장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인권과 관련한 일련의 조치들은 이렇듯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보다 깊은 고민을 던져 준다"고 시사했다.


태그:#북한, #장애인, #트럼프, #북한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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